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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두 가지 약점을 안다

남북대화 돌파구 집착하는 文의 시간, 남은 건 1년
나쁜 행동에 보상 주면 北의 나쁜 행동 장려할 뿐
이 사실 깨닫기 전에 또 무엇을 줄 것인가


[마이클 브린,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두 가지 약점을 안다,"   조선일보,  2021. 2. 6, A26쪽.]

비무장지대에서 북을 향해 정치 선전 풍선을 날려 보내는 활동을 금지한 이른바 ‘대북 전단 금지법’이 다음 달 시행된다. 어쩌면 정부 의도대로 남북 협력에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그것은 남북 화해의 걸림돌이다. 이 명백한 모순을 더 명확히 들여다보려면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정치적 편견부터 검토해 봐야 한다.

요즘 많은 민주 국가가 정치적 차이를 신학 논쟁처럼 취급하는 당파주의의 역병을 겪고 있다. 그 결과 아이디어와 정책 역시 어느 진영이 내놓았느냐에 따라 뒤도 안 돌아보고 받아들이거나 거부한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만약 집권 세력이 바뀐 상태에서 같은 문제가 일어났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지금 야당이 집권해 대북 전단 풍선을 금지하자고 하고, 문 대통령의 민주당이 인권을 명분으로 북한 인권 운동가들의 활동을 허용하자고 주장했다면? 그래도 같은 주장으로 반대편을 공격하고 있을까?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충돌하는 주장이 어떤 논리로 펼쳐지는지 살펴보자. 내가 보기에 대북 전단법 찬성론자들에겐 근본적 목표가 한 가지, 이와 연관된 명분이 한 가지, 또 철학적 원칙이 한 가지 있다.

근본적 목표는 분명하다. 북한을 다시 대화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명분으로는 북이 풍선에 대해 보복할 경우 비무장지대 인근에 사는 우리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말한다. 정부는 또 헌법에 보장된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는 철학적 원칙을 내세운다.

경기도와 강원도민이 북한의 보복을 두려워한다면 정부는 당연히 필요한 보호 조치를 해야 한다. 자유 역시 때로는 제한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 사안의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킨다는 정부의 근본적 목표에 전략적 관점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북한을 대화로 이끌겠다는 건 좋은 아이디어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사실을 말하자면, 북한이 화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매우 명백하다. 수십 년 노력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남북 대화는 북한의 가치관이 변하기 전에는 어떤 목표에도 도달할 수 없다. 김일성의 유업을 되돌리는 일이 따라야 하는데, 그의 손자는 이런 일을 할 수 없다는 걸 지금쯤은 우리 모두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치관의 변화가 있기 전까지 남북 대화의 목적은 간단히 말해 전쟁을 막는 것이다. 방어를 위한 것이란 뜻이다. 그리고 이 총체적 방어에는 군사적으로뿐만 아니라 우리의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않는 일도 포함된다. 북한과 진정한 화해는 반드시 민주적 가치에 기초해야 하며, 우리 스스로 민주적 가치를 지키지 못한다면 진정한 화해의 가치 역시 훼손하는 것이다.

만약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우리 체제에서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며, 내가 원한다고 해서 다 할 수는 없다. 나는 법을 따라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라고 말했다면, 대화를 재개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의 가치를 강화하고 독재자를 교육했을 것이다. 멀리 내다볼 때 이렇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국 정부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장기적 전략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북한에 대한 장기적 접근법이 없다는 것도 명확하다. 5년 단임제 대통령은 미래 성과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다. 한국에선 정치뿐 아니라 다른 분야 리더들도 전임자의 성공을 이어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깊은 전략적 요인보다 단기적 전술적 이점을 우선시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반면 김정은은 전략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눈앞의 화해를 좇는 우리의 절박함을 조종할 수 있다. 게다가 김정은은 이 ‘조종’을 꽤 잘한다. 잘 알려진 대로 대북 전단 금지법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탈북자들을 ‘인간쓰레기’라 부르며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한 직후 나왔다.

한국의 대응은 “우는 아이에게 젖 준다”는 속담을 따른 것 같다. 그것은 실책이었다. 좋은 양육의 첫째 원칙을 잊었다. ‘나쁜 행동에 보상을 준다면, 나쁜 행동을 장려할 뿐’이라는 원칙이다. 김정은은 이제 문 대통령의 두 가지 약점을 안다.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 그리고 나쁜 행동에도 기꺼이 보상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원하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는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껏 봐왔듯 그런 돌파구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 사실을 깨닫기 전에 그들에게 또 무엇을 주려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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