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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합의 북한인권재단이 6년 표류, 이런 일도 있나

[사설: "여야 합의 북한인권재단이 6년 표류, 이런 일도 있나," 조선일보, 2022. 8. 23, A35쪽.]

국민의힘은 22일 더불어민주당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요구했다. 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립됐어야 하는 법정 기관이지만 아직 간판도 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비협조로 여야가 5명씩 추천하게 돼 있는 재단 이사진을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도 민주당은 “그것 말고도 국회가 해야 할 것이 많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인권 개선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게 취지다.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정책을 개발할 북한인권재단 설립이 핵심이다. 2016년 3월, 11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북을 자극한다며 법 제정에 부정적이던 민주당이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폭주와 인권 유린으로 법안 반대에 부담을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은 2016년 9월 시행과 동시에 사문화하고 말았다. 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미루는 방식으로 재단 출범을 방해했다. 역대 유엔북한특별보고관들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때마다 재단 설립을 촉구했지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문 정부는 서울 마포구에 마련했던 재단 준비 사무실을 폐쇄하고 관련 예산도 삭감해 버렸다.

북한인권법엔 북한인권재단뿐 아니라 외교부 북한인권대사와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도 규정돼 있다. 문 정부는 5년 내내 북한인권대사를 공석으로 방치했고, 보존소 예산도 10분의 1 토막을 내 기능을 마비시켰다. 날치기 통과도 아니고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이 6년간 표류한 경우는 아마 북한인권법이 유일할 것이다.

문 정부와 민주당은 임기 내내 ‘남북 이벤트’에만 골몰하며 북한 인권 언급을 금기시했다.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공동 제안에 4년 연속 불참하고,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어민 2명을 흉악범이라며 강제 북송했다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인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는 ‘진보 좌파’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들에게 인권은 절대 가치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수단일 뿐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스스로 통과시킨 법 시행을 막는 일까지 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이날 ‘직무 유기’라는 지적엔 입을 닫은 채 국민의힘이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대통령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동시에 요구한 것을 문제 삼았다. 특별감찰관은 민주당이 요구해온 사안이다. 핑계를 찾지 말고 두 자리 모두 추천해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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