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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교인 102명

2008.08.12 16:48

관리자 조회 수:2227 추천:302

[김창범, “남포 ‘극동방송’ 지하교인 102명 처형․정치범 수용소행,” 미래한국, 2008. 7. 23, A30.]

서울에서 송출하는 기독교라디오방송인 극동방송(FEBC, AM 1188Khz, 1566Khz)만 듣고 예수를 알고 믿게 된 평안남도 남포시 주민 102명이 2년여의 신앙생활 끝에 체포되어 한꺼번에 비밀리에 처형되거나 요덕수용소에 강제 수용된 사건이 지난 2005년 4월에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자생적으로 생겨난 이 지하교회에 출석한 한 대학생이 성경에 대해 말하는 것을 우연히 엿들은 남포시 보안서 소속의 한 안전소조원에 의해 처음 고발된 이 사건은 김정일에게 보고되었으며 중앙에서 정치책임자까지 파견하여 1년여에 걸친 비밀수사 끝에 전모가 밝혀져 관련자 102명이 모두 체포된 북한 최대의 지하교회 사건이다.

이 기독교인들은 모두 남포보안서 구류장에 구금되었는데 당시 이들의 두려움 없는 믿음은 보안서 사람들을 한동안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한다. 낮 12시가 되면 정오를 알리는 사이렌이 시 전체에 울리는데 이 때 감방에 있던 이들이 일제히 일어나 큰 목소리로 ‘주기도문’을 암송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보안요원들이 소총 개머리판으로 그들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두드려 팼지만 무엇으로도 이 기도를 막을 수 없었다고 한다.

102명 가운데 40명은 예수를 믿는다는 실제적 이유는 숨기고 남한 녹화물을 불법 시청했다는 구실로 비밀리에 총살형에 처해졌으며 나머지 62명은 정치범수용소인 요덕15관리소로 보내져 현재 아무도 그 생사를 알 길이 없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10일 기자를 만난 북한 안전부 출신 한 탈북민(40)에 의해 처음 알려졌는데 그는 기밀문건으로 분류된 이 사건의 보고서를 직접 열람한 적이 있으며 상부에 업무 보고차 출장 온 남포 출신의 한 보안서 요원으로부터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북한에서 기독교 복음이 전도자 없이도 순수한 방송청취로만 전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외부와 단절된 북한 사람들에게는 성경말씀이 마치 폭탄과 같은 위력을 지녔음을 보여준 실제적인 증거이기도 하여 더욱 주목된다.

이 사건의 발단은 2003년 남포시 주민인 50대의 한 남자에 의해 시작됐다. 성씨가 김 씨로만 알려진 이 남자는 우연한 기회에 극동방송의 설교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 말씀들이 점차 마음에 궁금증을 키웠고 들을수록 북한에서는 들어본 일이 없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더 호기심을 가지고 경청하게 되어 점차 믿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4개월 동안 청취한 방송내용을 빠짐없이 종이에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무려 7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 되었다고 한다. 또 그는 성경을 구해서 기록한 내용과 비교하며 5개월 간 연구한 끝에 성경책의 거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깊은 영적 공감을 갖게 되면서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그는 성령의 감동으로 예수님의 은혜를 체험할 수 있었다.

마침내 그는 믿음의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아내와 20대의 두 아들에게도 그 내용을 전했다. 그리고 가까운 친척과 친구와 이웃들에게 그가 아는 성경 이야기를 전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그는 전도를 한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까지 그는 성경이라든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라는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세상에 우리 앞길을 밝혀주는 이와 같은 진리가 있느냐’고 물으면 모두가 이런 진리는 처음이라고 놀라워했다고 한다. 그들은 그것이 기독교의 복음인 줄 모르고 깊이 공감했던 것이다. 기독교 복음을 철학의 일종으로 전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부담 없이 접했고 쉽게 받아들인 것이다. 복음에 공감하고 감동받은 사람들이 다시 복음을 전하면서 몇 달 사이에 기독교인들은 무려 50명을 넘어섰다.

이 무렵 그 남자는 자신이 말하는 것이 바로 성경임을 고백하였는데, 이미 깊이 하나님의 은혜에 젖은 그들은 공개 총살형까지 몰고 올 무서운 성경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 신앙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그들은 사도행전에 나온 초대교회 사람들처럼 서로 돕고 의지하고 서로 나누는 믿음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방송 청취시설을 대담하게 설치하고 극동방송을 함께 들었다고 한다. 이것은 엄청난 파문과 파급효과를 가져왔고 마침내 지하교인이 100명을 넘어서게 했다. 전도자도 목회자도 없었지만 믿음을 가진 한 남자에 의해 인도된 이 모임은 진정한 교회의 역할을 다했으며 교회의 전통이 끊어진 오늘날의 북한 지하교회를 다시 회복시키시는 한 전형적 모델이라고 할 만하다.

또한 처형된 102인의 기독교인들은 신앙의 자유를 탄압한 김정일 정권에 의해 희생된 남포지역의 ‘북한기독교순교자’들로 한국교회사에 기록되어야 하고 뜻 있는 한국교회들이 나서서 그들의 불굴의 신앙과 순교를 기리는 별도의 추모행사를 가져야 한다는 평가이다.

이 사건 후 김정일정권은 성경의 부패성과 반동성을 전하는 일에 열을 올렸으며 성경의 위험을 알리는 각종 강연행사를 강화시켰다고 한다.
그들은 성경의 피해사례로 한 가족의 죽음을 들었다. 즉 “당신네 가족이 잘 살기 위해 온 가족이 폭포에서 뛰어내려라. 그러면 하나님이 받아주시기 때문에 죽지 않고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6가족이 뛰어내렸는데 셋째 아들은 거부하여 살아났다”며 성경을 퇴폐적인 책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북한의 종교탄압에도 불구하고 40만 명의 기독교 신자들이 북한에 있는 것으로 오픈도어 인터내셔널이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밝혔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오픈도어 선교회 아시아 책임자 첼링 씨는 “북한 기독교인 중 최소 5만-10만 명의 기독교인들이 북한 전역에 흩어진 강제수용소에서 신음하고 있다”며 “이들을 구해내도록 중국과 북한 정부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첼링 씨는 “북한 내 상황이 바뀌고 있다”며 “지난 달 방문했을 때 사람들의 태도, 영적 환경 등을 보면서 변화의 시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 변화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급속히 퍼져가는 성경반입 현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에 ‘성경보내기운동’을 펼쳐온 ‘모퉁이돌선교회’ 한 관계자는 “북경올림픽을 앞두고 성경반입은 더 어려워졌지만, 성경을 보내달라는 요구는 더 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중국을 통해 반입된 성경들은 혜산, 청진, 회령, 무산 등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발전한 나라일수록 성경을 많이 안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성경과 기독교신앙에 대한 갈망은 더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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