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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독립운동가로 볼 수 없어

2005.11.16 11:02

관리자 조회 수:960 추천:123

「이현희, “김일성, 독립운동가로 볼 수 없어," 미래한국, 2005. 4. 23, 3쪽; 성신여대 명예교수.]

대한민국 공직자들의 김일성에 대한 호평(好評)이 이어지고 있다. 장관급인 광복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강만길씨의 ‘김일성 항일빨치산운동을 독립운동으로 봐야 한다’는 발언에 이어 열린우리당 김원웅의원은 13일 오마이뉴스의 기고문을 통해 강씨의 발언을 옹호하고 나섰다.

강씨는 임시정부 수립 86주년 기념식의 상하이 개최와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김일성의 항일빨치산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대해 “일제시대의 독립운동은 어디까지나 독립운동이다. 항일운동을 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니 만큼 김일성 전 주석의 항일 빨치산 운동도 독립운동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은 “김일성이 왔다. 김일성이 살아왔다. 분단 60년의 아픔, 냉전체제의 무자비함 속에서 철저하게 죽었던 그 이름 ‘독립운동가 김일성’의 이름으로 돌풍을 예고하며 우리 곁에 와 있다”라고 시작되는 기고문을 통해 김일성의 독립운동사실을 역설했다.
그러나 한국근현대사연구계의 권위자 이현희 성신여대 명예교수는 “이 같은 김일성에 대한 평가는 북한의 왜곡된 역사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과장된 평가”라며 “전체적인 독립운동사에서 김일성의 항일투쟁은 미미(微微)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는 “독립운동으로 인정하자는 주장은 곧 독립운동으로서의 평가(評價)를 넘어 포상을 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인데 “김일성의 항일투쟁은 그 같은 독립운동으로 평가받을만할 정도가 아닐 뿐 아니라 광복 이후 그의 반민족적 죄악상을 비춰볼 때 결코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성의 일제시대 항일투쟁은 1937년 보천보전투와 1939년 무산전투 정도였습니다. 물론 김일성은 본명이 ‘김성주’로서 광복 후 전설 속의 김일성 장군인 ‘김광서’(함경남도 북천군태생 1887 ~1937년 11월 전사)을 참칭하고 북한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김성주가 보천보전투와 무산항쟁을 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문제는 그러한 김성주의 항일투쟁을 어느 정도나 평가해줄 수 있느냐입니다.”

이 교수는 김일성의 지휘한 보천보 전투는 “보천보라는 리(里)단위 마을을 야습해서 하루 동안 분탕질한 것”이었고 무산전투 역시 “무산의 일본주재소를 습격했던 유사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동북항일연군은 중국공산군으로서 한국의 독립운동단체도 아니었습니다. 김일성은 동북항일연군에서 중국인과 조선인이 섞여 있는 30여 명을 이끄는 소대장급 신분으로 인근 보천보와 무산을 하루 밤 야습해서 분탕질한 데 불과하죠. 얕은 압록강을 넘어 잠깐 왔다 간 것입니다. 우리 측 자료는 물론 중국, 일본 측 자료를 종합해 볼 때, 김일성이 항일(抗日)의식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이를 가지고 독립운동을 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중공군에서 나중에 소련군으로 변신하는 김일성의 항일투쟁은 김일성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북한의 역사학계에 의해 확대, 과장, 왜곡되기에 이르렀다.  

“동북항일연군 말단 소대장의 행적은 북한의 조선전사나 이나영의 조선민족 해방투쟁사 등에서 잔뜩 부풀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정사(正史) 조선전사는 33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16권 이후는 김일성의 문중(門中)역사로 기술해놨죠. 가령 3·1운동은 평양지역에서 김일성이 주도했는데 8살 너무 어린 나이여서 3·1운동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식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일제시대 김일성의 행적도 온갖 왜곡이 이뤄졌습니다”

한편 이러한 북한식 김일성 평가는 남한의 소위 민중사관론자들에게 무비판적으로 수용됐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남한의 민중사관론자들은 보수세력에 대한 반발로 사료(史料)에 대한 취사선택이나 비판 없이 북한식 평가를 받아들였습니다. ‘김일성장군의 항일투쟁이 냉전논리로 폄하됐다’는 것이죠. 강만길 교수 역시 평소에도 그 같은 주장을 해왔지만, 공인이 된 이후에도 이 같은 견해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그가 사견(私見)이라고 주장하지만 누가 이를 사견으로 받아들이겠습니까?”
그러나 김일성의 독립운동가 인정 주장에 비판이 제기되는 더 큰 이유는 광복 이후 김일성의 반민족적 죄악상에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김일성은 45년부터 6·25이전까지 10월 대구폭동, 조선정판사 위폐사건, 여순반란사건, 제주 4·3유혈폭동 등의 배후였고 이는 소련 스티코프 대장의 문서 등에 밝혀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6·25에서는 수백만의 동족을 학살한 자가 김일성입니다. 동족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죠. 여기에 숱한 납북자·국군포로, 반체제인사들에 대한 폭압, 그리고 아들 김정일 대에 이르러 KAL기 폭파, 울진삼척테러, 1·21청와대 습격사건 등 테러행위에 이어 체제유지를 위해 200만에 달하는 주민들을 아사시켰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인물이 과연 독립운동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까?”

문제발언의 진원지인 강만길 씨는 국무총리 소속 광복60주년기념사업회 위원장직 뿐 아니라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독립운동사 대계(大系)를 다시 쓴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 교수는 강씨의 이 같은 ‘새로운(?)’ 독립운동사 기술(記述)에 “김일성의 행적이 뚜렷이 나타날 것”이라며 “남북의 통일된 독립운동사가 아니라 김일성의 공적을 위장 선전하는 식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민족이 하나 되려면 역사가 하나 돼야 한다는 그럴싸한 논리가 횡행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통역사에 반해 북한의 역사는 ‘김일성 역사’입니다. 합하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자꾸 북한식 논리에 따라가다가 남한까지 빨갛게 물드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습니다.”
이 교수는 정권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친일청산문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북한은 친일청산이 이뤄졌지만 남한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편향된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의 소위 친일청산은 김일성이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 방해세력을 제거한 것입니다. 소위 부르주아 계층들, 친미분자들과 함께 친일파들이 숙청되는 경우가 생긴 것이지 클리어(clear)한 친일파청산은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대다수 친일파들은 광복 후 남쪽으로 내려온 상태여서 친일청산이고 뭐고 없었죠. 그에 반해 남한은 초대내각이 독립운동가들로 이뤄졌고 이후 반민특위를 만들어 800명을 체포하고 상당수를 걸러냈습니다. 그런데 당사자도 모두 죽어버린 상태에서 이뤄지는 근래의 과거사청산은 정치적 목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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