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6·25 남침 70주년을 맞는 날이다. 김일성 집단의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한국군과 경찰 63만명, 유엔군 15만명이 죽거나 다쳤다. 민간인 희생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우리 민족이 겪은 수많은 전란 가운데에서도 가장 처참한 비극이었다.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전 국토를 피로 물들이면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우리 국민은 잿더미로 변한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섰다. 전쟁이 끝난 1953년 13억달러였던 GDP는 작년 1조6000억달러로 1000배 이상 늘어났다. 1인당 소득도 67달러에서 선진국 기준선인 3만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최빈국이었던 나라가 70년 만에 G7 초청장을 받는 위치로 탈바꿈했다. 우리가 압축적으로 이뤄낸 산업화·민주화·선진화가 6·25를 잊힌 전쟁에서 자유를 지켜낸 전쟁으로 바꿔 놓았다. 대부분 90을 넘긴 참전 국가 노병들은 자신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국가의 놀라운 성취에 감격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세계지도에서 지우려 했던 그 전쟁에서 패배했다면 한강의 기적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김씨 왕조의 폭정 아래서 자유도 인권도 없이 살고 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치는 일이다.
그 아슬아슬했던 역사의 갈림길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며 70주년을 맞고 있나. 전혀 알지 못했던 나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국민을 지키기 위해 미군 5만4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희생 덕분에 생존하고 번영해온 나라에서 "미군 떠나라"고 외치는 시위대가 미 대사관저 담을 넘어도 경찰이 막지 않는다. 국토 90%가 적진의 손에 넘어간 상태에서 마지막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낸 국군 영웅은 친일로 몰려 국립묘지에도 묻히기 어려운 신세가 됐다. 반대로 6·25 전쟁 때 김일성 편에 서서 훈장까지 받았던 사람은 대통령에게서 국군의 뿌리라는 놀라운 칭송까지 받았다. 여론조사에서 '6·25가 북한 책임'이란 20대는 44%에 불과하다.
지금은 그때와 얼마나 다른가. 북은 핵탄두 수십개를 보유하고 있고 그것을 싣고 한반도 전역을 때릴 수 있는 탄도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그래도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 3대 한미연합훈련은 모두 중단됐고 휴전선 일대 적의 동태를 감시하던 정찰비행은 금지됐다. 김정은과 벌인 몇 차례 쇼가 한반도 평화를 지켜줄 것이라고 한다. 국방일보가 '평화를 지키는 것은 군사력 아닌 대화'라고 한다. 우리는 70년 전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