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 '쏴!' '쏴!'
2005.09.15 10:53
[양상훈, "'쏴!' '쏴!' '쏴!'," 조선일보, 2005. 6. 29, A34쪽; 양상훈 조선일보 정치부장.]
지난 3월 1일 오전 북한의 국경도시 함경북도 회령의 하늘은 맑았다. 작은 강가 황량한 들판에 불려나온 사람들은 옷을 껴입고도 잔뜩 웅크린 모습이다. 수천명이 넘어 보인다.
차량에 달린 커다란 스피커 두 개가 ‘재판’의 시작을 알린다. 자기가 아는 사람이 재판을 받는지는 여기서 알 수 있다. 이리저리 몰리는 군중을 경찰들이 통제한다.
“우리나라에 조성된 정세는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고 . . . 불법 월경을 비롯한 비사회주의 현상과의 법적 투쟁을 한층 강화하는 것이다.” 함경도 억양이 들판에 울려퍼진다. “판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이름으로서 주체 94, 2005년 3월 1일 함경북도 재판소. 형법 제290조 2항 . . . 제104조 사건을 심리하였다.”
군중 속에서 이 현장을 찍는 몰래카메라 앞에 갑자기 경찰이 나타난다. 경찰은 모르고 그냥 지나친다. 촬영자의 목숨이 끊어졌다가 다시 붙는 순간이다.
낭독된 법 조항들은 유괴죄, 비법(非法) 국경출입죄 등이다. 이 조항들 어디에도 ‘사형’은 없다. 그러나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9번째 사람에게까지 무기노동교화형 등이 선고됐다. 판결문 낭독 중에 연단 뒤의 사람들이 흰색 기둥 2개를 세운다. “열 번째, 피고자 박명길은 사형에 처한다. 열한 번째, 피고자 최재용은 사형에 처한다. 판결된 사항대로 즉시 집행하시오!”
몰래카메라 옆에 있던 한 여성이 “무섭다. 못 보겠다 난 . . .”이라고 말한다. 스피커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울린다. “사격수, 앞으로 갓! 자리에! 우로! 제자리에 기립!” 사형수 한 사람당 사격수 3명씩이다. 사형수들은 흰색 기둥에 묶여 있다. “앞에 보이는 적을 향하여 단발로 쏴!” 타타탕―. “쏴!” 타타탕―. “쏴!” 타타탕―. “그만!” 오전 11시 정각, 재판 시작 22분 만이다. 군중은 얼어붙어 있다.
시체들을 자루에 담아 군용트럭에 싣는다. 간부들이 지프, 검은 승용차, 군용트럭에 타고 가버린다. 수많은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뛰어다닌다. 교사가 인솔해 온 아이들도 있다.
다음날 아침, 탄광촌인 함경북도 유선의 벌판. 회령에서 서쪽으로 10킬로미터다. 군중들 앞에서 선전차량이 음악을 틀고 있다. 남녀가 탈북 관련 혐의로 재판받는 날이다. 오늘은 기둥이 한 개다. “피고 전운숙은 노동교화형 10년에 처한다. 피고 한복남은 사형에 처한다. 함경북도 재판소.”
큰 천 뒤에서 사형수의 눈을 가리고 입에 돌을 집어 넣는다. 말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사격수, 앞으로 가! 기립! 사격준비! 앞에 보이는 목표물을 향하여 단발로 쏴!” 타타탕―. 제대로 안묶였는지 사형수가 그대로 고꾸라진다. “쏴!” 타타탕―. 쓰러진 위로 사격이 가해진다. 다시 “쏴!” 타타탕―.
선전차량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얼마나 가련한 자들입니까? 얼마나 미련한 자들입니까? 배반자의 말로는 바로 저렇게 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시체를 자루에 담으려고 한다. 시체가 잘 안 들어가자 발로 차 밀어넣는다. 무표정한 군중이 철로를 따라 유선 시내로 흩어진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벌판에 바람이 불어 흙먼지를 몰고 지나간다. 일본과 영국에서 방영됐던 북한 공개처형 비디오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자막으로 끝난다. 우리나라에선 어느 TV방송도 이 비디오를 방영하지 않았다. 한 국회의원의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것을 보았다.
엊그제 국회에서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정부는 왜 북한 인권에 무관심한가”라는 질문에 “사람의 인권 중에서 굶어죽지 않는 것만큼 절박한 것이 없다. 현 정부가 (북한 인권 향상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반박했다. 인간답게 살 최소한의 인권보다 굶어죽지 않는 인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둘 다 있어야 살 수 있다. 그래야 개나 돼지가 아니라 인간이다. 민주화 시위를 했던 정 장관이 설마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한 공개처형장면이 우리 교회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최근 잇슈'에 올려져 있습니다.]
지난 3월 1일 오전 북한의 국경도시 함경북도 회령의 하늘은 맑았다. 작은 강가 황량한 들판에 불려나온 사람들은 옷을 껴입고도 잔뜩 웅크린 모습이다. 수천명이 넘어 보인다.
차량에 달린 커다란 스피커 두 개가 ‘재판’의 시작을 알린다. 자기가 아는 사람이 재판을 받는지는 여기서 알 수 있다. 이리저리 몰리는 군중을 경찰들이 통제한다.
“우리나라에 조성된 정세는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고 . . . 불법 월경을 비롯한 비사회주의 현상과의 법적 투쟁을 한층 강화하는 것이다.” 함경도 억양이 들판에 울려퍼진다. “판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이름으로서 주체 94, 2005년 3월 1일 함경북도 재판소. 형법 제290조 2항 . . . 제104조 사건을 심리하였다.”
군중 속에서 이 현장을 찍는 몰래카메라 앞에 갑자기 경찰이 나타난다. 경찰은 모르고 그냥 지나친다. 촬영자의 목숨이 끊어졌다가 다시 붙는 순간이다.
낭독된 법 조항들은 유괴죄, 비법(非法) 국경출입죄 등이다. 이 조항들 어디에도 ‘사형’은 없다. 그러나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9번째 사람에게까지 무기노동교화형 등이 선고됐다. 판결문 낭독 중에 연단 뒤의 사람들이 흰색 기둥 2개를 세운다. “열 번째, 피고자 박명길은 사형에 처한다. 열한 번째, 피고자 최재용은 사형에 처한다. 판결된 사항대로 즉시 집행하시오!”
몰래카메라 옆에 있던 한 여성이 “무섭다. 못 보겠다 난 . . .”이라고 말한다. 스피커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울린다. “사격수, 앞으로 갓! 자리에! 우로! 제자리에 기립!” 사형수 한 사람당 사격수 3명씩이다. 사형수들은 흰색 기둥에 묶여 있다. “앞에 보이는 적을 향하여 단발로 쏴!” 타타탕―. “쏴!” 타타탕―. “쏴!” 타타탕―. “그만!” 오전 11시 정각, 재판 시작 22분 만이다. 군중은 얼어붙어 있다.
시체들을 자루에 담아 군용트럭에 싣는다. 간부들이 지프, 검은 승용차, 군용트럭에 타고 가버린다. 수많은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뛰어다닌다. 교사가 인솔해 온 아이들도 있다.
다음날 아침, 탄광촌인 함경북도 유선의 벌판. 회령에서 서쪽으로 10킬로미터다. 군중들 앞에서 선전차량이 음악을 틀고 있다. 남녀가 탈북 관련 혐의로 재판받는 날이다. 오늘은 기둥이 한 개다. “피고 전운숙은 노동교화형 10년에 처한다. 피고 한복남은 사형에 처한다. 함경북도 재판소.”
큰 천 뒤에서 사형수의 눈을 가리고 입에 돌을 집어 넣는다. 말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사격수, 앞으로 가! 기립! 사격준비! 앞에 보이는 목표물을 향하여 단발로 쏴!” 타타탕―. 제대로 안묶였는지 사형수가 그대로 고꾸라진다. “쏴!” 타타탕―. 쓰러진 위로 사격이 가해진다. 다시 “쏴!” 타타탕―.
선전차량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얼마나 가련한 자들입니까? 얼마나 미련한 자들입니까? 배반자의 말로는 바로 저렇게 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시체를 자루에 담으려고 한다. 시체가 잘 안 들어가자 발로 차 밀어넣는다. 무표정한 군중이 철로를 따라 유선 시내로 흩어진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벌판에 바람이 불어 흙먼지를 몰고 지나간다. 일본과 영국에서 방영됐던 북한 공개처형 비디오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자막으로 끝난다. 우리나라에선 어느 TV방송도 이 비디오를 방영하지 않았다. 한 국회의원의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것을 보았다.
엊그제 국회에서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정부는 왜 북한 인권에 무관심한가”라는 질문에 “사람의 인권 중에서 굶어죽지 않는 것만큼 절박한 것이 없다. 현 정부가 (북한 인권 향상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반박했다. 인간답게 살 최소한의 인권보다 굶어죽지 않는 인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둘 다 있어야 살 수 있다. 그래야 개나 돼지가 아니라 인간이다. 민주화 시위를 했던 정 장관이 설마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한 공개처형장면이 우리 교회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최근 잇슈'에 올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