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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지원, 국민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

2005.12.27 09:51

관리자 조회 수:860 추천:148

[박 진, “對北 지원, 국민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 조선일보, 2005. 11. 9, A31쪽; 한나라당 의원.]

최근 통일부가 국회에 제출한 '2006년도 남북협력기금 운용 계획'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정부출연금 외에 국채 발행으로 4,500억 원을 추가로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향후 5년 간 남북경협추진위 합의사항 이행과 대북 송전 준비 등에 5조 2,500억 원이 소요된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것은 식량 및 비료지원, 철도.도로 연결 관련 비용, 대북 관광 기반시설 지원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비이다. 많은 국민들은 빚을 내가면서까지 북한을 지원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서울 시민의 68.9%가 대북 지원금 액수가 많다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그 대표적인 예다.

물론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 준비라는 측면에서 인도적 차원의 합리적인 대북 지원을 반대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은 불가피하게 지출해야 하는 우리의 통일비용이다. 이를 두고 무조건적으로 퍼주기라고 비판하는 것 역시 한반도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대북 지원이 일방적 시혜에 그치지 않고 평화 정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노력 여부이다.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그러지 않아도 국민들은 재정 부담을 국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정부의 행태를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나라 빚으로 무조건적인 대북 지원을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국민적 합의가 결여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민들이 큰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정부의 대북 지원이 북한의 변화를 전혀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그룹과 북한의 갈등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은 우리 기업의 경영에까지 노골적으로 간섭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정부의 침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기본 권리인 인권 문제에도 이상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비료를 줘서 사람들이 탈북(脫北)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인권 개선'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주민들이 탈북할 자유를 박탈당한 채 인간 이하의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이 정부가 생각하는 자유와 인권이란 말인가?

물론 영양실조로 쓰러지고, 약이 없어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라면 조건 없이 도와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원칙 없는 일방적인 대북 지원과 남북경협이 과연 그러한 것인지는 한 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현 정부의 대북 지원과 남북경협 방식은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 북한 주민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대북 지원과 남북경협은 결코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북한의 변화를 먼저 촉구해야 한다. 특히 인권 문제에 계속 침묵하는 것은 범죄 행위와 다름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더 이상 북한의 눈치를 보며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지 말고 할 말은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의 인권 상황을 걱정하고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경청해야 한다.

우리의 대북 지원과 경협 사업이 북한의 인권 개선에 도움을 주고 북한의 변화를 하나 둘씩 이끌어낼 때,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서라도 적극 나설 것이다. 정녕 이 정부가 대북 지원 사업에 정치적 의도를 담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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