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안의 ‘애국열사릉’을 아십니까
2005.12.27 10:05
["대한민국 안의 '애국열사릉'을 아십니까," 조선일보, 2005. 12. 2, A35쪽.]
대한민국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평생을 바쳤던 남파공작원과 빨치산 출신 비전향 장기수들을 '통일애국투사'로 기리는 추모 묘역이 서울에서 30㎞쯤 떨어진 경기도 파주시 보광사에 만들어져 있다는 소식에 우리는 할 말을 잊는다. 지난 5월 조성된 이 묘역에는 '불굴의 통일애국투사 묘역'이라는 비석이 서 있고, 6명의 묘비에는 '선생' '의사(義士)'라는 호칭과 함께 '마지막 빨치산 영원한 여성전사, 하나된 조국 산천에 봄꽃으로 돌아오소서!' 같은 추모 글귀가 새겨져 있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지척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다. 파주의 '통일애국투사묘역'에 묻힌 간첩 출신 최남규는 스스로 '백두산 장군(김정일)에 대한 충성' 때문에 전향을 거부했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지난 10월 2일 북에 송환된 간첩 출신 정순택씨의 유해와 그보다 앞서 북으로 돌아간 후 사망한 비전향 장기수 5명은 평양 애국열사릉에 묻혀 있다. 애국열사릉에는 '조국의 해방과 사회주의 건설, 나라의 통일 위업을 위하여 투쟁하다가 희생된 애국렬사들의 위훈은 조국청사에 길이 빛날 것'이라고 적혀 있다. 남과 북이 대한민국 체제를 공산화시키기 위해 신명(身命)을 바쳤던 간첩과 빨치산을 '열사'와 '영웅'으로 함께 받들어 모시고 있는 것이다. 작년 대통령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간첩 출신을 민주화운동가로 모시기로 할 때 이미 이런 일이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통일애국투사묘역 준공식 때 범민련남측본부 명예의장이라는 사람은 '보광사 이 땅은 미제국주의자가 점령하고 있는 점령지인데 동지들을 이곳에 모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반드시 진정한 우리 조국땅에 모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말한 '진정한 조국'은 평양일까, 아니면 적화(赤化)된 남쪽 땅을 가리키는 것일까. 통일애국투사 묘역을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전 보광사 주지 효림 스님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의장 등을 맡고 있어 대한민국 역사를 다시 쓰는 일에도 힘을 보탤 듯하다. 간첩을 '불굴의 통일애국투사'로 추앙하는 스님과 80년대부터 미군 철수를 주장했다는 걸로 선각자인 양하는 신부님이 대한민국 역사를 어떻게 바로 세울지는 보나마나다.
통일애국투사묘역은 관련 법규를 제대로 지키지도 않은 채 만들어졌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법은 돌아보지도 않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전사(戰士)들을 추모하는 묘역을 대한민국 안에 만들었다면 서울 한복판에 주체사상탑이 세워지는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을 것 같다.
대한민국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평생을 바쳤던 남파공작원과 빨치산 출신 비전향 장기수들을 '통일애국투사'로 기리는 추모 묘역이 서울에서 30㎞쯤 떨어진 경기도 파주시 보광사에 만들어져 있다는 소식에 우리는 할 말을 잊는다. 지난 5월 조성된 이 묘역에는 '불굴의 통일애국투사 묘역'이라는 비석이 서 있고, 6명의 묘비에는 '선생' '의사(義士)'라는 호칭과 함께 '마지막 빨치산 영원한 여성전사, 하나된 조국 산천에 봄꽃으로 돌아오소서!' 같은 추모 글귀가 새겨져 있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지척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다. 파주의 '통일애국투사묘역'에 묻힌 간첩 출신 최남규는 스스로 '백두산 장군(김정일)에 대한 충성' 때문에 전향을 거부했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지난 10월 2일 북에 송환된 간첩 출신 정순택씨의 유해와 그보다 앞서 북으로 돌아간 후 사망한 비전향 장기수 5명은 평양 애국열사릉에 묻혀 있다. 애국열사릉에는 '조국의 해방과 사회주의 건설, 나라의 통일 위업을 위하여 투쟁하다가 희생된 애국렬사들의 위훈은 조국청사에 길이 빛날 것'이라고 적혀 있다. 남과 북이 대한민국 체제를 공산화시키기 위해 신명(身命)을 바쳤던 간첩과 빨치산을 '열사'와 '영웅'으로 함께 받들어 모시고 있는 것이다. 작년 대통령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간첩 출신을 민주화운동가로 모시기로 할 때 이미 이런 일이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통일애국투사묘역 준공식 때 범민련남측본부 명예의장이라는 사람은 '보광사 이 땅은 미제국주의자가 점령하고 있는 점령지인데 동지들을 이곳에 모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반드시 진정한 우리 조국땅에 모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말한 '진정한 조국'은 평양일까, 아니면 적화(赤化)된 남쪽 땅을 가리키는 것일까. 통일애국투사 묘역을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전 보광사 주지 효림 스님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의장 등을 맡고 있어 대한민국 역사를 다시 쓰는 일에도 힘을 보탤 듯하다. 간첩을 '불굴의 통일애국투사'로 추앙하는 스님과 80년대부터 미군 철수를 주장했다는 걸로 선각자인 양하는 신부님이 대한민국 역사를 어떻게 바로 세울지는 보나마나다.
통일애국투사묘역은 관련 법규를 제대로 지키지도 않은 채 만들어졌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법은 돌아보지도 않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전사(戰士)들을 추모하는 묘역을 대한민국 안에 만들었다면 서울 한복판에 주체사상탑이 세워지는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