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월성 1호 손실 국민 덮어씌우기 ‘묘기 대행진’
2021.09.03 10:53
월성 1호 손실 국민 덮어씌우기 ‘묘기 대행진’
조기 폐쇄 손실 5652억원
지난 6월 국무회의서 ‘전기 요금에서 보전’ 의결
배임 교사 적용 안 되면 정부 상대로 한 손배 소송도 봉쇄돼
[한삼희, "월성 1호 손실 국민 덮어씌우기 ‘묘기 대행진’" 조선일보, 2021. 8. 25, A26쪽.]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주도한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에 대해 배임(背任) 교사 혐의의 추가 기소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것은 의외였다. 백 전 장관의 사실상 지휘를 받아 조기 폐쇄를 실행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업무방해에 배임 혐의까지 더해 재판에 넘겨졌다. 실행한 사람보다 지시한 사람 책임이 더 무겁지 않은가. 대전지검 수사팀은 백 전 장관 배임 교사 혐의 적용에 만장일치였다고 한다.
의문은 수사심의위가 열린 지난 18일 백 전 장관 측 변호인들이 기자들과 한 일문일답을 읽고 풀렸다. 변호인들은 문답에서 백 전 장관에 대한 배임 교사 혐의는 물론, 한수원 정 사장의 배임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정부가 (한수원이 입은 손실에 대해) 비용 보전 절차를 예정하고 있고 그에 맞춰 시행령도 개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월성 1호 조기 폐쇄로 한수원이 손실을 입었다고 보기 어려운데 어떻게 배임, 또는 배임 교사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주도한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에 대해 배임(背任) 교사 혐의의 추가 기소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것은 의외였다. 백 전 장관의 사실상 지휘를 받아 조기 폐쇄를 실행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업무방해에 배임 혐의까지 더해 재판에 넘겨졌다. 실행한 사람보다 지시한 사람 책임이 더 무겁지 않은가. 대전지검 수사팀은 백 전 장관 배임 교사 혐의 적용에 만장일치였다고 한다.
의문은 수사심의위가 열린 지난 18일 백 전 장관 측 변호인들이 기자들과 한 일문일답을 읽고 풀렸다. 변호인들은 문답에서 백 전 장관에 대한 배임 교사 혐의는 물론, 한수원 정 사장의 배임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정부가 (한수원이 입은 손실에 대해) 비용 보전 절차를 예정하고 있고 그에 맞춰 시행령도 개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월성 1호 조기 폐쇄로 한수원이 손실을 입었다고 보기 어려운데 어떻게 배임, 또는 배임 교사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 폐쇄 의결이 있은 것은 2018년 6월 15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질문이 청와대 내부 통신망에 오른 다음 두 달 반 뒤였다. 그사이 산업부가 기획하고 한수원이 실행한 경제성 평가 조작이 이뤄졌다. 한수원은 조기 폐쇄를 의결할 이사회 개최를 나흘 앞둔 6월 11일 산업부에 ‘월성 1호 조기 폐쇄에 따른 비용 보전을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산업부는 사흘 뒤 ‘(탈원전 관련) 적법·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에 대해 기금 등을 활용해 보전하기 위해 관련 법령을 개정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해줬다. 정부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금년 6월 국무회의에서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이 내는 전기 요금에서 3.7%씩 떼어내 적립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원전 사업 중단으로 인한 손실 보전에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을 만든 것이다. 정부는 국회에서 탈원전 피해 보상 특별법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국회를 거칠 필요 없는 시행령 개정으로 우회했다.
작년 10월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때 ‘조직 범죄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칼럼을 썼다. 관련자들 재판이 막 시작된 지금 시점에서 봐도, 정말 다채로운 공직 범죄 수법들이 동원된 정부 차원의 조직 범죄라는 느낌을 받는다. 우선 경제성 평가 조작은 완전 범죄로 꾸미기 위한 ‘공문서 위·변조’였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가 경제적으로 타당하다고 스스로 판단해 결정한 것처럼 포장하는 시도였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연루될 이유가 없다. 한수원도 경제성 평가에 입각해 내린 결정이므로 배임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의 ‘알리바이 조작’이 있었다. 한수원에 대한 지시는 공문 없이 구두(口頭)로만 이뤄졌다. 회계법인과 한수원의 회의 자료에서 ‘산업부’란 단어를 삭제하도록 했다. 한수원이나 회계법인 측이 머뭇거리면 인사상 조치 등을 거론하며 압력을 넣었다. ‘협박’ ‘직권남용’이 적용될 수 있다. 감사원 감사가 임박하자 야밤에 사무실로 잠입해 자료를 삭제한 건 ‘증거인멸’에 해당한다. 한수원 이사회를 앞두고는 조기 폐쇄에 반대한 사람을 이사회 의장에서 밀어냈다. 탈원전에 반대하던 전임 한수원 사장에 대해선 백 전 장관이 산업부 회의에서 ‘교체 검토’를 거론했고 당사자는 결국 임기 1년 10개월을 앞두고 사직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직권남용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같은 구조다. 국무총리는 감사원 감사 발표 후 동요하는 산업부를 찾아가 ‘적극행정상(賞)’이란 걸 줬고, 대통령은 3차관 자리를 만들어 보상해줬다. 입막음을 위한 ‘증인 매수’, 또는 ‘뇌물 공여’라고 할 수 있다.
한수원의 손실 보전을 위한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은 산업부와 청와대로 불똥이 튀는 것도 예방하는 조치였다. 한수원이 계산한 조기 폐쇄 피해액은 5652억원이다. 그 피해가 전기 요금으로 보전되면 한국전력 주주들이 한수원, 산업부, 청와대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 소송을 낼 이유가 없게 된다. 정부가 패소할 경우 책임자들에 대해 구상권(求償權)을 청구하는 리스크도 사라진다. 책임의 정점엔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 문제는 전기 요금으로 조성한 기금으로 한수원 손실을 메꾸게 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국민 돈을 ‘횡령’한 것이나 진배없다. 국민 5000만명에게 피해액을 분산시키면 1인당 1만원밖에 안 된다. 1만원을 배상받겠다고 소송 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각본을 써도 이렇게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직 범죄의 현란한 진열대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당신들 너무하는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