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8.5%(43조원) 증가한 556조원 규모로 편성하기로 했다. 경기 침체로 내년 세수는 올해보다 9조원 이상 줄어들 전망인데도 적자 국채 90조원을 찍어 초대형 적자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첫해 400조원이던 예산 규모가 4년 만에 약 40%(155조원) 불어나게 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간의 증가액(130조원)을 능가하는 규모다. 나랏빚은 문 정부 첫해 660조원에서 내년엔 945조원으로 늘고,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엔 10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문 정부 출범 당시 36%이던 국가채무 비율이 2024년엔 58.3%로 올라간다. 정부 스스로 밝힌 내용이다.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밑돌면 60%를 넘게 된다. 저출산⋅ 고령화로 이 속도는 더 빨라진다. 상상하기 힘들던 숫자들이 무서운 속도로 눈앞으로 닥쳐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오는 2023년까지 46%로 높아지면 국가신용 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46%가 아니라 60%를 넘을 위험에 처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올해 마이너스 5.8%로 치솟아, EU의 ‘마이너스 3% 이내’ 권고치를 넘어섰다. 달러, 유로, 엔화 등 기축통화 국가가 아닌 우리로선 국가 신용이 불안해지면 곧바로 금융·외환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방만한 현금 뿌리기 정치의 후폭풍은 피할 수 없고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정부와 여당에선 걱정하는 기미조차 없다. 내년 예산안에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종 현금 복지와 선심성 사업에 거액을 쓰겠다는 계획이 잡혔다. 전체 예산의 36%에 달하는 200조원을 복지·고용 지출에 배정해 현금을 뿌리겠다는 것이다. 대선이 있는 후년엔 세금 퍼붓기가 극에 달할 것이 뻔하다.


야당 시절 “국가채무 비율 40%의 억제선을 지키라”고 촉구하던 문 대통령은 말을 뒤집어 “40%의 근거가 뭐냐”며 재정 방어선을 포기토록 지시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재정을 곳간에 쌓아두면 썩는다” 고 재정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말을 했다.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여당 지자체장은 재난지원금을 아무리 나눠줘도 나라 안 망한다고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 재정 적자는 문 정부 임기가 끝나더라도 개선될 수 없게 구조화됐다는 사실이다. 한번 늘리면 줄이기 힘든 복지 지출과 공무원 인건비 같은 경직성 경비를 대폭 늘려놓아 적자 체질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정부 예상에 따르더라도 오는 2024년까지 5년간 재정 수입은 연 평균 3.5% 증가하는 반면 재정 지출은 매년 5.7%꼴로 늘어나게 된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세계가 부러워하던 건전 재정 기조가 무너지고 순식간에 만성 적자국으로 전락하게 됐다. 한 번도 경험 못한 나라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