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언론기관, 정치권, 학계 일부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을 조기 환수해 한국군이 단독 행사하자고 주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28일 한·미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도 양국은 미래연합군사령부 창설안 합의에는 실패했지만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 과제는 한·미 군사 관계뿐 아니라 국가 안보상의 중대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하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현행 전작권을 한·미가 공동으로 행사하고 한미연합사령관을 미군 4성 장군이 맡기로 한 것은 한미연합사(CFC) 창설 당시 한·미 간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 현재 한미연합사 지휘 체제는 한·미 양국의 공동 지휘 체제로서 결코 어느 한 쪽 국가가 단독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는 균형된 체제다. 한미연합사령관은 양국 대통령과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으로 구성된 국가 통수 및 군사지휘기구(NCMA)의 결정 및 지시에 따르도록 돼 있기 때문에 미군 대장인 연합사령관이 마음대로 전작권을 행사할 수 없다.
1994년12월 평시 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 전환된 뒤부터는 한국군의 위상이 더욱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한미연합사는 2015년 이후 새로운 '작전 계획 5015'를 운용하고 있다는데 그전에 운용했던 '작전 계획 5027'은 60여년간 각종 야외 기동 훈련이나 한·미 연합 훈련을 통해 완벽하게 보완·발전시켜온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종합 전략 지침서이자 전쟁 시행 계획서였다. 한·미 공동 작전 통제 체제와 연합 작계는 우리의 안보를 굳건히 보장해주는 '인체의 뇌수'나 척추에 비견될 수 있다. 필자는 1994년 평시 작전통제권을 한국군 단독 체제로 전환해올 때 당시 태스크포스(TF)장으로서 직접 대미 교섭에 참여했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이 문제가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이 글을 쓰게 됐다. 전작권을 한국군 단독 체제로 전환하면 우리 안보에 어떤 파급 효과가 있을까
첫째, 한미연합사 해체가 불가피하며 전쟁 억제 기능 약화로 북한의 도발 야욕을 자극할 수 있다. 전·평시 작통권을 모두 한국군이 단독 행사하면 연합사는 핵심 기능이 소멸돼 해체가 불가피해진다. 이 경우 주한 미군 사령관의 위상이 급격히 위축돼 4성 장군에서 3성 장군으로 격하됨은 물론 주한 미군 지휘권이 주일 미군 사령관 휘하로 전환될 수도 있다.
둘째, 미국의 한국 방어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 의식을 약화시킨다. 미군 4성 장군이 전작권을 갖고 한국 방어를 직접 책임진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은 미국에 직접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미국은 한반도 전쟁에 자동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군 사령관이 전작권을 갖고 있지 않으면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인 책임이 소멸될 수 있다. 또 미국 내 국민 여론과 의회의 지지가 변수로 떠오를 수 있고, 여파로 미군의 개입과 증원이 중지 또는 지연되거나 약화될 수 있는 위험한 취약성이 생기게 된다.
셋째,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군 증원 능력과 전쟁 수행 경험을 100%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작계 5027의 전시 증원 계획에 따라 한반도에 전개할 장비 가격만 개략적으로 계산해봤더니 1979년 화폐 가치로 1320조원 수준이었다. 지금 화폐 가치로는 2000조원이 훨씬 넘을 것이다.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엔 5개 항공모함 전단을 포함한 160여척의 함정, 2000여대의 각종 항공기, 69만명의 병력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전투 장비 외에 탄약, 수리 부속품, 연료 등 전쟁 필수 물자 등을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천문학적이 될 것이다.
미군은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모든 형태의 전쟁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세계 어떤 나라의 추종도 불허하는 값비싼 무형 전력, 즉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 모든 유·무형 전력을 한반도 방어에 직접 투입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현행 전작권 체제다. 더구나 평시 작통권을 한국군이 갖고 있고 합참의장이 한반도 평시 통합지휘권을 쥐고 있는 현재의 한미연합사 지휘 통제 체제는 우리의 자주권이나 국제관계 측면에서 봤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것이다. 전쟁에서 최고의 전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부전승(不戰勝) 전략이다. 현행 한·미 공동 지 휘 체제는 그 부전승 전략 요체 중의 요체라 할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까지 개발해 대남 군사 위협을 가중시키는 불안정한 안보 환경 아래서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전작권을 행사하는 현행 방식은 한국의 안보를 담보하는 최고·최선의 길이다. 북한의 전쟁 위협이 소멸된 뒤 그때 전략 환경에 맞춰 전작권 문제 등 전면적 안보의 틀을 다시 짜는 것이 순리라 할 것이다.
둘째, 미국의 한국 방어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 의식을 약화시킨다. 미군 4성 장군이 전작권을 갖고 한국 방어를 직접 책임진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은 미국에 직접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미국은 한반도 전쟁에 자동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군 사령관이 전작권을 갖고 있지 않으면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인 책임이 소멸될 수 있다. 또 미국 내 국민 여론과 의회의 지지가 변수로 떠오를 수 있고, 여파로 미군의 개입과 증원이 중지 또는 지연되거나 약화될 수 있는 위험한 취약성이 생기게 된다.
셋째,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군 증원 능력과 전쟁 수행 경험을 100%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작계 5027의 전시 증원 계획에 따라 한반도에 전개할 장비 가격만 개략적으로 계산해봤더니 1979년 화폐 가치로 1320조원 수준이었다. 지금 화폐 가치로는 2000조원이 훨씬 넘을 것이다.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엔 5개 항공모함 전단을 포함한 160여척의 함정, 2000여대의 각종 항공기, 69만명의 병력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전투 장비 외에 탄약, 수리 부속품, 연료 등 전쟁 필수 물자 등을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천문학적이 될 것이다.
미군은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모든 형태의 전쟁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세계 어떤 나라의 추종도 불허하는 값비싼 무형 전력, 즉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 모든 유·무형 전력을 한반도 방어에 직접 투입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현행 전작권 체제다. 더구나 평시 작통권을 한국군이 갖고 있고 합참의장이 한반도 평시 통합지휘권을 쥐고 있는 현재의 한미연합사 지휘 통제 체제는 우리의 자주권이나 국제관계 측면에서 봤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것이다. 전쟁에서 최고의 전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부전승(不戰勝) 전략이다. 현행 한·미 공동 지 휘 체제는 그 부전승 전략 요체 중의 요체라 할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까지 개발해 대남 군사 위협을 가중시키는 불안정한 안보 환경 아래서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전작권을 행사하는 현행 방식은 한국의 안보를 담보하는 최고·최선의 길이다. 북한의 전쟁 위협이 소멸된 뒤 그때 전략 환경에 맞춰 전작권 문제 등 전면적 안보의 틀을 다시 짜는 것이 순리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