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검정(檢定)을 통과해 내년 3월부터 각 학교에서 쓰이게 될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모두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전근대사 비중은 줄어들고 근현대사 비중이 과도할 정도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 교육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불과 수십·수년 전에 벌어져 이해 당사자들이 생존해 있고, 아직은 역사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사건들, 여전히 정치적인 공방의 소재가 되고 있는 일들을 역사 교과서에 집어넣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불과 수십·수년 전에 벌어져 이해 당사자들이 생존해 있고, 아직은 역사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사건들, 여전히 정치적인 공방의 소재가 되고 있는 일들을 역사 교과서에 집어넣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본지가 금성·동아·미래엔·비상·씨마스·지학사·천재·해냄에듀 등 8개 출판사가 최근 일선 고교에 배부한 전시본(展示本)을 분석한 결과,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4000여년을 다루는 전근대사는 8종의 교과서가 평균 78페이지(25.5%)인 데 비해 조선 고종 즉위(1863년)를 전후한 구한말 이후 150년간의 근현대사는 228페이지(74.5%)에 걸쳐 다룬다. 근현대사가 전근대사의 3배에 달한다. 올해까지 고교에서 사용한 기존 한국사 검정 교과서는 전근대사와 근현대사를 절반씩 다루고 있다. 전시본은 각 학교의 과목별 교과서 선정을 위해 나눠주는 교과서다.
◇선사시대부터 조선까지 한꺼번에 다뤄
한국사 교과서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전근대 한국사의 이해', '근대 국민국가 수립 운동', '일제 식민지 지배와 민족 운동의 전개', '대한민국의 발전' 순으로 배운다. 검정을 통과한 8종이 모두 똑같다. '전근대 한국사의 이해'는 고조선 건국(기원전 2333년)부터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를 거쳐 고려시대와 조선시대까지 다룬다. '근대 국민국가 수립 운동'은 고종 즉위 이후 상황에서부터 국권 피탈(1910년)까지의 역사를 서술한다. '일제 식민지 지배와 민족 운동의 전개'에서는 그 이후부터 광복(1945년) 이전까지를 다룬다. '대한민국의 발전'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까지다.
이두형 서울 양정고 교사(한국사)는 "전근대사는 기간도 길고 내용도 방대하기 때문에 비중이 최소 3분의 1은 돼야 학생들에게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다"며 "(새 교과서는) 기존 교과서에 비해 중요한 사료나 지도가 빠져 있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실제로 비상교육 교과서의 경우 올해까지 사용한 기존 교과서에 비해 전근대사 비중이 크게 낮아지면서 반달돌칼, 고구려 기와와 발해 기와 비교 등 사진 자료와 고려 무신 정권기 주요 농민 봉기 발생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비롯한 참고용 도표 등이 상당수 삭제됐다.
◇교육 과정·집필 기준 변경이 발단
이처럼 과도하게 근현대사에 치우친 교과서는 고교 한국사 '교육과정'과 교육부가 지난해 7월 고시한 집필 기준에 따른 것이다. 전근대사에서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할 내용들에 대한 촘촘한 기준을 세우지 않고 느슨하게 정하는 바람에 전근대사의 비중은 크게 낮아지고, 근현대사에 편중된 교과서가 나왔다는 것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작년 7월 고시된 집필 기준은 A4 용지 2페이지에 불과하다"면서 "올해까지 사용한 한국사 교과서가 2011년 고시된 16페이지에 달하는 집필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것과 차이가 크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집필 기준의 경우 고려와 조선시대에 대한 집필 기준이 각각 3문장에 그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교과서 필진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교육부의 집필 기준은 근현대사의 경우에도 논란이 됐다. 대한민국이 유엔이 인정한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라는 내용을 비롯해 북한 도발, 북한 세습 체제,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내용 등이 빠졌다. 8종의 검정 교과서 중 6종이 '천안함 폭침'을 제대로 서술하지 않은 것은 이런 기준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전국 1642개 초·중·고 사립학교 모임인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이날 "편향성 논란이 제기된 8종 교과서를 내년 1학기부터 일선 고교에서 그대로 사용 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정부가 이른 시일 내에 집필 기준을 재정비하고 균형 잡힌 내용의 역사 교과서를 발간해 줄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냈다.
교육부는 이날 "교과서 내용이 좌편향적이라는 기사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8종 교과서는) 교육과정과 집필 기준, 편찬상의 유의점 등을 기준으로 전문성 있는 집필진이 기술했다"는 해명 자료를 냈다.
◇선사시대부터 조선까지 한꺼번에 다뤄
한국사 교과서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전근대 한국사의 이해', '근대 국민국가 수립 운동', '일제 식민지 지배와 민족 운동의 전개', '대한민국의 발전' 순으로 배운다. 검정을 통과한 8종이 모두 똑같다. '전근대 한국사의 이해'는 고조선 건국(기원전 2333년)부터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를 거쳐 고려시대와 조선시대까지 다룬다. '근대 국민국가 수립 운동'은 고종 즉위 이후 상황에서부터 국권 피탈(1910년)까지의 역사를 서술한다. '일제 식민지 지배와 민족 운동의 전개'에서는 그 이후부터 광복(1945년) 이전까지를 다룬다. '대한민국의 발전'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까지다.
이두형 서울 양정고 교사(한국사)는 "전근대사는 기간도 길고 내용도 방대하기 때문에 비중이 최소 3분의 1은 돼야 학생들에게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다"며 "(새 교과서는) 기존 교과서에 비해 중요한 사료나 지도가 빠져 있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실제로 비상교육 교과서의 경우 올해까지 사용한 기존 교과서에 비해 전근대사 비중이 크게 낮아지면서 반달돌칼, 고구려 기와와 발해 기와 비교 등 사진 자료와 고려 무신 정권기 주요 농민 봉기 발생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비롯한 참고용 도표 등이 상당수 삭제됐다.
◇교육 과정·집필 기준 변경이 발단
이처럼 과도하게 근현대사에 치우친 교과서는 고교 한국사 '교육과정'과 교육부가 지난해 7월 고시한 집필 기준에 따른 것이다. 전근대사에서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할 내용들에 대한 촘촘한 기준을 세우지 않고 느슨하게 정하는 바람에 전근대사의 비중은 크게 낮아지고, 근현대사에 편중된 교과서가 나왔다는 것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작년 7월 고시된 집필 기준은 A4 용지 2페이지에 불과하다"면서 "올해까지 사용한 한국사 교과서가 2011년 고시된 16페이지에 달하는 집필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것과 차이가 크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집필 기준의 경우 고려와 조선시대에 대한 집필 기준이 각각 3문장에 그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교과서 필진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교육부의 집필 기준은 근현대사의 경우에도 논란이 됐다. 대한민국이 유엔이 인정한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라는 내용을 비롯해 북한 도발, 북한 세습 체제,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내용 등이 빠졌다. 8종의 검정 교과서 중 6종이 '천안함 폭침'을 제대로 서술하지 않은 것은 이런 기준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전국 1642개 초·중·고 사립학교 모임인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이날 "편향성 논란이 제기된 8종 교과서를 내년 1학기부터 일선 고교에서 그대로 사용 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정부가 이른 시일 내에 집필 기준을 재정비하고 균형 잡힌 내용의 역사 교과서를 발간해 줄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냈다.
교육부는 이날 "교과서 내용이 좌편향적이라는 기사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8종 교과서는) 교육과정과 집필 기준, 편찬상의 유의점 등을 기준으로 전문성 있는 집필진이 기술했다"는 해명 자료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