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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북한 개입’ 둘러싼 진실게임


[김창범, "‘5·18 북한 개입’ 둘러싼 진실게임," 미래한국, http://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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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름 극장가를 강타하며 80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 ‘화려한 휴가’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5·18의 진실을 왜곡시킨 ‘화려한 정치 사기극’이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 현대사에서 ‘5·18광주민주화항쟁’으로 기록되게 된 1980년 광주사건이 ‘북한군 특수부대요원들에 의해 저질러진 폭동이었다’라는 탈북민들의 증언에 기반한다.  

2006년 12월 20일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는 탈북한 전 북한군인들이 설립한 자유북한군인연합 주최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이 단체의 임천용 대표는 “5·18 때 북한군특수부대 요원들이 대거 침투하여 남한정권 전복을 위한 배후교란 작전을 진행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한 진보좌파 집권세력에 일격을 가하는 양상이 되었고 이때부터 5·18 광주항쟁의 실체에 대한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되었다.

북한의 5·18 개입 논란의 중심이 서 있는 자유북한군인연합이 최근 증언 자료집을 출간했다. 지난 9월 발간된 ‘화려한 사기극의 실체, 5·18’이란 책이 그것이다.

이 책에는 모두 15명의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이 수록되어 있다. 이들의 증언은 북한 군인들이 배후에서 5·18을 주도했고 북한으로 돌아가 ‘공화국 영웅’ 칭호까지 받았다는 얘기를 전하고 있다.

결국 5·18은 북한정권에 의해 저질러진 남한정부 붕괴 시도였으며 광주민주화항쟁이라는 말은 이런 음모를 뒤덮기 위한 ‘화려한 사기극’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증언집의 중심내용이다.

그러나 이 책의 편집자는 머리말에 중요한 전제를 달고 있다. 5·18을 통해 많은 선량한 광주시민들이 북한군에 의해 희생되거나 무장폭도로 변질되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제 한국 사회는 광주시민들의 진정한 명예를 위해서라도 5·18에서 ‘민주화’라는 정치적 위장을 벗기고, “순수하고 죄 없는 무고한 생명들이 누구의 ‘작품’에 의해 선동의 제물이 되어 잔인하게 학살당했는가”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머리말에서는 또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주의 의거’가 나라의 민주주의 발전과 정체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30년이 다 되어가는 오늘에 와서까지도 국론분열의 중심에서 국가의 정체성과 안보를 흔들고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독성이 강한 말기 암 덩어리를 해부하는 것이 이상한 민주화의 논리를 운운하기에 앞서 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며 이 책의 의의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는 중요한 열쇠로서 탈북한 군인들의 5·18에 대한 생생한 증언들은 결코 외면되거나 무시되어서는 안 되고 ‘화려한 사기극의 실체, 5·18’이 새로운 논의의 역사적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화의 영웅이든, 사주당한 폭도이든 광주시민들이 당하는 고통을 밝히고 나아가 선량한 시민을 죽인 학살자로 둔갑된 대한민국 국군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또 이 엄청난 ‘살인 사기극’을 연출한 북한정권과 남한 좌익들의 음모를 밝히기 위해 5·18을 민주화라는 말로 더 이상 미화시키지 말고 역사적 실체를 밝히자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또한 5·18이 남한사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북한군의 개입에 의해 저질러진 남북관계의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점에서 탈북 군인들의 증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들의 증언은 매우 구체적으로 당시의 정황을 소개하고 있다. 이를테면, “보안 속에 있던 30개가 넘는 무기고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습격과 무려 6차례에 걸친 교도소해방작전, 발가벗겨진 여인의 머리와 팔을 잘라낸 사건, 칼로 수박을 조각내듯 머리를 난자한 사건, 어린 여학생의 가슴과 음부를 칼로 도려내고 방화한 사건, 광주현장에 출몰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복면부대사건” 등은 북한군 특수부대 요원들만이 할 수 있는 소행이라는 것이다. 또 이러한 측면들은 북한 내에서도 금기여서 탈북한 북한 군인들만이 증언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주장이다.

김일성은 이미 다음과 같은 지령을 내린 바 있다고 한다. “전국적인 총파업과 동시에 전략적 요충지대 곳곳에서 무장봉기를 일으켜 전신전화국, 방송국 등 주요 공공시설들을 점거하고 단전과 함께 통신 교통망을 마비시키고 임시혁명정부의 이름으로 북에 지원을 요청하는 전파를 날려야 한다.” 5·18은 이러한 지령을 현실화시켜 잠시나마 성공시킨 ‘남한정권 탈취극’이라는 것이다. 

전 고등중학교 교원이었던 한 증언자가 쓴 ‘교육자의 시각에서 본 5·18사건’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고통스럽고 비밀스런 이야기를 폭로한 이 글은 자신과 사랑하는 남자의 ‘자존감과 명예를 걸고’ 털어낸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북에서 공화국영웅이라는 칭호를 받은 이 남자는 5·18의 개입 과정과 활동 내용을 매우 사실적으로 전하고 있다. 일개 아녀자의 입장에서 상상해서 증언했다고 보기에는 그 증언 내용이 현장 상황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또 ‘북한군 건설여단 33명의 떼죽음 속에 숨겨진 광주의 비밀’이라는 증언에서 등장하는 공화국 2중 영웅의 칭호를 받은 한 특수요원의 자전적 일기는 5·18의 진상을 매우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특히 5·18 현장에서 북한군들이 남한의 여성정보요원을 어떻게 잔인하게 죽였는지를 묘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황해남도 신천군 정찰국종합훈련 판정경기에서 만난 공화국 영웅 40명의 전투기록장에 관한 이야기, 북한 당기관의 공식적인 보도자료에 북한의 특수부대와 공작부대가 광주봉기를 비롯하여 주요 항쟁시위를 주도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는 증언, 북한 TV방송에 나온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른 사람들을 보고 저 사람들이 북한에서 파견한 특수부대요원이라고 증언한 사람의 이야기, 5·18은 북한에서는 이미 비밀이 아니고 공화국 영웅들이 등장하면서 김일성과 김정일이 짜고 만든 작품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는 북한사회의 현실 등이 이 책에서 증언되고 있다.

이 책은 결국 5·18의 진실은 북한 특수부대가 잔인성과 선정성으로 평화적 시위를 자극, 흥분시켜 김일성 부자의 죄 값을 전두환 신군부에 떠넘긴 ‘화려한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따라서 날조, 가공된 5·18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5·18의 역사적 의미는 반드시 재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일관 된 주장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증언자들은 모두 5·18에 참가한 북한 군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혹은 간접으로 듣고 전했다고 밝히고 있다. 소위 ‘카더라’ 수준의 이야기보다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정황을 묘사하고 있지만, 한편 이들도 역시 당사자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허점이 있을 수 있어 정확한 진상규명을 필요로 한다. 5·18이 재논의되어야 하고 그 실체를 바르게 밝히려는 노력이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또한 여기에 있다. #

김창범 편집위원 cbkim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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