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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녹조 괴담’ 퍼뜨리기

[박상현, "도 넘은 ‘녹조 괴담’ 퍼뜨리기," 조선일보, 2022. 10. 5A30쪽.]

반(反)4대강 활동을 벌이던 여러 환경 단체가 최근 낙동강 권역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이자 발암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며 환경부에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낙동강 녹조가 심해진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결국 보(洑) 수문을 개방하라는 주장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염소·오존 소독 등을 거친 정수(淨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발견될 가능성은 없다. 가축 분뇨, 공장 폐수, 녹조 등이 뒤섞인 원수(原水)라도 안전한 물로 정화하는 것이 정수의 원리다. 녹조 농도가 짙어졌다고 독성을 걸러내지 못한다면 애초 수돗물 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다. 수도관을 통해 언제든 독극물이 배달될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멸균 처리한 우유에서 소 내장에 서식하는 유해균이 발견됐다는 것만큼 허무맹랑한 소리다.

올해 녹조 발생량은 예년보다 많았다. 온난화 여파로 강물 수온이 올라간 영향이 크다. 환경부는 조류 경보에 따라 ‘관심’ 단계에선 주 1회, ‘경계’는 주 2회, ‘대발생’은 주 3회 수돗물 검사를 시행했다. 올해 경보 발령 기간에 시행한 검사만 340회다. 만약 환경 단체 주장대로 이런 정수 시스템을 뚫고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면 이것은 “보 수문 개방”으로 귀결될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당장 전국 상수도 사용을 전면 중단시켜야 할 사안이다.

환경 단체가 이런 주장의 근거로 삼은 것은 “낙동강 권역 수돗물을 쓰는 일반 가정 22곳의 수돗물을 ‘효소면역측정법(ELISA)’으로 검사한 결과 부산·대구와 경남 창원·김해 6곳에서 소량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는 경남 지역 국립대 A교수의 연구 결과다. 이 연구 용역의 발주처는 환경 단체다.

A교수와 통화했다. 시료(試料)를 어느 정수장에서 떠왔는지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연구팀이 직접 정수장에 가서 뜬 시료는 없다”는 것이다. “여러 가정집에서 페트병에 수돗물을 담아 연구실로 보내왔고, 연구팀은 부산 해운대구·수영구 가정집 수돗물을 채수했으며, 이 수돗물의 출발점인 대구 매곡·문산정수장 물은 MBC가 떠왔다”고 했다. 시료의 객관성을 전혀 확보하지 않은 것이다. 식수 검사 땐 ‘먹는 물 수질검사항목 운영 고시’에 따라 시료 환경을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 고시에 따르면 시료는 채취 즉시 차갑고 어두운 상태로 보관·운반하고, 24시간 내 분석이 불가할 경우 0~4도 사이에서 냉장 보관해야 한다. 수돗물을 마치 독극물인 양 호도하면서도 정작 실험에 쓰인 물이 정수장에서 떠온 것인지조차 연구팀이 증명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주장을 조사할 민관 합동 조사단이 곧 꾸려진다. 객관적·과학적 근거를 제시해도 또 다른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전례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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