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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숨은 천안함 음모론

2011.06.03 09:42

관리자 조회 수:821 추천:46

[정우상, “잠시 숨은 천안함 음모론,” 조선일보, 2010. 12. 14, A38.]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은 11월 17일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침몰했다는 조사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이제 천안함 폭침 8개월이다. 하기는 이 나라 공영방송은 KAL기 폭파 20여년 뒤에 그게 김정일 소행이라는 데 의문을 다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기도 했었다.

이번 내용은 천안함 함체와 북한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은 폭발이 아닌 100도 이하에서 발생하는 물질이란 내용이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어뢰추진체는 오래전부터 바닷속에 있었거나 누군가 조작한 것 아니냐는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 실험을 했다는 학자조차 어뢰 폭약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성분이 왜 천안함 선체와 어뢰 추진체에서 동일한 형태로 발견됐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럼 뭐냐'는 데 대한 답은 여전히 없다. 의문을 위한 의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천안함 폭침 이후 좌초설․오폭설․피로파괴설 등 첫 번째 괴담이 근거를 잃으면 두 번째 괴담이 자리를 대신했다. 또 하나가 추가되자 한동안 잠잠하던 천안함 음모론 세력들은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는지 재조사를 요구했다. 그때가 북한군이 연평도에 포탄을 쏟아 붓기 일주일 전이었다.

어뢰추진체에서 발견된 '1번'이란 숫자는 "어뢰 폭발 정도의 고온에서 매직펜은 타서 없어진다"는 '과학적'(?) 설명과 함께 줄곧 조롱의 대상이었다. 야당은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침몰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우리끼리 8개월을 싸우는 사이 북한은 또 다른 도발을 준비했고, 그 결과는 11월 23일 연평 포격이었다. 천안함 음모론을 제기하며 자신의 과학적 지식에 스스로 놀라던 사이비 과학자들과 거기에 발을 걸치고 있던 정치인들의 머리에도 포탄이 떨어졌다.

연평도 그날 이후, 야당은 어느 순간 천안함 음모론을 접은 모양새다. 영원히 포기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전제를 깔고 연평도 문제를 다루고 있다. "천안함 이후 정부가 무슨 준비를 했느냐"며 안보 무능을 질책하는 것이 한 예다. 게다가 연평도에 떨어진 북한 방사포 잔해에선 고온에서 타서 없어진다던 어뢰의 '1번'과 유사하게 손으로 쓴 '①'이 나왔다. 그러자 이들은 다시 "수중과 육상의 폭발 조건이 다르다" "폭발 반경이 다르다"며 횡설수설했지만 기세는 크게 꺾였다.

연평 포격 이후 20여일이 흘렀다. 천안함 음모론을 맹신했던 정치인들은 공격 대상을 정부의 대북 정책으로 슬그머니 바꿨다. 북한 어뢰에서 나온 '1번'을 소재로 각종 패러디를 만들며 웃고 떠들던 사람들도 잠잠해졌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인 것을 믿지 않아야 잘난 것인 양하던 사회 일각의 풍조도 어디로 숨었다. 그러나 또 나올 것이다. 지금 그들은 "지금 전쟁하자는 거냐"는 구호로 얼굴에 잠시 분칠을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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