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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례비’ 뒷돈 243억원 갈취한 노조, 무법천지 건설 현장

[사설: "‘월례비’ 뒷돈 243억원 갈취한 노조, 무법천지 건설 현장," 조선일보, 2023. 2. 22, A35쪽.]

정부의 회계 증빙 서류 제출 요구를 거부했거나 부실 제출한 대형 노조 207곳에는 공무원 노조가 29곳, 교사·교수 노조가 13곳, 공기업 노조가 40여 곳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교육청공무원노조, 부산공무원노조, 전국초등교사노조, 전북공무원노조, 한국은행 노조, 전국금융산업노조, 심지어 노조 회계 투명화를 추진하는 주무 부처인 노동부의 유관기관 노조조차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

공무원·교사·은행원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투명성이 높아야 할 직업군이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고 정책 집행하는 공무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교수, 고객 돈을 맡아 굴리는 은행원으로 구성된 노조라면 정부 요구를 떠나 노조 스스로 조합원에서 걷은 돈을 정당하게 지출하고 있는지 씀씀이 내역을 상세하고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기본이다. 5년간 1500여 억원의 세금까지 지원받으면서 가장 기초적인 회계 자료 공개조차 거부하는 것은 이들 노조에 투명함이 아니라 심각하게 불투명한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전국 건설 현장은 노조의 폭력 갑질로 무법천지가 된 지 오래다. 건설 분야 노조의 불법 실태 조사를 벌였던 국토교통부는 이른바 ‘월례비’ 명목으로 뒷돈을 뜯어낸 타워크레인 노조 기사 438명을 적발했다. 적발된 금액은 총 243억원이며, 기사 1인당 갈취액이 연평균 556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타워크레인 노조는 비노조원 기사를 쓰면 공사를 방해하는 등 일감을 독식하고 월례비를 안 주면 작업 속도를 지연시키는 등 갑질 횡포를 일삼아왔다. 조폭과 다를 게 없다.

인천의 한 공사장에선 타워크레인 노조 기사가 6명 투입돼 1인당 월례비를 매달 1285만원씩 챙겨가기도 했다. 월급 평균 597만원보다 2배 더 많은 액수를 챙겨간 것이다. 공기업인 LH의 아파트 건설 현장 83곳 중 42곳에서도 월례비가 1인당 월평균 711만원씩, 1년에 총 116억원이 지급됐다. 이런 불법 뒷돈은 공사 비용을 늘려 결국 아파트 입주자나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간다. 불투명한 노조 회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노조 갑질만 바로잡아도 노동 개혁의 절반 이상이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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