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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사죄, 잘못됐다

2009.06.17 16:09

관리자 조회 수:1208 추천:124

[이 헌, “검찰총장 사죄, 잘못됐다,” 조선일보, 2009. 6. 8, A35쪽;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임기 5개월을 남기고 결국 사직서를 제출한 임채진 검찰총장을 두고 조선일보는 “항상 사표 던질 각오로 재임”해 왔으며, “그의 재임 1년 7개월은 바람 잘 날이 없는 나날이었다”면서 그의 힘겨운 입장을 자세히 전했다.

임 총장은 사퇴하면서 “이번 사건 수사를 총지휘한 검찰총장으로서 국민께 사죄한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된 검찰총수로서 그에 대한 소환조사와 ‘상할 수 없는 변고’에 이르기까지 임 총장의 인간적 고민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검사는 전직 대통령의 비리를 포함하여 모든 범죄에 대하여 이를 수사할 권한과 의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전쟁을 수행 중인 최고사령관이라 할 만한 검찰총장이 수사를 마무리해야 할 시기에 사퇴하는 것은, 언론에서 비판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만한 사안이다. 그의 사퇴는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 임기제’를 도입한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에서 검찰이 피의사실을 언론에 수시로 브리핑하고 신병처리에 시간을 끌었던 것이 노 전 대통령 투신자살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는 여론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전직 대통령과 그 많은 측근인사에게 제기된 뇌물수수 범죄사실을 성역 없이 철저하게 수사하는 것이 검찰 본연의 임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비하면 그야말로 부수적인 문제라고 본다.

이른바 ‘검찰책임론’은 ‘의혹 없는 철저한 수사’를 주장하던 정치권이나 체제저항 세력이 ‘조문 정국’에 제기하는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 자칫 검찰총수의 대국민 사죄 표명은 검찰책임론을 자인하고 정치적 공세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검찰 수사의 잘못된 관행은 노 전 대통령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 형사사건의 모든 피의자에게 해당되는 문제이다. 전직 대통령 등 주요 공인의 부정부패사건에서 피의자의 인권침해보다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자 언론관이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언론에 피의사실을 알리는 관행을 오로지 검찰에만 돌릴 책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

공익의 대표자이자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형벌권을 행사하는 검찰권이 흔들려서는 아니 된다. 이제 검찰은 정치적 공세나 검찰의 수사관행이라는 제도적 문제에 대해 조급하게 책임지려고 할 것이 아니라,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마무리짓고, 국민에게 그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알려야 할 것이다. 이것이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고, 검찰책임론과 함께 이를 불씨로 정권타도에 나서려는 세력의 기도를 정리하는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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