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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비료지원

2005.10.23 18:05

관리자 조회 수:947 추천:117

[김범수, “대북 비료지원, 北필요 식량생산 초과규모,” 미래한국, 2005. 6. 4, 1쪽.]

지난 16, 17일 양일 간 평양에서 열린 남북차관급회담의 결과 정부가 북한측에 무상으로 제공키로 한 900억 원 어치의 비료 20만t 등 정부가 지금까지 북한에 지원해온 비료가 북한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고도 남을 분량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특히 이번 정부의 비료지원 재개는 국제사회가 북핵문제로 대북지원을 중단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일부는 30일 정부가 99년 이후 올해까지 북한에 지원한 비료가 총 175만t에 달하며 비용으로 환산하면 5,6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것은 유안비료 기준으로 비료 1kg당 약 20kg의 알곡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할 때, 총 3,500만t (175만t X 20)의 양곡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북한의 수요량을 충족시키고도 남을 분량이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북한은 연간 510만t 가량의 식량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420만t 정도를 자체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북비료지원이 북한의 식량부족현상을 해소하지 못하는 이유로 경제의 총체적 붕괴, 농지의 고질적 산성화, 공동생산제도의 한계 등을 꼽고 있다.

한편 북한에 대한 비료지원은 북한주민을 위한 인도주의적 구호 목적뿐 아니라 북한체제의 유지를 위한 전략물자로 이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양곡은 일반주민들에게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군대에 제공되며 화학비료에 포함돼 있는 질안(질산암모늄)성분은 화약 등 무기제조의 기본원료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민복 전 북한농업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이 제공하는 대부분 비료는 복합비료, 요소비료, 유안비료 등으로 무기성분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질안비료를 주로 사용하는 북한은 상대적인 여유 분량을 무기생산으로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재중 미 이지스재단 대표는 칼럼을 통해 “비료지원을 '인도적 지원' 품목에 포함시키는 것은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고 지적했고 북한 노동당 전 요원은 '북한당국자들이 비료를 농가에 전달하기도 전에 중국에 팔아 넘기는 경우도 흔하다'고 밝혔다. 또한 남북대화가 대북지원물자를 제공하기 위한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10개월 만에 재개된 최근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은 비료 20만t의 지원을 얻어냈지만 우리 정부는 6·15공동행사를 위한 당국대표단 파견과 장관급회담 서울개최만을 약속 받았으며 국제사회의 최대 현안이며 당사국의 문제인 핵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측의 언급도 들을 수 없었다. 북한측은 남북회담에 대한 공동보도문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비료지원에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국제사회는 한국의 대북지원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제2차 북핵위기가 불거진 지난 2년 동안 대북지원을 급격히 감소시켰고 최근에는 올해 대북지원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식량정책 담당 고위관료출신의 소식통은 “미국에는 1차 세계대전 직후 제정한 '적성국가통상법'이 아직도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의 근거가 되고 있으며 북한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미국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대북지원을 통해 북한체제를 지탱하고자 하는 한국정부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마저 북한체제와 대북지원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최근 북한이 비료 40만t을 요청하자 6자회담 재개 불투명에 따른 부담감 등의 사정을 들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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