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가 줄 돈 제때 못 주는 ‘재정 부도’, 기업부도보다 더 심각," 조선일보, 2020. 10. 15, A31쪽.]


정부가 청년 신규 고용 중소기업에 1인당 월 75만원을 3년간 주는 ‘청년 추가 고용 장려금’이 지급 불능 상태다. 책정 예산 1조4000여억원이 이미 8월 말에 바닥났다. 정부는 돈이 없어 내년에나 지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민간기업이 약속한 돈을 제때 못 주면 부도로 처리되듯, 정부가 ‘재정 부도’를 낸 꼴이다. 정부의 약속 위반으로 중소기업들로선 난감한 지경이다.


이런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최저임금 급속 인상 보완책인 일자리안정자금은 지난해 11월에 부도 위기에 몰렸다. 당초 책정했던 2조8000여억원이 바닥나 국가 비상금인 예비비에서 1000억원을 끌어다 지급 불능을 겨우 막았다. 치매 치료비 지원금은 지난해 6월에 1년 예산이 동나 지원금 지급이 5~6개월씩 지연됐다.


올해도 정부가 청년 고용 지원 등에 기금을 마구 끌어다 쓰고, 실업급여 지급이 월 1조원을 웃돌면서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될 상황이 발생하자 공적자금관리기금에서 4조7000억원을 긴급 수혈해 구멍을 메웠다. 지난 4월엔 전 국민 코로나 지원금으로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 재해구호기금까지 다 털어다 썼다. 정작 전국 물난리 때 재해 복구 자금이 부족해 또 예비비를 전용했다.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무분별한 복지 확대로 ‘재정 부도’ 상황이 빈발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태평하다. 재정 준칙을 만들랬더니 ‘재정 변칙’을 만들어 빚내 돈을 계속 뿌리겠다고 한다. 국제 신용 평가사 피치는 한국에 대해 “높은 국가부채 수준은 재정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때는 늦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