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사학자의 왜곡된 역사 인식
2013.07.09 15:03
[강규형, “일부 국사학자의 왜곡된 역사 인식,” 조선일보, 2013. 3. 18, A30;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 현대사.]
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 세 명(박근혜․문재인․안철수) 중 누가 됐어도 적어도 외적으론 품격 있는 대통령이 탄생했을 성싶다. 그중 문재인 의원은 사적으로 만났으면 형님처럼 모시고 친하게 지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문 의원이 당선됐더라도 북방한계선(NLL) 문제로 탄핵 사유가 발생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헌법재판소도 선거 개입 등 법률 위반을 인정했듯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잘못한 점이 있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세해 노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지나친 처사였다. 그러나 NLL 건은 한 국가의 주권․영토 그리고 안전 보장 문제이기에 차원이 다르다.
이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은 거의 다 밝혀졌다. 민주화 운동의 대부였던 진보 인사 박상증 목사는 노 대통령의 철없는 언행을 "헌법 파괴"라 규정하면서 작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NLL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문 의원을 포함한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등 당시 회담 배석자는 모조리 노 대통령의 NLL 무시 발언을 부인했다. 정말 기억을 못 한다면 집단 기억상실이요, 기억하면서도 부인했다면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검찰 조사 결과는 후자가 진실임을 증명했다.
배석자들도 반역에 가까운 문제 발언에 대해 동의했고 문제를 못 느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이 이슈 때문에 수세에 몰리니 문 후보는 뒤늦게 허겁지겁 "NLL은 사실상 남북 간 영해선이고 단호하게 사수한다"는 선언을 했다. NLL 관련 갈팡질팡 행보는 영원한 낙인이 될 것이며 이 건으로도 탄핵 조건은 충분하고도 넘친다.
사실 노 전 대통령은 여러 번 공개적으로 NLL을 부정했고, 많은 좌파와 국사학계 인사는 이런 생각을 공유했다. 왜 그럴까? 바로 잘못된 역사관과 국사 교육에서 나온 케케묵고 삐뚤어진 민족 담론(談論)의 영향이었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원로 국사학자 이만열 교수의 최근 글('복음과 상황' 2013년 2월호 커버스토리)에서 이런 견해가 잘 나타난다. 북한 3대 세습과 박근혜 당선이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 . .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차제에 대화록을 공개해서 진실을 밝힘으로써 허위 비방과 선동을 한 당사자를 처벌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이 교수도 노 전 대통령의 NLL 부정 발언이 없었다고 잘못 생각했다. 이 글에서 유일하게 동의할 수 있는 점은 대화록을 속히 공개하자는 것 하나뿐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만열 등 국사학계 인사 여러 명이 등장하는 이승만․박정희 폄하 동영상 '백년전쟁'을 작년에 제작․배포했다. 2차 인혁당 사건 유가족들이 세운 재단이 제작 자금을 주로 지원했다. 돈을 많이 들여 교묘하게 제작했지만 대선용으로 급히 만들어서인지 치명적인 실수가 여기저기 보인다. 대선이 끝나고 난 다음엔 전교조 교사를 위시한 많은 중고교 교사가 순진한 학생들을 호도하는 교육 자료로 이 다큐를 이용하고 있다. 역사관의 편향성은 물론이고, 내용도 오류투성이이니 포토샵을 이용한 사진 조작까지 자행하는 역사 왜곡을 저질렀다. 이런 의도적 왜곡들은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할 위중한 사안이다.
민족적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하고자 국사 교육을 강화하고 국사학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애국 애족을 강조하는 이선근 박사류(流)의 국사학 전통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이제는 파괴적 민족 담론과 민중민주주의가 그것을 대체했다. 국사 교육이 오히려 대한민국의 공통 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과도한 애국 애족도 문제지만 국가 정체성 부정은 더 큰 문제이니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사회 통합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역사학계의 거목(巨木)인 차하순 서강대 명예교수는 최근 출간된 '한국현대사'(세종연구원)의 1장에서 올바른 역사 연구 자세에 대해 설명한다. 편향성을 피하면서 사실에 바탕을 둔 균형적이고 객관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차 교수도 우려하듯이 현재 주류 국사학계가 올바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말하긴 힘들 것이다. 국사학계의 자기 혁신이 요구된다.
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 세 명(박근혜․문재인․안철수) 중 누가 됐어도 적어도 외적으론 품격 있는 대통령이 탄생했을 성싶다. 그중 문재인 의원은 사적으로 만났으면 형님처럼 모시고 친하게 지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문 의원이 당선됐더라도 북방한계선(NLL) 문제로 탄핵 사유가 발생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헌법재판소도 선거 개입 등 법률 위반을 인정했듯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잘못한 점이 있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세해 노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지나친 처사였다. 그러나 NLL 건은 한 국가의 주권․영토 그리고 안전 보장 문제이기에 차원이 다르다.
이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은 거의 다 밝혀졌다. 민주화 운동의 대부였던 진보 인사 박상증 목사는 노 대통령의 철없는 언행을 "헌법 파괴"라 규정하면서 작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NLL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문 의원을 포함한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등 당시 회담 배석자는 모조리 노 대통령의 NLL 무시 발언을 부인했다. 정말 기억을 못 한다면 집단 기억상실이요, 기억하면서도 부인했다면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검찰 조사 결과는 후자가 진실임을 증명했다.
배석자들도 반역에 가까운 문제 발언에 대해 동의했고 문제를 못 느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이 이슈 때문에 수세에 몰리니 문 후보는 뒤늦게 허겁지겁 "NLL은 사실상 남북 간 영해선이고 단호하게 사수한다"는 선언을 했다. NLL 관련 갈팡질팡 행보는 영원한 낙인이 될 것이며 이 건으로도 탄핵 조건은 충분하고도 넘친다.
사실 노 전 대통령은 여러 번 공개적으로 NLL을 부정했고, 많은 좌파와 국사학계 인사는 이런 생각을 공유했다. 왜 그럴까? 바로 잘못된 역사관과 국사 교육에서 나온 케케묵고 삐뚤어진 민족 담론(談論)의 영향이었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원로 국사학자 이만열 교수의 최근 글('복음과 상황' 2013년 2월호 커버스토리)에서 이런 견해가 잘 나타난다. 북한 3대 세습과 박근혜 당선이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 . .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차제에 대화록을 공개해서 진실을 밝힘으로써 허위 비방과 선동을 한 당사자를 처벌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이 교수도 노 전 대통령의 NLL 부정 발언이 없었다고 잘못 생각했다. 이 글에서 유일하게 동의할 수 있는 점은 대화록을 속히 공개하자는 것 하나뿐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만열 등 국사학계 인사 여러 명이 등장하는 이승만․박정희 폄하 동영상 '백년전쟁'을 작년에 제작․배포했다. 2차 인혁당 사건 유가족들이 세운 재단이 제작 자금을 주로 지원했다. 돈을 많이 들여 교묘하게 제작했지만 대선용으로 급히 만들어서인지 치명적인 실수가 여기저기 보인다. 대선이 끝나고 난 다음엔 전교조 교사를 위시한 많은 중고교 교사가 순진한 학생들을 호도하는 교육 자료로 이 다큐를 이용하고 있다. 역사관의 편향성은 물론이고, 내용도 오류투성이이니 포토샵을 이용한 사진 조작까지 자행하는 역사 왜곡을 저질렀다. 이런 의도적 왜곡들은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할 위중한 사안이다.
민족적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하고자 국사 교육을 강화하고 국사학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애국 애족을 강조하는 이선근 박사류(流)의 국사학 전통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이제는 파괴적 민족 담론과 민중민주주의가 그것을 대체했다. 국사 교육이 오히려 대한민국의 공통 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과도한 애국 애족도 문제지만 국가 정체성 부정은 더 큰 문제이니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사회 통합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역사학계의 거목(巨木)인 차하순 서강대 명예교수는 최근 출간된 '한국현대사'(세종연구원)의 1장에서 올바른 역사 연구 자세에 대해 설명한다. 편향성을 피하면서 사실에 바탕을 둔 균형적이고 객관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차 교수도 우려하듯이 현재 주류 국사학계가 올바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말하긴 힘들 것이다. 국사학계의 자기 혁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