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 역대 최대인 90조원의 국채를 발행해 총 555조8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재정 적자는 사상 최대인 109조7000억원에 달하고, 국가채무는 1년 새 140조원 증가해 내년 말에는 945조원에 이르게 된다. 출범 첫해인 2017년 국가채무 660조원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부는 집권 5년간 400조원 넘게 빚을 늘려 2022년엔 1070조원의 채무를 다음 정권에 물려주게 된다.


정부는 1일 국무회의를 열고 올해보다 총지출을 43조원(8.5%) 늘리는 ’2021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이 예산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는 유럽연합(EU)이 건전 재정의 기준으로 삼는 ‘-3%’의 두 배 가까운 -5.4%에 달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39.8%에서 내년 46.7%로 치솟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채무와 적자를 감내하더라도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서 성장률을 높이고 이를 통해 다시 재정건전성을 찾아오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닥치기 전부터 이른바 ‘착한 부채론(論)’과 ‘경제 활력 회복’ 등의 명분을 들어 매년 대규모 적자 예산을 편성해왔다. 그러나 빠르게 국가채무만 늘었을 뿐 ‘적자 재정과 경제 성장의 선순환’은 실현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본예산 470조원에 7조원 가까운 추경을 더했지만 성장률이 2%에 그쳤고, 올해는 추경 포함 547조원이라는 역대급 지출에도 불구하고 IMF 외환 위기 이후 첫 역성장이 예상된다.


재정적자 비율 -5.4%, 국가채무 140조원 증가는 그 자체로도 역대 최대 규모이지만, 내년 경제 상황에 따라서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0.1%와 3.6%를 기록할 것이라는 가정에 따라 세수 등을 추산했는데,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이보다 훨씬 낮은 -1.3%와 2.8%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정부 전망보다 낮으면 세수가 줄고 GDP 규모가 줄어 적자와 국가채무 비율 등이 더 늘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