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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외계인 소행이라고 하라

2010.06.15 14:34

관리자 조회 수:1021 추천:152

[양상훈, “차라리 외계인 소행이라고 하라,” 조선일보, 2010. 5. 19; 편집국 부국장.]

천안함 사건 민군합동조사단의 윤덕용 단장은 재료공학 분야의 권위자다. 재료 분야 세계 최고의 3대 저널 모두에 한국인 최초로 논문을 게재했다. 카이스트(KAIST)에서 은퇴할 때는 독일 금속학회가 기념논문집을 그에게 헌정했다. 과학적 사실 발견에 평생을 바쳐 일가(一家)를 이룬 사람이다. 반면 야권(野圈)의 도지사 후보 한 사람은 한국식 정치의 전문가다. 운동권 활동을 하다 감옥에 갔고 나중에 한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는 평까지 들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다른 일도 아닌 과학적 사실을 놓고 윤 단장이 한 일에 대해 '소설 쓰지 말라'는 식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지금 윤 단장 등 국내 각 분야 전문가들과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의 전문가들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함께 조사하고 있다. 이들의 조사로 천안함은 어뢰에 피격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자 그 야권 도지사 후보가 나서서 "시계(視界)가 30㎝이고 수심이 10여m인 곳에서 소리없이 잠수함이 공격했다는 것이냐"고 한 것이다. 어뢰 공격일 리가 없다는 얘기다.

어뢰를 발사하는 데 시계는 30㎝가 아니라 10㎝라도 상관없다. 그곳 수역의 수심이 10여m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그동안 북 잠수함이 우리 바다를 드나들어도 그 소리가 단 한 번도 탐지된 적이 없다. 세계 최고라는 미 해군도 잠수함 음파를 잘 탐지하지 못한다. 결국 그의 말 중에 맞는 것이 거의 없다.

이 정치 전문 도지사 후보가 자연과학적 조사와 논증(論證)에 대해서 평생 단 한 번의 진지한 관심이라도 가진 적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 사람이 과학적 사실을 놓고 근거도 없이 그 분야 전문가들의 조사를 '소설과 억측'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 용기가 놀랍고 그 막무가내가 놀랍다.

우리나라의 일부 정당들은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드러나면 자신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좋든 싫든 이미 북한과 한배를 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한배를 탔다고 해서 꼭 같은 편은 아니겠지만 그 배가 침몰하면 함께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당들이 어쩌다 이런 입장이 됐는지, 어쩌다가 북한에 대한 진실을 두려워하고, 회피하고, 마음에 없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2002년에 방북(訪北)했던 미국 대표단은 북한으로부터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시사하는 충격적 얘기를 듣는다. 대표단의 일원이었던 데이비드 스트로브 당시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얼마 전 이렇게 회고했다. "서울로 돌아와 한국 외교장관,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 외교안보 수석 등을 만나 이 얘기를 전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햇볕정책에 타격을 우려해서인지 우리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믿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나중에 북한은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를 스스로 인정했다. 지금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것도 이렇게 '믿고 싶지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일부 국가들도 북한에 대한 진실을 눈앞에 두고도 보지 않으려 한다. 북한이 아웅산 테러로 우리 부총리 등 고위관계자 16명을 살해했을 때도, 민간항공기를 공중폭파시켜 115명을 몰살시켰을 때도 그 나라들은 진실을 눈앞에 두고도 보지 않았다. 범인이 잡혔는데도 눈을 감아 버렸다.

이제 어뢰 프로펠러가 발견되고 화약을 찾았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일부 정당들과 중국 같은 나라들은 "그렇다고 그 어뢰가 북한이 쏜 게 100% 확실하냐. 증거를 더 내놓으라"고 나올 것이다. 앞서의 그 도지사 후보는 벌써 "북한의 무기라는 증거가 있느냐"고 하기 시작했다.

백령도 바로 앞 바다에서 우리 군함에 어뢰를 쏠 나라가 북한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모든 정당과 중국․러시아를 위시한 세계의 모든 나라가 다 알고 있다. 알면서도 모른 척할 뿐이다. 주한 중국대사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에 억측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이 어뢰를 쐈다는 것은 그 중국대사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어떤 나라는 그 명백한 진실을 인정할 경우에 유엔과 국제 정치 무대에서 닥칠 일들이 곤란해서 모른 척하고, 어느 정당은 선거에서 불리할까 봐 모른 척할 뿐이다. 이들은 김정일이 자백하기 전에는 결코 진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도 이제는 한국 기뢰설, 미군 오폭설, 좌초설과 같은 황당한 괴담들은 입에 잘 올리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뭐란 말인가. 중국이 쐈나? 러시아인가? 일본인가? 모두가 아니고 북한도 아니라고 믿고 싶다면 이 어뢰는 외계(外界)에서 날아왔다는 말인가. 차라리 그런 것 같다고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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