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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수용소가 철폐되는 날

2011.06.15 14:24

관리자 조회 수:944 추천:58

[강철환, “北 수용소가 철폐되는 날,” 조선일보, 2011. 5. 19, A38쪽; 탈북자, 동북아연구소 연구위원.]

1990년 초 국제사면위원회는 북한의 1급 정치범 수용소인 평남 승호리 26호 정치범교화소를 전 세계에 폭로했다. 당시 이곳에 수용된 사람들에는 납북된 고상문씨를 비롯한 조총련계 고위층 북송자들, 고위정치범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 보고서 한 장으로 북한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국제사면위에 공개된 일부 고위정치범들은 석방됐고, 나머지 수용자들은 다른 수용소에 옮겨졌다. 승호리 수용소는 해산됐다. 국제사면위원회 보고서 한 장이 수용소 하나를 없애버렸고 김정일 정권을 극도의 불안에 떨게 한 것이다. 당시 북한 내에서 많은 사람이 어디론가 사라져도 수용소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수용소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김정일은 극도로 두려워했다.

1992년 기자와 안혁씨가 두 번째로 요덕 수용소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뒤에 탈북한 후배들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당시 기자회견으로 북한 전체가 또 한 번 흔들렸다고 한다. 요덕군의 보위부․보안부 수뇌부는 기자의 탈북을 막지 못한 죄로 모두 목이 날아갔고 수용소를 지키는 경비대에 초비상 경계령이 하달됐다. 비밀 유지가 어렵게 된 북․중 국경에 밀집해 있었던 몇 개의 수용소가 철폐돼 내륙으로 옮겨지는 조치도 단행됐다.

그 이후 1994년 함북 회령에서 북한 최대 정치범수용소인 회령 22호 수용소 경비병 안명철씨가 무기를 갖고 중국으로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북한 보위부는 안씨를 체포하기 위해 그를 범죄자로 몰아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협조를 요구했고 보위부 요원을 대거 중국에 급파했지만, 안씨는 대한민국대사관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안씨의 기자회견으로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던 회령 수용소의 비밀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회령 수용소 옆에는 생체실험실로 의심되는 비밀병원까지 있었고, 핵실험 장소인 길주 만탑산 비밀공사장에 많은 정치범이 동원된 사실도 알려졌다. 회령 수용소와 그 옆에 위치한 화성 수용소는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완전통제구역'이었다.

1997년에 망명한 김정일의 경호원 출신인 이영국씨는 수감됐던 요덕 수용소에서 외부사찰단의 방문에 대비해 정치범들이 땅굴을 파고 대피하는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수백만명이 아사(餓死)하며 체제 붕괴 위기에 몰렸던 북한은 대외지원을 받으면서 국제사회의 인권 압력을 가장 두려워했고 여기에 대비했다. 김대중 정권이 집권 5년 동안 '북한 인권'이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노무현 정권은 유엔인권위가 2003년 처음 상정한 대북인권결의안에 기권하자 김정일은 자신의 범죄사실에 대한 도덕적 감각조차 망각하게 됐다.

얼마 전 국제사면위가 폭로한 요덕 수용소의 최근 사진을 보면 10년 전보다 정치범들을 지키는 보위부와 경비대 막사가 늘어났다. 수용소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북한의 정치적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제수용소 처리 여부다. 수용소가 철폐되지 않는 한 김씨 왕조의 근본적 변화가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면 대북정책의 우선순위는 수용소 철폐에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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