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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트라우마센터는 왜 안 되나

5.18 광주, 4.3 제주, 세월호… 안산에 ‘국립 트라우마센터'
천안함 생존 병사엔 조롱·욕설… 희생자에도 진영과 계급이 있나

[박은주, "천안함 트라우마센터는 왜 안 되나,"  조선일보, 2021. 4. 10, A27쪽.]

“지난해 5월 세운 ‘4·3트라우마센터’를 관련 법률이 제정되는 대로 국립 트라우마센터로 승격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며칠 전 ‘제주 4·3 희생자 추념사’에서 이렇게 약속했다. 제주 4·3 사건은 1948년, 73년 전 일어났다.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8일에도 광주를 찾아 ‘국립 트라우마치유센터’를 발표했다. 2012년 민간 주도로 세운 센터가 2023년에는 ‘국립 국가폭력 트라우마치유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격도 올라간다. 건립 예산은 70억원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 일어났다.

기존의 광주, 제주 센터는 민주화 유공자와 그들 가족, 유가족을 주 대상으로 하고, 심리 상담, 사회 적응, 한방 치료 등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침과 도수, 물리 치료가 포함된 경우도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건 생존자, 유가족을 위한 ‘국립 안산 트라우마센터’ 건립 예산(약 130억원)도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다.

역사의 굴곡은 많은 주검을 남겼다. 그중 특별한 트라우마센터를 짓는 경우는 ‘지도자 관심 사안’일 때다. ‘기타 트라우마 환자’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 문답으로 보여드린다. 세월호 참사 4년 전인 2010년 3월 26일 21시 22분, 서해상 ‘천안함’에 타고 있던 전준영 예비역 병장(당시 상병) 이야기다. 동기 5명 중 홀로 살아남았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고 있다고 들었다.

“그들을 살리지 못했다는 자괴감, ‘패잔병’이라는 비난과 조롱, 각종 음모론, 그런 것을 떠올릴 때마다 미칠 것 같다.”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나.

“나 말고도 환자가 여럿이다. 지난 3월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동료를 만났다. 손목에 칼로 그은 자국을 봤다. 같이 펑펑 울었다.”

-군인 장애는 서울 중앙보훈병원에서 치료해주지 않나.

“공짜 진료 해준다. 그런데 저는 한 번 갔다가 다시 안 간다.”

-이유는?

“보훈병원에는 6·25 참전, 월남 참전 어르신들이 오신다. 환자가 정말 많아 진료대기가 3개월이다. 나까지 더해 대기 기간을 늘리기 싫다.”

-어디서 치료받나.

“제가 사는 대전 개인병원에 다닌다. 의사가 해군 출신이라 마음이 잘 통한다.”

-비용은?

“내 돈으로 낸다.”

-국가에 청구하면 되지 않나.

“보훈병원에서 타 병원 위탁진료를 승인해야 가능하다. 응급상황이 아니면 사후 청구가 안 되는 것으로 안다.”

-다른 국가 시설은 없나.

“모든 국민에게 열린 트라우마센터가 전국에 몇 곳 있다. 그런데 새 병원 가서 진단받으려고 그림 그리고, 새로 인터뷰하는 것이 고통이다. 위탁병원에 정신과가 있는 경우가 드물다. 군인으로 얻은 정신 장애는 알아서 견디는 것밖에 없다. 군인들이 왜 다시 손목을 그었겠나.”

‘살아 나와 다행'이 아니라 ‘살아있어 고통'인 것은 ’11년 전 기억’ 때문만이 아니다. 천안함 재조사 ‘꼼수’가 좌절되자, 누군가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에게 “왜 자살하지 않느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천안함 기사에는 조롱과 욕설이 달린다. 북한 공격으로 46명, 실종자 수색 중 한주호 준위까지 47명이 숨졌다. 그보다 많은 58명이 지금 ‘산 죄’로 고문을 당한다. 군인들만 괴롭나. 생존자와 그 가족, 전사자 유가족이 겪는 고통은 ‘아픈 역사’가 아니라 ‘현재의 재앙’이다. 전준영 씨는 그사이 또 병원에 다녀왔다. ‘고통에도 진영이 있고, 유가족에도 계급이 있다’고 이 정부의 태도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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