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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거래’ 말 없는 권순일, 대법원이 진상 밝히라

[사설: "‘재판 거래’ 말 없는 권순일, 대법원이 진상 밝히라." 조선일보, 2021. 10. 22, A31쪽.]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거법 재판에서 무죄 의견을 낸) 권순일 당시 대법관을 찾아온 사람들에 대한 출입 기록을 비실명으로 요구했는데도 법원행정처가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무엇인가를 숨기려고 하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이 지사 무죄 판결 전후로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씨가 8차례나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쓰고 대법원을 드나든 출입 기록이 확인되면서 권 전 대법관은 ‘재판 거래’ 혐의로 고발당해 수사받고 있다. 권 전 대법관 문제는 법관 개인의 일탈 차원을 넘어 사법부의 존립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대법관이 재판 중인 사건 관계인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 재판 거래 의혹으로 수사받는 일은 헌정사상 유례가 없다. 국민이 다른 곳도 아닌 대법원의 재판 과정과 결과를 불신하게 되면 법원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지사 재판에서 유무죄 의견이 5대5로 갈린 상황에서 무죄 의견을 냈고, 여기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가담하면서 무죄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만약 유죄가 된다면 이 지사는 대선에 나올 수 없었다. 이 지사 사건에는 대장동 관련 혐의가 포함돼 있었고, 김만배씨는 화천대유 대주주로 당연히 사건 관계자였다. 김씨는 이 지사가 진행한 대장동 사업에서 천문학적 수익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가 오랜 친분이 있는 권 전 대법관을 수차례 만났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 김씨 대장동 회사의 고문으로 들어가 월 1500만원씩 받기도 했다. 김씨가 이 지사 무죄를 위해 권 전 대법관에게 로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결코 무리한 억측이 아니다.

그런데도 권 전 대법관은 아무 말도 없다. 평생 법원에 몸담으며 대법관까지 지낸 사람이 사법부 위기로 번질 수 있는 상황에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법원도 손을 놓고 있다. 법원행정처장은 야당 의원의 질문에 “이해 관계인이라면 만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김만배씨를 이해 관계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법원행정처장은 “판결 합의 과정이 공개되면 판결 효력에 논쟁을 제공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지사 판결은 이미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있는데 그보다 큰 논쟁이 있겠나.

지금이라도 대법원은 권 전 대법관이 참여한 이 지사 무죄 판결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제로 조사를 당하게 되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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