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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경제 대통령’의 공약, 산수가 안 맞는다

소득 5만불, 기본시리즈 5년간 6%씩 성장해도 안 돼
경제 무시한 허황된 목표, 희망 사항이나 신앙에 가까워
경제는 정치라 믿는다니 차라리 ‘정치 대통령’ 어떤가

[김신영, "자칭 ‘경제 대통령’의 공약, 산수가 안 맞는다," 조선일보, 2022. 2. 25, A34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최근 토론회에 나와 “우리나라가 곧 기축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때아닌 기축통화 논란이 일었다. 이 어려운 단어를 모두가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발언이 유독 화제가 된 이유는 이 후보가 자신을 ‘경제 대통령’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구호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생각이 궁금해 의견을 물었다. 한 경제학자는 “정치인에게 학자 수준의 경제 지식을 기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자칭 경제 대통령이면 최소한의 숫자 감각은 갖춰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오늘 선거 공보물이 왔던데 ‘이재명이 한다’면서 국민소득 5만달러라고 큼지막하게 써놨더군요. 매년 몇 퍼센트씩 성장해야 5만달러가 되는지 아십니까.” 그제야 셈을 해보았다. 지난해 한국의 국민소득은 약 3만5000달러로 추정된다.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매년 6%씩 성장해도 5만달러엔 못 미친다는 계산이 나왔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2.6%다. 이 학자는 “‘한다’가 아니라 ‘하고 싶다’고 썼어야 정확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이룬 성과를 경제 대통령의 근거로 내세운다. 대체로 세금으로 거둔 돈을 살포한 ‘이재명식 기본 소득’ 계열이다. 그래서인지 공약집에도 ‘기본’이란 단어가 많이 나온다. 기본 금융, 기본 주택, 기본 대출, 기본 저축, 보편 기본 소득, 농어촌 기본 소득, 문화예술인 기본 소득, 청년 기본 소득 등등이다. 심지어 ‘기본 사회를 준비하겠습니다’란 문장까지 보인다.

대부분 전문가는 ‘기본 시리즈’의 실현 가능성을 극히 낮게 평가한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간단히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다. 전 국민에게 연 100만원씩을 주겠다는 보편 기본 소득 하나만에도 한 해 50조원이 필요하다. 서울시 예산보다 큰 돈이다. 청년, 문화예술인, 농어민에겐 여기에 100만원을 더 지원하고 정부 돈으로 대출도 해주고 예금 이자도 얹어주고 집도 지어준다면 100조원으로도 모자랄 수 있다. 이 후보는 세금을 더 거둬서 대부분의 비용을 충당하겠다고 하는데 지난해 많이 걷혔다는 세금이 340조원 정도다. 설마 세금을 30% 더 걷겠다는 뜻일까. 세금을 더 내서 그 돈을 돌려받는 셈이라면 무슨 경제적 이득이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 젊은 경제학자는 “경제는 증거와 논리에 기반해야 한다. 이 후보의 공약은 경제보다는 ‘어쨌든 할 수 있다’고 믿으라는 신앙 계열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공보물 7쪽에 나열된 수치를 보라고 했다. ‘311만호 주택 공급, 수출 1조달러, 국민소득 5만달러, 주가지수 5000포인트, 세계 5대 강국으로 도약’ 등이 써 있는 면이다. “지금 2700도 안 되는 코스피를 5000으로 올린다니…. 꿈이 큰 건 좋지만 그 꿈을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계획은 어디에 있는 거죠? 저렴한 ‘기본 주택’ 140만호를 공급한다는 공약도 보입니다. 거대 신도시인 분당구 세대수가 20만 정도인데 분당 7개를 나랏돈 투입해 싸게 푸는 일이 정말 가능합니까.”

긴 설명 없이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의 뉴욕타임스 칼럼을 보낸 이도 있었다. 뉴욕 시장으로 출마했던 앤드루 양이 내세운 보편적 기본 소득의 문제를 지적한 글이다. 제목이 (의역하면) ‘앤드루 양은 산수부터 끝내라’였다. 크루그먼은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미래를 위한 재정 투입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큰 정부’의 주창자다. 이 후보와 일맥상통한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런 그조차도 보편적 기본 소득은 허상이라고 썼다. ‘계산해본 결과 기본 소득은 매우 큰 규모의 증세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상상 속 세상을 만드는 건 자유지만 진짜 세상이 어떤지는 알아야 한다.’

이 후보는 지난해 말 서울대 경제학과 강연에서 자신의 경제관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부에선 이런 오해가 있죠. 경제는 과학이다. 마치 통계나 경제 이런 것들이 진리인 것처럼 얘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가 본 경제는 정치이자 의견입니다. 가치죠, 가치.” 이 말을 듣고 보면 왜 그의 공약은 계산이 이토록 어지러운지 알 듯도 하다.

경제가 정치라고 정말 믿는다면 신념에 따라 ‘정치 대통령’이라고 대선 구호를 바꾸면 안 될까. 한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말을 볼 때마다 경제학자로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경제 기자들도 비슷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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