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라리 ‘韓은 美 아닌 中 선택해야’라고 밝히라," 조선일보, 2020. 10. 14, A35쪽.]


이수혁 주미대사가 국정감사에서 “70년 전에 한국이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사는 넉 달 전에도 “이제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 국가”라고 했다. 당시 미 국무부가 “한국은 수십 년 전 이미 미국을 선택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는데도 30년 넘게 외교관 생활을 한 이 대사가 비슷한 말을 또 했다. 말실수가 아니라 이 정권 사람들의 속내를 대변했을 것이다.


이 대사는 “우리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대한민국은 국익이 되기 때문에 미국과의 동맹을 선택한 것이다. 그것은 과거만이 아니라 지금도 마찬가지고 예측 가능한 미래에도 같을 것이다. 트럼프 이후 미국도 예전 같지 않지만 우리 안보의 최후 보루로 한·미 동맹 외에 다른 대안이 있나. 미국은 한반도에 영토 욕심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유민주 체제를 우리와 공유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한반도를 자신의 종속국이라고 생각하는 나라다. 역사적으로 지역 패권을 추구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폭력적 외교정책을 추진한다. 공산당 일당독재국가다. 무역량이 크다고 이런 나라를 미국과 저울질하며 선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철없는 운동권 학생이나 할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은 한반도를 몰락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그 뒷배가 바로 중국이다. 북한과 손잡고 대한민국을 침략한 나라가 중국이고, 그 전쟁에서 한국을 구한 나라가 미국이다. 지금 우리의 번영은 한·미 동맹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런 미국과 중국을 같은 반열에 놓고 저울질한다는 것은 심지어 중국에서도 존중받기 어려운 얄팍한 행동이다.


전대협 의장을 지낸 통일부 장관은 한·미 동맹은 ‘냉전 동맹’이라고 했고, 대통령 안보 특보는 “내게 최선은 실제 동맹을 없애는 것”이라 했다. 여당 외통위원장은 “주한 미군은 과잉” “유엔군은 족보가 없다”고 했다. 중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근본을 벗어나면 재앙을 만나는 법이다. 이제는 한·미 동맹 관리가 최우선 과업이어야 할 주미대사까지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한다. 조금 있으면 ‘미국 아니라 중국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