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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가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

2005.08.07 17:42

관리자 조회 수:1050 추천:176

[최홍재, “탈북자가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 조선일보, 2005. 6. 17, A35쪽;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
필자의 인생을 뒤흔든 책이 두 권 있다. 이 책들은 인생의 목표 자체를 바꿔버렸다. 첫 번째 책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것이었다. 이 책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전개와 결말에 대한 것으로 우리는 이것을 '두 번 넘어' 혹은 '넘어 넘어'라고 약칭하였다. 강의 시간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학우들 중에 이 책을 보며 눈물을 떨구는 동료들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광주의 비디오를 보았다. 결국 "운동권 선배 조심하라, 너는 우리 가족의 희망이다"라고 하시는 아버지의 간곡한 만류를 뿌리치며 필자와 동료들은 혁명이라는 배에 몸을 실었다. '불의(不義)'에 침묵하는 모든 기성세대를 '수구꼴통'이라 호칭하는 버릇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인류에게 참담한 불행을 안긴 전체사회주의와 만난 것은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존엄한 권리, 바로 인권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회주의를 향한 필자의 투쟁은 몇 년 전 또 하나의 책으로 인해 혼돈 속에 접어들었다. 영어로 '평양의 어항'이라고 번역된 '수용소의 노래'라는 책이었다. 그 책에는 급작스러웠던 광주가 일상적인 모습으로 담아져 있었다. 우발적인 광주가 치밀하게 조직되어 있었고, 한시적인 시.공간으로서의 광주가 무제한의 시.공간으로 펼쳐져 있었다. 결국 북한은 1980년 5월 광주와 비교조차 어려운 전체주의 그 자체였다. 겨우 비교 대상을 찾아본다면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나 아우슈비츠 수용소 정도였다.
전두환 독재에 저항했던 이유가 인권이었듯이, 인권을 기준으로 북한을 새롭게 보려고 했다. 광주 시민에게도 인권이 천부적(天賦的)이듯이, 북한 주민에게도 인권은 자연이 준 것이다. 필자가 북한 정권에 대한 추종이나 우호를 접고 과거의 책임까지 통절하게 느끼며 방향을 전환한 이유는 그것이었다. "나는 가장 변했지만 또 가장 변하지 않았다. " 필자에게 변했다고 말하는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다.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는 책임이 미국의 봉쇄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김정일 추종세력이야 별개로 치자. 아우슈비츠의 신음 소리를 연합국의 압박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한 몰상식이기 때문이다. 6,000명이 넘는 탈북자들의 호소를 국정원의 강요된 조작이라고 치부하는 경이로움도 논외로 하자.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대북정책에 위해가 되는 시대 상황에서 상식 운운하는 것은 힘의 낭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자. "인권 운운하면 북한 정권을 자극해서 오히려 위기가 고조되고, 그러면 북한의 인권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제법 그럴 듯해 보이는 이야기가 있다. 경제 지원을 계속하다 보면 인권이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만일 이 이야기를 '산업화'론자들이 했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겠지만 "독재자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며 결사의 항전을 호소하던 과거의 민주인사들이 할 이야기는 아니다. 전두환 정권을 자극하지 않고,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았으면 인권이 더 잘 보장되었으리라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김정일 정권은 독재와 탄압, 피폐의 정도에서 도무지 비교조차 될 수 없다.
'사진 찍으러 미국에 가지 않겠다'던 분이 대통령에 당선되어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그분은 "미국이 아니었으면 정치범 수용소에 있었을 것"이라고 미국에 고마움을 표했다. 북한 동포의 고통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수용소를 탈출했다는 강철환씨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그러나 그가 정말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수용소에 있지 않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자기 나라의 대통령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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