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집권 한국이 美 의회 ‘인권 청문회’ 대상국 된다니
[사설: "운동권 집권 한국이 美 의회 ‘인권 청문회’ 대상국 된다니," 조선일보, 2020. 12. 19, A27쪽.]
미 의회 초당적 인권 기구인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한국 정권이 최근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내년 1월 청문회를 열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위원회 의장인 스미스 하원 의원은 “전단금지법이 가장 잔인한 공산 정권에서 고통받는 주민들에게 민주주의를 증진하고 지원하는 행위를 범죄화한다”며 청문회 소집을 경고한 바 있다. “국무부 연례 인권 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을 비판적으로 재평가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 의회의 인권 청문회는 주로 북한, 중국, 시리아 같은 독재국가들을 대상으로 해왔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그 대열에 선 것이다. 군사정권이 끝나고 지난 수십 년간은 기억에 없는 일이다.
미 의회뿐이 아니다. 국무부 전·현직 관료들은 전단금지법에 대해 “부도덕하다”고 했고 국제 인권 단체들은 “한국이 민주국가 맞느냐”고 비난하고 있다.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도 재고하라고 했다. 지금 국제사회의 비판이 계속 커지는 것은 전단금지법이 북 주민의 알 권리를 봉쇄하고 국민의 표현 자유를 제한하는 반(反)민주 법이기 때문이다.
이 정권은 ‘접경 주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했지만 거짓말이다. 이 법은 북한 김여정이 ‘법이라도 만들라'고 한 직후에 급물살을 탔다. 일부 단체의 무리한 전단 살포는 현행법으로도 막을 수 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 정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우리 국민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의 최소한 알 권리를 넘겨준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CNN에 나와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강 장관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를 지낸 인권 전문가라고 했다. 그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힘든 궤변이다. 지금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왜 북한 주민에게 진실을 알리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봉쇄하느냐는 것이다. 미 국무부 비건 부장관이 최근 방한했을 때 전단금지법에 대한 우려를 우리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를 감춘 채 ‘닭 한 마리 만찬’ 사진만 공개했다. 강 장관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전단금지법이 워싱턴 반발을 촉발한다’는 칼럼을 실었다. 촛불 혁명을 업고 집권했다는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 아래서 대한민국이 미국 의회의 ‘인권 청문회' 자리에 오르게 됐다. ‘촛불' ‘인권' 모두 허울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