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자주론(自主論)
2006.08.29 11:52
[사설: “미국에 예, 예 해야 하느냐"는 대통령의 自主論, 조선일보, 2006. 8. 10, A31쪽.]
노무현 대통령은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전시(戰時) 작전통제권 단독행사와 관련, “우리의 방위력은 지속적으로 증강되고 있다"면서 "전시 작전권 환수는 2009년에서 2012년 사이 어느 때라도 상관없다"고 했다. 대통령은 나아가 "(전시 작전권이) 지금 환수되더라도 괜찮다"고도 말했다. 대통령은 또 "작전권 환수시기를 앞당겨도 국가안보에 아무 문제가 없으며 한국군의 역량도 충분하고 한미동맹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연합사 해체 뒤의 유사시 미군의 추가 증원 전력이 한반도에 적시(適時)에 배치될 수 있느냐는 문제에 대해 "염려 안해도 된다.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한다"고 말했다.
우선 궁금한 게 있다.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지금 대한민국의 어떤 국민을 대변해서 이런 무책임한 안보관, 근거없는 한미 동맹관, 태평스런 대북 전력(戰力) 평가를 내리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누구보다 노 대통령이 외교를 총괄하도록 맡겼던 첫 외무장관과 대미(對美) 외교 지휘관으로 임명했던 첫 주미대사가 한국 안보와 외교가 파탄지경에 빠진 이유로 이런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자주(自主)외교 자주(自主)국방 강박증을 들고 있다. 건국 이래 국군 창설의 핵심 역할을 했던 창군(創軍) 원로들과 43년에 걸쳐 재직했던 13명의 국방장관이 이 정권의 조급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가 안보와 한미 군사동맹을 흔들고 있다고 항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이런 안보관과 동맹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과연 누군가. 노 대통령은 2002년 48.9%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지금 지지율은 10~20%대를 오가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80%의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자신 뒤에 있는 10% 또는 20%의 국민의 뜻만 가지고 이런 모험적 안보정책을 밀고 나가도 된다는 말인가. 이제 노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부터 시작될 차기 대통령 경선을 감안하면 반 년밖에 남지 않은 꼴이다. 그런 대통령이 대한민국 안보의 기본을 뒤흔들며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어도 된다는 말인가.
대통령은 “일부에서는 미국도 이제 한국을 자주국가로 대우해야 될 때가 왔다고 한다. 지금이 자주국가로서 위상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미국의 위성국가, 괴뢰국가였고 이승만부터 김대중 대통령까지는 그런 나라의 대통령이었으며 진정한 자주국가는 노무현 시대부터 시작한다는 말과 한가지다. 세계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위성국가 괴뢰국가로 불렀던 상대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북한밖에 없었다. 국민은 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대한민국 역사를 "기회주의가 득세하고 정의가 패배한 역사"라고 했던 사유를 이제 알게 됐을 것이다.
정말 걱정스런 일은 수백만 남북 군사력이 휴전선에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보위하고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해야 할 대통령이 안보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개념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은 “작전 통제권이야말로 자주국방의 핵심이다. 자주국방이야말로 주권국가의 꽃이다. 작전통제권이 없을 때 한반도에서 자주적 정부로서 역할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한미연합사가 있는 지금도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군을 지휘하는 최고 군 통수권자다. 현재 문제되는 것은 국가 자주성(自主性)과 직결되는 군 통수권이나 지휘권이 아니라 한국군과 미국군이 합동작전을 할 때 그것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이냐에 관한 작전통제권 문제다. 현재 논란의 핵심이고 출발인 작전통제권을 작전지휘권과 혼동해 주권의 꽃이니 하며 국민을 자주라는 단어로 오도(誤導)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통령은 진실 아닌 것을 진실인 듯 말하고 확인할 수 없는 것을 확인한 듯 이야기하면서 품위를 잃은 선동적 표현으로 냉철한 판단과 합리적 비판이 필요한 안보논의를 왜곡하고 있다.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자기 나라 군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갖지 않은 유일한 나라"라고 했다. 이것은 진실이 아니다. 독일과 영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전시에 NATO군 사령관에게 작전통제권을 넘긴다. 더욱이 한국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200만 병력이 집결 대치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며 안보의 주적(主敵) 북한은 핵을 머리에 이고서 대륙간 탄도탄부터 단거리 미사일까지 쏘아 올리는 나라다. 그걸 어떻게 무사태평한 나라에 비겨 국민 판단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가.
대통령은 “북한 위협은 부풀리고 한국의 방위역량은 많이 축소돼 알려졌다"고 했다. 이 정도 전력이면 안보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도 진실이 아니다. 대통령 산하의 국방부 국방연구원은 한국군 전력은 북한군에 비해 육군은 80%, 해군은 90%로 열세이고 공군만 103%로 백중(伯仲)하다고 하고 있다. 국방연구원이 허위 보고서를 썼거나 대통령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 한가지다.
대통령은 “(작전권을 거둬들여도) 염려 안 해도 된다.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한다"며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정보활동을 하게 돼 있고 작전권 환수한다고 위성을 내리겠느냐"고 했다. 일부는 사실이 아니고 일부는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을 마치 확인한 듯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선 주한미군 전면철수론이 의회와 언론에서 정면으로 거론되기 시작했고 국방부 고위관리는 추가 철군 규모까지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2년 전 LA 동포간담회에서 "한반도의 전략적 위치가 미국이 속이 좀 쓰려도 쉽게 포기할 만한 곳이 아니다"라고 장담했었다. 그런데 지금 미군이 언제 완전히 짐을 꾸려 떠나느냐가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실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면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작전권은 꼭 갖춰야 할 기본요건"이라며 "(2020년까지 621조원이 들어가는) 국방예산 소요는 국방개혁 군 구조개혁에 따르는 것이지 작전권 환수 때문에 더 들어가는 예산은 아주 적다"고도 했다.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작전권을 되찾기 위한 '자주 군대'를 키우겠다고 해놓고 거기 드는 621조원은 작전권과 상관없다는 얘기는 국민을 농락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621조원을 '어느 정도 비용'이라고 하는 것은 완전한 거짓이다. 아무리 허허벌판에 수십조원을 쏟아 부어 새 정부청사를 세우는 정권이라곤 해도 작년 한 해 국민이 낸 총 세금이 163조원인 나라에서 621조원은 '어느 정도 비용'일 수가 없다.
국민의 피땀을 끌어 모아 첨단장비를 사들인다고 불과 몇 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군대가 되는 것이 아니다. 기술 대변환의 시대에 군사장비는 5년 후면 고물, 10년 후면 퇴물이 된다. 최강국 미국도 다른 나라와 안보조약과 군사동맹을 맺어 방위비용을 적정수준에서 억제하려는 시대에 한국만 ‘바보 같은 자주국방'에 매달려 있겠다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자주론은 대한민국 역사와 정통성을 부정하는 자리에 서서 진실이 아닌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을 진실이고 사실인 양 하는 걸로 채워져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논하는 자리에서 “한국 대통령은 미국 하자는 대로 예, 예 해야만 합니까" 하는 그 말투와 품위가 우리 모두를 너무도 부끄럽게 만든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노무현 대통령은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전시(戰時) 작전통제권 단독행사와 관련, “우리의 방위력은 지속적으로 증강되고 있다"면서 "전시 작전권 환수는 2009년에서 2012년 사이 어느 때라도 상관없다"고 했다. 대통령은 나아가 "(전시 작전권이) 지금 환수되더라도 괜찮다"고도 말했다. 대통령은 또 "작전권 환수시기를 앞당겨도 국가안보에 아무 문제가 없으며 한국군의 역량도 충분하고 한미동맹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연합사 해체 뒤의 유사시 미군의 추가 증원 전력이 한반도에 적시(適時)에 배치될 수 있느냐는 문제에 대해 "염려 안해도 된다.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한다"고 말했다.
우선 궁금한 게 있다.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지금 대한민국의 어떤 국민을 대변해서 이런 무책임한 안보관, 근거없는 한미 동맹관, 태평스런 대북 전력(戰力) 평가를 내리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누구보다 노 대통령이 외교를 총괄하도록 맡겼던 첫 외무장관과 대미(對美) 외교 지휘관으로 임명했던 첫 주미대사가 한국 안보와 외교가 파탄지경에 빠진 이유로 이런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자주(自主)외교 자주(自主)국방 강박증을 들고 있다. 건국 이래 국군 창설의 핵심 역할을 했던 창군(創軍) 원로들과 43년에 걸쳐 재직했던 13명의 국방장관이 이 정권의 조급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가 안보와 한미 군사동맹을 흔들고 있다고 항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이런 안보관과 동맹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과연 누군가. 노 대통령은 2002년 48.9%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지금 지지율은 10~20%대를 오가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80%의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자신 뒤에 있는 10% 또는 20%의 국민의 뜻만 가지고 이런 모험적 안보정책을 밀고 나가도 된다는 말인가. 이제 노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부터 시작될 차기 대통령 경선을 감안하면 반 년밖에 남지 않은 꼴이다. 그런 대통령이 대한민국 안보의 기본을 뒤흔들며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어도 된다는 말인가.
대통령은 “일부에서는 미국도 이제 한국을 자주국가로 대우해야 될 때가 왔다고 한다. 지금이 자주국가로서 위상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미국의 위성국가, 괴뢰국가였고 이승만부터 김대중 대통령까지는 그런 나라의 대통령이었으며 진정한 자주국가는 노무현 시대부터 시작한다는 말과 한가지다. 세계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위성국가 괴뢰국가로 불렀던 상대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북한밖에 없었다. 국민은 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대한민국 역사를 "기회주의가 득세하고 정의가 패배한 역사"라고 했던 사유를 이제 알게 됐을 것이다.
정말 걱정스런 일은 수백만 남북 군사력이 휴전선에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보위하고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해야 할 대통령이 안보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개념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은 “작전 통제권이야말로 자주국방의 핵심이다. 자주국방이야말로 주권국가의 꽃이다. 작전통제권이 없을 때 한반도에서 자주적 정부로서 역할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한미연합사가 있는 지금도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군을 지휘하는 최고 군 통수권자다. 현재 문제되는 것은 국가 자주성(自主性)과 직결되는 군 통수권이나 지휘권이 아니라 한국군과 미국군이 합동작전을 할 때 그것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이냐에 관한 작전통제권 문제다. 현재 논란의 핵심이고 출발인 작전통제권을 작전지휘권과 혼동해 주권의 꽃이니 하며 국민을 자주라는 단어로 오도(誤導)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통령은 진실 아닌 것을 진실인 듯 말하고 확인할 수 없는 것을 확인한 듯 이야기하면서 품위를 잃은 선동적 표현으로 냉철한 판단과 합리적 비판이 필요한 안보논의를 왜곡하고 있다.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자기 나라 군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갖지 않은 유일한 나라"라고 했다. 이것은 진실이 아니다. 독일과 영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전시에 NATO군 사령관에게 작전통제권을 넘긴다. 더욱이 한국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200만 병력이 집결 대치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며 안보의 주적(主敵) 북한은 핵을 머리에 이고서 대륙간 탄도탄부터 단거리 미사일까지 쏘아 올리는 나라다. 그걸 어떻게 무사태평한 나라에 비겨 국민 판단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가.
대통령은 “북한 위협은 부풀리고 한국의 방위역량은 많이 축소돼 알려졌다"고 했다. 이 정도 전력이면 안보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도 진실이 아니다. 대통령 산하의 국방부 국방연구원은 한국군 전력은 북한군에 비해 육군은 80%, 해군은 90%로 열세이고 공군만 103%로 백중(伯仲)하다고 하고 있다. 국방연구원이 허위 보고서를 썼거나 대통령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 한가지다.
대통령은 “(작전권을 거둬들여도) 염려 안 해도 된다.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한다"며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정보활동을 하게 돼 있고 작전권 환수한다고 위성을 내리겠느냐"고 했다. 일부는 사실이 아니고 일부는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을 마치 확인한 듯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선 주한미군 전면철수론이 의회와 언론에서 정면으로 거론되기 시작했고 국방부 고위관리는 추가 철군 규모까지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2년 전 LA 동포간담회에서 "한반도의 전략적 위치가 미국이 속이 좀 쓰려도 쉽게 포기할 만한 곳이 아니다"라고 장담했었다. 그런데 지금 미군이 언제 완전히 짐을 꾸려 떠나느냐가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실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면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작전권은 꼭 갖춰야 할 기본요건"이라며 "(2020년까지 621조원이 들어가는) 국방예산 소요는 국방개혁 군 구조개혁에 따르는 것이지 작전권 환수 때문에 더 들어가는 예산은 아주 적다"고도 했다.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작전권을 되찾기 위한 '자주 군대'를 키우겠다고 해놓고 거기 드는 621조원은 작전권과 상관없다는 얘기는 국민을 농락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621조원을 '어느 정도 비용'이라고 하는 것은 완전한 거짓이다. 아무리 허허벌판에 수십조원을 쏟아 부어 새 정부청사를 세우는 정권이라곤 해도 작년 한 해 국민이 낸 총 세금이 163조원인 나라에서 621조원은 '어느 정도 비용'일 수가 없다.
국민의 피땀을 끌어 모아 첨단장비를 사들인다고 불과 몇 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군대가 되는 것이 아니다. 기술 대변환의 시대에 군사장비는 5년 후면 고물, 10년 후면 퇴물이 된다. 최강국 미국도 다른 나라와 안보조약과 군사동맹을 맺어 방위비용을 적정수준에서 억제하려는 시대에 한국만 ‘바보 같은 자주국방'에 매달려 있겠다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자주론은 대한민국 역사와 정통성을 부정하는 자리에 서서 진실이 아닌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을 진실이고 사실인 양 하는 걸로 채워져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논하는 자리에서 “한국 대통령은 미국 하자는 대로 예, 예 해야만 합니까" 하는 그 말투와 품위가 우리 모두를 너무도 부끄럽게 만든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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