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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불(不)정책’의 위선

2007.04.14 11:30

관리자 조회 수:1089 추천:116

[사설: “교육과 가난이 뭔지도 모르는 ‘3不정책’의 위선(僞善),” 조선일보, 2007. 3. 23, A35쪽.]
사립대총장협의회는 22일 “(본고사·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정책은 대학 경쟁력을 가로막는 대표적 규제이므로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21일엔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가 “3불정책은 대학 발전을 가로막는 암초”라고 했고, 19일엔 OECD가 “3불(Three Nots)은 대학 독립성을 명백히 제한하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 정권은 교육문제를 계급과 이념의 논리로만 본다. 특목고(特目高)는 비싼 과외 받은 잘 사는 집 아이들이 가는 학교이고 일반고는 비싼 과외 못 받는 못 사는 집 아이들이 가는 학교라는 식이다. 그러니 학교 간 학력격차를 입시에 반영하지 말라는 것이다. 본고사(本考査)도 사교육으로 대비할 수 있는 중산층 이상 아이들에게 유리한 제도여서 허용할 수 없다고 한다. 기여(寄與)입학제는 돈 많은 집 아이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어서 더더욱 안 된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22일 “3불(不)정책은 절대 무너뜨려선 안 된다”며 “지금 이만한 과학기술 발전도 평준화를 근간(根幹)으로 한 공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지금 즉시 전화를 들고 서울대에 한번 물어보라. 서울대가 얼마 전 이공계 신입생 중 고급 물리 강의를 들을 학생을 뽑으려고 치른 시험에서 과학고 출신은 91명 가운데 37명이 그 안에 들었고 일반고 출신은 141명 가운데 단 2명이 든 사실이 있느냐고 확인해보라는 것이다. 그러고도 그런 말을 한다면 더 뭐라 할 게 없다.
민족사관고는 대학수준 학력시험인 AP(대학교과목 선행(先行)학습) 테스트를 주관하는 미국 기관으로부터 ‘세계 최고 학력’을 인정받았다. 그 민사고 학생들이 올해 서울대에 7명이 합격했지만 외국 명문대엔 80명 넘게 합격할 것이라고 한다. 서울대가 민사고 출신 학생들의 우수성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이 너나 없이 외국 명문대로 진학하는 것이다. 이러면서 서울대가 ‘세계의 대학’을 지향한다면 그건 공연한 소리다.
우리 대학 가운데는 한 해 등록금이 1000만원을 넘어선 대학도 있다. 웬만큼 살림이 편 집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다. 집안 형편 때문에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줘 대학 교육의 기회를 주고 제대로 된 실험실습실을 갖춰 탁상공론식의 과학교육을 면할 수 있는 재원(財源)을 마련하자는 것이 기여입학제의 목적이다. 평등 소리를 입에 달고는 다니지만 실제론 가난한 집 아이들의 형편을 모르는 것이 이 정권의 위선적 평등주의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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