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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과 광우병...그 거짓의 몽타주

2008.07.30 10:29

관리자 조회 수:915 추천:95

‘PD수첩’과 광우병...그 거짓의 몽타주



[윤석민, “‘PD수첩’과 광우병...그 거짓의 몽타주,” 조선일보, 2008. 7. 7, A30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무표정한 노인의 모습은 그 자체로는 별다른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앞에 행복한 사람들의 일상 장면을 보여주면 노인의 무표정은 평온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비참한 사람들의 모습을 앞에 연결하면 똑같은 노인의 모습은 고난의 표정으로 읽히게 될 것이다. 누구나 아는 영상 편집 이론의 기초다. 영상물의 의미는 독립적인 커트에 의해서가 아니라 커트들의 접합, 이른바 몽타주를 통해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1+1은 3이 되고 4가 되며, 주장이 되며, 파괴적 선동물이 되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다룬 MBC ‘PD수첩’ 영상물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혹시나 해서 다시 본 ‘PD수첩’ 4월 29일자 방송은 엄밀한 분석이 굳이 필요할까 싶을 만큼 너무도 명백하게 분명한 의도의 몽타주를 드러내고 있었다. 주저앉은 소를 전기충격기 및 물대포로 일으켜 세우고 지게차로 밀어붙이는 충격적인 장면은 다시 보아도 끔찍했다.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장례식에서 오열하는 모습, 옷가지 등 유품을 쓰다듬으며 흐느끼는 모습엔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절절한 슬픔이 다가왔다. 여기에 산송장과 같은 광우병 환자의 모습이 겹쳐졌다. 앵커의 어깨 너머엔 “목숨을 걸고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 합니까”라는 캡션이 걸려 있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 있으랴. 몸을 못 가누며 비틀거리다 주저앉고 뒹구는 소의 애처로운 모습에서, 이를 도축장으로 강제로 밀어넣는 인간들의 잔인한 행태에서, 딸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어머니의 모습 속에서 공포와 슬픔, 분노를 공감하지 못했다면 그게 정상적인 인간인가?


하지만 이 모든 장면들은 허위로 드러났다. 몸을 못 가누는 다우너 소들, 뇌에 구멍이 송송 뚫려 목숨을 잃은 아레사 빈슨의 사인은 광우병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원래 프로그램엔 이러한 장면들이 광우병과 직접 관련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언급이 간간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장면 장면들이 접합되어 만들어낸 의미는 추호도 오해될 소지가 없이 분명하였다. 그것은 무서울 만큼 교묘하게 계산된 공포와 선동의 메시지였다. 사실과 주장, 진행자의 말실수와 오역 등이 적절하게 섞여 소름 끼칠 만큼 잘 만들어진 거짓의 몽타주였다.


이러한 몽타주는 순진한 어린 학생들, 그 아이들을 먹여야 하는 가정주부들, 그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들을 선동하였다. 이러한 선동에 넘어가지 않는다면 도리어 이상할 판이었다. 이성이 마비되었고, 분노가 치솟았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우리 사회는 또다시 갈가리 찢긴 가운데 정부와 국가가 위기에 직면하였다. 무엇보다도 진실이, 그리고 진정한 언론이 붕괴하려 하고 있다.


‘PD수첩’을 아끼는 사람으로서 호소한다. 사상 초유의 허위적 방송을 통해 국민을 과도하게 선동하고 국가를 혼란에 빠뜨린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PD수첩’은 진실의 무서운 힘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황우석 사태 당시, 애국주의의 집단 광기에 맞서 푸른빛의 칼끝 같은 기개로 끝까지 진실을 밝혔던 것이 ‘PD수첩’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무서운 진실의 칼끝은 ‘PD수첩’을 향하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겸허히 인정할 줄 아는 것이 PD수첩다운 용기다. 바른 언론의 길이다. 그래야 ‘PD수첩’이 살고 방송이 살며, 국민이 살고 국가가 산다. 시위현장에 관련 PD들이 몰려 나가 “국민 여러분, ‘PD수첩’을 지켜 주십시오.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곤봉과 물대포로 찍어누르는 정권에" 역사적 심판을 내려 주십시오”라는 유인물을 뿌리며 자신의 잘못을 선동의 정치로 돌파하려는 모습엔 절망감에 가슴이 막막해져 온다. 민족, 국가, 진실의 이름으로 ‘PD수첩’의 양심적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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