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호, "어안이 벙벙해지는 월성 1호기 폐쇄 '사기극'," 조선일보, 2020. 1. 22, A31쪽.] → 탈원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강행에 앞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세 번 경제성 평가를 실시했다. 세 권 보고서를 모두 읽어 보니 한수원에 사기당한 느낌이 대번에 들었다. 보고서 내용이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경제성이 떨어진다던 그간 한수원 주장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한수원이 자체 실시한 1차 평가에선 당초 예정대로 2022년까지 원전을 계속 돌리면 3707억원 이익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한수원 의뢰로 용역을 맡은 회계법인 평가에선 "(경제성 평가 전제를) 가장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1778억원 이익" "가동률이 40%로 떨어져도 이익"이라고 했다. 국내 23기 다른 원전의 과거 평균 가동률(89%)의 절반 이하여도 월성 1호기를 폐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결론은 한 달이 안 돼 달라졌다. 산업부 담당 공무원 2명과 한수원 관계자 등과 한 차례 회의를 가진 이후 회계법인 측은 한수원 주장을 그대로 반영해 전기 판매 수입을 낮춰잡고 원전 가동률은 10%포인트 더 떨어뜨렸다. 평가의 여러 전제를 대폭 바꾸면서 '아무리 못 돼도 1778억원 이상'이라던 이익은 224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정부 의견도 한수원과 비슷했을 것이다. 이 보고서를 손에 쥔 한수원은 2018년 6월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바로 다음 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밀어붙였다. 그 무모한 결정의 배경에 이처럼 왜곡된 경제성 축소 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한수원이 국민 상대로 사기 친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당연하게 들린다.
이런 내막이 최근 언론에 보도되자 한수원은 이상한 해명을 내놨다. "회계법인에 우리 의견을 설명했을 뿐 평가 전제를 바꾸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경제성 축소는 회계법인 자체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수원이 회계법인에 제시한 '월성 1호기 용역 수행 지침'은 한수원 해명과 사뭇 다르다. '계약 상대방(회계법인)은 발주자(한수원)의 업무 요청을 따라야 한다'는 규정이 지침에 들어 있다. 그런데도 한수원은 "의견 설명"이라며 딴말을 한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을 위해 설비 교체비 등으로 쓴 돈이 7000억원이다. 이 손실은 전기요금 인상 등 형태로 결국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감사원 감사든 검찰 수사든 한수원의 경제성 왜곡 전말은 언젠가는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책임 당사자에게 왜곡 책임을 끝까지 추궁해야 국민에게 무모한 정책 뒷감당을 떠넘기는 행태를 막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이 나온 지 3년 가까이 흘렀다. 그사이 대통령 언행이 여러 번 도마에 올랐다. 원전이 안전하지 않아 탈원전을 한다면서도 외국에 나가선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고 말하곤 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겠다"는 말도 국민 눈에 기이하게 비쳤을 것이다. 그런데 원전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진 지 오래다. 전기 1TWh(테라와트시)를 생산할 때 대기오염이나 각종 사고로 숨지는 사망자가 원전은 0.07명인 데 반해 LNG는 2.8명, 석탄은 24.6명이라는 통계도 있다. 경제적으로 가장 저렴하고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는다. 요컨대 환경성·경제성·안전성을 가장 충족하는 에너지원이 원전인데 우리는 탈원전 타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그제 임명한 새 기후환경비서관은 전임자에 이어 환경단체에서 오랫동안 탈원전 운동을 해온 인물이다. 무모한 탈원전 행보가 계속될수록 국민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결론은 한 달이 안 돼 달라졌다. 산업부 담당 공무원 2명과 한수원 관계자 등과 한 차례 회의를 가진 이후 회계법인 측은 한수원 주장을 그대로 반영해 전기 판매 수입을 낮춰잡고 원전 가동률은 10%포인트 더 떨어뜨렸다. 평가의 여러 전제를 대폭 바꾸면서 '아무리 못 돼도 1778억원 이상'이라던 이익은 224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정부 의견도 한수원과 비슷했을 것이다. 이 보고서를 손에 쥔 한수원은 2018년 6월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바로 다음 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밀어붙였다. 그 무모한 결정의 배경에 이처럼 왜곡된 경제성 축소 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한수원이 국민 상대로 사기 친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당연하게 들린다.
이런 내막이 최근 언론에 보도되자 한수원은 이상한 해명을 내놨다. "회계법인에 우리 의견을 설명했을 뿐 평가 전제를 바꾸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경제성 축소는 회계법인 자체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수원이 회계법인에 제시한 '월성 1호기 용역 수행 지침'은 한수원 해명과 사뭇 다르다. '계약 상대방(회계법인)은 발주자(한수원)의 업무 요청을 따라야 한다'는 규정이 지침에 들어 있다. 그런데도 한수원은 "의견 설명"이라며 딴말을 한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을 위해 설비 교체비 등으로 쓴 돈이 7000억원이다. 이 손실은 전기요금 인상 등 형태로 결국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감사원 감사든 검찰 수사든 한수원의 경제성 왜곡 전말은 언젠가는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책임 당사자에게 왜곡 책임을 끝까지 추궁해야 국민에게 무모한 정책 뒷감당을 떠넘기는 행태를 막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이 나온 지 3년 가까이 흘렀다. 그사이 대통령 언행이 여러 번 도마에 올랐다. 원전이 안전하지 않아 탈원전을 한다면서도 외국에 나가선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고 말하곤 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겠다"는 말도 국민 눈에 기이하게 비쳤을 것이다. 그런데 원전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진 지 오래다. 전기 1TWh(테라와트시)를 생산할 때 대기오염이나 각종 사고로 숨지는 사망자가 원전은 0.07명인 데 반해 LNG는 2.8명, 석탄은 24.6명이라는 통계도 있다. 경제적으로 가장 저렴하고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는다. 요컨대 환경성·경제성·안전성을 가장 충족하는 에너지원이 원전인데 우리는 탈원전 타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그제 임명한 새 기후환경비서관은 전임자에 이어 환경단체에서 오랫동안 탈원전 운동을 해온 인물이다. 무모한 탈원전 행보가 계속될수록 국민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