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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천안함 음모론자들 수준 보여준 ‘멍게 소동,’ 조선일보 2011. 4. 8, A31.]

지난해 3월 서해에서 천안함을 공격한 북 어뢰추진체에 동해에만 서식하는 붉은 멍게가 붙어 있다는 음모론자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으로 또 한 번 밝혀졌다. 국방부는 6일 "유전자(DNA) 분석을 의뢰한 결과, 어뢰추진체에 부착된 물질이 붉은 멍게나 다른 생명체라면 DNA가 검출돼야 하는데,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인터넷매체 서프라이즈 대표 신상철씨가 나서 "동해에 살고 있는 붉은 멍게가 서해에서 인양된 어뢰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어뢰추진체가 천안함 침몰과 무관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라며 '붉은 멍게' 소동에 불을 붙였다. 그는 민주당 추천으로 천안함 합동조사단의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다가 하루 만에 "(군이) 다 조작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며 합조단을 이탈한 이후 사사건건 음모론의 소재를 찾으려고 날뛰었던 인물이다.

신씨는 작년 5월 "천안함 사고는 좌초 후 다른 선체와 충돌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충돌한 선체는) 미군 측 군함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었다. 신씨는 미 군함과의 충돌 주장에 대해 "그건 군(軍)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아무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주한 미 사령관과 미국 대사가 고 한주호 준위의 분향소를 방문한 것을 두고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 깊숙이 연루된 게 분명하다"고 했었다. 좌파단체나 야당 일부는 신씨가 이런 소동을 벌일 때마다 박수부대로 따라다녔다.
이런 신씨를 민간조사위원으로 추천했던 민주당은 그를 천안함 토론회에까지 불러내 황당한 주장을 되풀이하도록 했다. 신씨는 "북 어뢰에 적힌 '1번'이란 글씨는 우리가 쓴 것 같다"고까지 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우리'라는 게 누구를 가리키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신씨 같은 수준의 사람이 천안함 폭침 음모론의 마이크를 1년 넘게 쥐고 있었다는 사실만큼 진화(進化)하지 못하고 퇴화(退化)하고 있는 이 나라 좌파의 지적․정신적 상황을 나타내는 증거는 달리 없다. 아무튼 '붉은 멍게' 소동은 신씨와 그와 함께 어울려 다니던 인간들이 벌여온 천안함 음모론의 수준을 보여주는 종합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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