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한국사 교과서 좌편향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에는 '자유민주주의' 대신 '민주주의'라고 서술한 교과서가 많아 논란이 됐다. 2013년에는 8종의 검정 교과서 가운데 5종이 6·25 전쟁을 남북 공동 책임으로 기술하고 대기업의 경제 공헌보다 독점·족벌 체제를 부각시켜 문제가 됐다.
교육계에서는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편향성 논란이 자주 불거지는 것은 좌파, 진보 학자나 전교조 교사 등이 한국사 교과서 집필을 주도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본다. 본지가 분석한 2020년 한국사 검정 교과서 8종 가운데 가장 편향성이 두드러진 '씨마스' 출판사의 경우 집필진 상당수가 과거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에 앞장섰던 좌파 교수 또는 전교조 교사 등이다. 특히 대표 집필자인 신주백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2014년 '좌편향 교과서' 논란이 불거졌을 때 문제가 됐던 천재교육사의 한국사 교과서 근현대사 부분을 썼던 인물이다. 당시 그는 3·1운동을 다루면서 유관순 열사에 대해 단 한 줄도 적지 않았다. "유관순이 친일파가 만든 영웅이라는 일각의 사관(史觀)을 따른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 교과서 반대에 앞장섰던 신 교수는 지난 4월 독립기념관 산하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으로 임명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산하 교과서검정심의위원회의 편향성도 지적된다. 위원장인 최상훈 서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 당시 한·미 협정 파기를 촉구하고 전교조 출신인 김병우 충북교육감 후보를 지지하는 등 좌파 성향의 학자로 분류된다. 5명의 검정위원 중 현대사 전문가인 임종명 전남대 사학과 교수도 대표적인 좌파 역사학자로 꼽힌다. 임 교수는 2011년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서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 부로 승인'이라는 구절에서 '한반도의 유일한'이란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검정 심사 절차'도 대폭 완화했다. 지금까지는 출판사가 교과서를 만들면 정부가 심의해 수정 사항을 집필진에게 '지시'했지만, 올해부터는 수정 사항이 있더라도 '권고'만 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집필자들이 좌편향 교과서를 만들어도 막을 길이 없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