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미디어법 개정, 모두가 패자(敗者)였다

2009.08.16 10:39

관리자 조회 수:1114 추천:141

[윤석민, “미디어법 개정, 모두가 패자(敗者)였다,” 조선일보, 2009. 7. 24, A26쪽; 서울대 언론정보학 교수.]

그것은 한편의 참담한 코미디였다. 법안은 이미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그것을 통과시키자고 본회의장을 사전에 점거하고 스크럼을 짜 의장석을 에워싼 이들이며, 그들을 대상으로 고함을 지르고 몸을 날리는 이들이며. 도대체 이런 악다구니의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처럼 참담한 자기 모멸을 겪어야만 하는가?

미디어법 개정이 과연 죽기 살기로 싸울 일인가? 어느 나라 어느 입법기관을 눈 씻고 찾아보라. 컴퓨터 세대.네티즌.휴대폰 세대가 주류를 이루는 21세기 미디어 융합시대에, 미디어 간 칸막이를 허물고 미디어 발전의 동력이 되는 자본 수혈을 용이하게 하려는 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이처럼 극단적으로 갈등하는 집단이 어디 있는가? 설사 이념의 차이로 정책대결 국면에서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히 맞섰다 해도 막판 표결 진행까지 이토록 난장판을 만드는 집단이 어디 있는가?

미디어법 개정의 당위성은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다. 법 개정을 통해 말도 안 되는 우스꽝스러운 규제를 걷어낼 필요성은 오히려 이 법 개정을 맨 앞에서 반대한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의 입장에서 가장 절박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종래 방송법에 따르면 대기업.신문사.외국자본은 지상파 주식을 말 그대로 단 한 주도 소유할 수 없다. 이처럼 극도로 경직된 소유제한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시비비는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얼마 전 논란이 된 대구MBC의 경우가 그중 하나다. ㈜쌍용이 동사의 지분 8%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동사는 2006년 초순경, 주식의 70%를 모건스탠리 계열의 사모펀드에 넘겼다. 외국자본 소유 회사가 된 것이다. 그 결과 대구MBC는 이 거래행위에 대해 책임이 없음에도 외국자본의 지상파 소유를 금지하는 방송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꼴이 되어 거액의 벌금을 물고 최악의 경우 사업권을 상실할 수도 있게 되었다. ㈜쌍용은 문제가 된 지분을 매각하려 했으나 현재까지 응찰자가 나서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한편에선 이 같은 코미디가 빚어지는 반면, 정작 방송행위 자체는 거의 자유방임상태로 방치해 온 것이 종래의 방송법이다. 온 국민이 소수의 독과점 지상파 방송이 전하는 내용에 따라 울고, 웃고, 기뻐하고 분노한다. 이처럼 영향력이 막대할수록 그에 따른 공정성과 책임성을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방송 현장은 사실보다 의도를 앞세우고, 이성보다 감성에 소구하며, 공정성보다 이념을 따르는 집단에 장악된 지 오래다. 선동적 포퓰리즘과 저질 상업주의의 천국이 된 방송의 횡포를 막을 장치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미디어법 개정은 이처럼 터무니없는 미디어의 소유 규제를 완화하되 그 책임을 강화하여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하도 이리저리 주물러진 탓에 여당이 제출한 최종 법 개정안에서 원래의 취지는 거의 퇴색하고 말았다. 소수 지상파의 독과점체제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기존 지상파 사업자의 1인 지분 상한선은 새로 도입되는 종합편성과 보도전문 채널보다도 오히려 높게 조정되었다. 신문사.대기업.외국자본의 방송참여는 실질적으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에 국한되었다. 독자 구독률 20% 이상을 차지하는 신문의 경우 아예 방송시장에 들어올 수 없는 사전규제가 설정되었고, 매체합산 시청점유율이 30%를 넘으면 소유규제가 가해지고 광고 수주도 제한하는 정책이 도입되었다. 독자 구독률이나 매체합산 시청점유율을 도대체 어떻게 정의하고 계산하겠다는 것인지, 심각한 충돌이 일 것은 불문가지다.

이처럼 누더기에 가깝게 만들 바에는 애초에 미디어법을 개정하려 한 이유가 무엇이었나? 기가 막혔다. 하지만 갈등과 대립으로 터지기 일보 직전의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든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법안 자체의 완결성보다 중요한 함의를 지니기에 어쩔 수 없으려니 했다. 이 정도까지 인내하고 양보하면 결국 합의에 도달할 수 있으리란 최소한의 합리성에 대한 기대였다. 아무리 중간과정의 갈등이 심했어도 마지막 표결만큼은 2004년 신문법 통과 때처럼 물리적 충돌 없이 진행되리라는 최소한의 양식에 대한 믿음이었다.

누더기 법률이 최악의 몸싸움을 거쳐 날치기로 통과되는 과정 속에서 이러한 기대와 믿음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모두가 패자였다. 아기를 두 동강 내도 좋으니 나눠 갖자는 여인과 차라리 아기를 포기할 터이니 아기 목숨을 살려 달라는 여인 사이에서 진짜 엄마는 누구인지 지혜롭게 분별했던 솔로몬의 우화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참담한 형태로 다시 쓰여야 할 것이다. 솔로몬의 법정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가운데, 진짜 엄마가 누군지 가리지도 못했고, 아기는 결국 끔찍하게 두 동강 나고 말았다고.
번호 제목 조회 수
123 [한전공대] 거액 적자 한전 돈 쏟아붓는 한전공대, 교수 연봉이 2억이라니 10
122 [중국] 중국의 경제적 압박, 힘 합쳐 막아내기 10
121 [일반, 청와대 개방] 청와대 국민 개방에 ‘총독 관저’ 끄집어낸 비루한 역사관 16
120 [일반, 국가 경찰 위원회] 현 국가경찰위, 중립적인가 17
119 [포폴리즘의 끝] 퍼주기 포퓰리즘의 끝… 64% 인플레 덮쳤다 13
118 [일반, 의대정원] 의대 정원 17년째 동결해 생긴 일들 12
117 [일반, 선거보조금] 올해 선거비 대부분 보전받고도 세금 867억원 따로 챙긴 與野 12
116 [국회의원연봉] 美 의원연봉 13년째 동결, 日 코로나때 삭감… 한국은 5년 연속 올려 21
115 [한전] 30조 적자 한전이 ‘문재인 공대’에 또 300억 투입, 이래도 되나 17
114 [공영방송] 세계 최다 한국 공영방송들, 세금 먹는 하마 아닌가 16
113 [탈북 어민 북송] 탈북 어민들 ‘남한서 살겠다’ 했는데 “귀순 의사 없었다”는 정의용 18
112 [공무원수] 5년간 공무원 수 동결키로, 비대해진 공공 기관도 수술해야 10
111 [물가] 국민의 ‘고통 분담’ 없이는 물가 못 잡는다 15
110 [탈북어민 북송] 귀순 의향서 쓴 어민 북송해 놓고 국민 속여 온 文 정부 16
109 [표현의 자유] ‘文 비판 대자보’ 20대 무죄 확정, 경찰 검찰 판사가 사과해야 17
108 [경제] 상반기 무역적자 13조원… 66년만에 최대 16
107 [반도체] 야당 출신에 맡긴 반도체 위원장, 이념·진영 떠나 반도체 사활 걸라 15
106 [공기업] 공기업 평가 ‘정권 코드’에서 ‘경영 성과’로, 개혁 출발점 돼야 12
105 [국가경쟁력] 윤 정부 시대적 과제가 무언지 알려준 ‘국가 경쟁력 추락’ 16
104 [사드 전자파] 사드 전자파 ‘무해하다’ 조사 결과 감춘 文 정권 13
103 [북한] 北 주민 전체에 백신·식량 줄 돈으로 미사일 쏜 김정은 14
102 [연금개혁] “개혁 안하면 MZ세대에 ‘연금 고려장’ 당할 수 있다”는 경고 13
101 [펀드사기] 옵티머스 로비스트 징역 9년, 文 정권 펀드 의혹 전모 밝혀야 11
100 [경제지표] 생산·소비·투자 일제히 감소, 악조건 속 출발하는 새 정부 11
99 [코로나] 3월 국내 초과 사망 63% 급증, 코로나 역주행 방역이 빚은 비극 11
98 [방송법개정] ‘내로남불’로 정권 잃고도 또 방송 장악 내로남불 12
97 [위안부문제] ‘한일 위안부 합의’ 알고도 숨긴 윤미향, 위선 가식 이뿐인가 12
96 [출산율] 美 출산율, 韓의 2배인 이유 14
95 [사법부] 최강욱 의원직 상실형, 몸통인 조국 사건은 29개월째 1심만 13
94 [핀란드, 안보] 핀란드 나토 가입 사건 15
93 [인사청문회] 조국이 울고갈 한동훈 청문회 15
92 [러시아] 러시아 전승절 12
91 [교통방송] 박원순 정치 방송 TBS, 시민 위한 방송으로 바뀌어야 11
90 [코로나] WHO “2년간 코로나로 세계 인구 500명 중 1명 사망” 12
89 [기타, 가덕도공항] 경제성 없는 것 알고 짓는 공항, 국가적 짐 되지 않겠나 12
88 [기타, 재일교포] “우리에게는 조국이 없어!” 12
87 [러시아] 러, 괴물 ICBM 시험 발사 “한방이면 프랑스 면적 초토화” 12
86 [동성애] 대법 “군인들 자발적 동성애는 무죄” 12
85 [우크라이나 지지] 한국은 왜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야 하는가 16
84 [청와대 이전] ‘안보’ 핑계로 집무실 이전 제동 文, 안보 말할 자격 있나 15
83 [러시아] “러시아와 우크라는 같은 민족”… 침략자 편드는 국내 유튜버들 16
82 [우크라이나전쟁] 70년 전 졌던 원조 빚 31
81 [러시아제재] 금융 핵폭탄, 스위프트(SWIFT) 10
80 [일반, 우크라이나] 러시아 침략 명분이 ‘평화’, 이게 국제 정치 ‘평화’의 본질 16
79 [일반, 국제질서] 50년 전 닉슨과 마오쩌둥 밀담 15
78 [ 6·25 전쟁,기독교인학살] “북한군, 6·25 퇴각 때 종교인 1145명 학살”… 진실화해위 첫 확인 16
77 [댓글조작,일반] 정찰총국 탈북자 “댓글 조작으로 韓 선거 개입” 이번도 그럴 것 22
76 [기타] 대통령의 퇴임 23
75 [중국] “소국이 감히 대국에…” 안하무인 中에 항의 한번 못해 22
74 [중국] 중국 여론 조작단 13
73 [일반] 지름 20m 행성, 지구에 떨어지면 원자폭탄 30배 위력이죠 27
72 [중국] 위험한 중국 의존 체질, 中은 언제든 상대 약점 이용하는 나라다 18
71 [경제, 수소, ESG] 수소경제와 ESG 경영의 함정 16
70 [중국] 中, 대만 침공 가능할까 15
69 [중국] 중국의 ‘영어 금지’ 29
68 [중국] ‘중국몽’이 인권·자유보다 더 큰 꿈인가 22
67 [기타] 시베리아가 39도, 물속 연어는 부패… ‘극한의 여름’이 날린 경고 20
66 [기타] 홍수·폭염·산불… 기후 재앙 남의 일 아니다 17
65 [중국] ‘민족’만 무성하고 ‘민주’는 없다 22
64 [중국] 사설: "“美가 냉전 부활”, 냉전 이용하고 이웃 괴롭히는 건 바로 중국" 15
63 [중국] 사설: "中 “6·25 참전은 평화·정의”, 시진핑 정치에 한국민 고난 이용 말라" 18
62 [교육] 김정훈, "빚으로 살림하는 나라… 세금 20%가 왜 교육청에 저절로 꽂히나," 21
61 [중국] 최강, "갈수록 심해지는 중국의 일방주의" 20
60 [일반, 여순반란사건] 김기철, "'동포 학살 반대’한다던 여수 14연대 반란, 장교 21명 총살로 시작," 37
59 [일반- 종부세 , 좌파정권] 사설: "‘상위 1% 세금’이라더니 1주택 중산층 덮친 종부세 폭탄" 19
58 [일반-상속세] 조형래, "대한민국은 세금 공화국" 27
57 [일반] 최유식, "미국 경제·군사력 위협했지만… 결국 무릎꿇은 소련·일본," 45
56 [미국] 공병호, "탄핵파, 실패 / 사실, 왜곡" 46
55 [미국 대선] 신인균, "美 해병대 사령관의 경고! 그 표독스러운 입 조심해! 핵사이다!!" 54
54 [기타] 조형래, "일론 머스크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61
53 [미국 대선] 신인균, "트럼프, 해병대 동원 예고! 제2해병원정군 출동 대기!" 48
52 [미국 대선] 공병호, "펜실베니아주, 트럼프 표 / 43만표, 삭제 / 일단 무효표를 만든 다음, 폴더를 삭제...?" 42
51 [미국 대선] 신인균, "트럼프, 펜스와 손잡고 의회대첩 '스탠바이'!" 39
50 [미국 대선] 강미은, "트위터 소송 당함! 뉴저지 놀라운 투표자들!" 42
49 [미국 대선] 강미은, "정말로 이상한 일들의 연속!" 43
48 [미국 대선] 강미은, "보고서 속보 / 언론, 그때그때 달라요!" 69
47 [미국 대선] 신인균 국방TV, "美 법무부ㆍ국방부 임전 태세 돌입! 트럼프 '비상사태' 카운트다운?!" 95
46 [미국 대선] 신인균, "美 최상층부의 中共 내통자 현황 실체 폭로!" 40
45 [미국 대선] 신인균, "美연방의회, 바이든 당선 인증 부결!" 37
44 [일반] 전상인, "‘양계장 대학’과 586 민주독재" 51
43 [미국 대선] 신인균, "美 법원, "도미니언 포렌식" 명령! 판도라의 상자 드디어 열린다!" 60
42 [미국 대선] 신인균, "軍·정보·사법 완전 장악! 트럼프의 대공세 시작!" 36
41 [미국 대선] 강미은, "현재까지 진행상황 정리!" 42
40 [미국 대선] 신인균,"경합주들 의회, 반격의 신호탄 쐈다! 모조리 의회가 뒤집는다!" 50
39 [일반] 신인균, "中-도미니언-美민주당 연결고리! 트럼프 수사망에 딱 걸렸다!" 57
38 [일반] 복지부 “사유리같은 비혼 체외수정, 국내도 불법 아니다” 58
37 [일반] 조영태, 저출산 문제 35
36 [중국] 자연재해 직면한 중국, 시진핑 체제 흔들리나? 63
35 [차별금지법] 흑인시위를 통해 본 차별금지법의 이면 91560
34 처음으로 미국이 망할 수도 있다고 느꼈다 74
33 50년을 숨겨온 소련의 비밀… 1940년 폴란드인 2만명 대학살 86
32 포기의 심리학 51
31 한명숙은 양심의 법정에서도 유죄다 63
30 21세기 아마겟돈 '이들리브', 그곳에 또 다른 극단주의가 싹트고 있다 66
29 반미파의 '미국 선호' 59
28 '중국 올인' 현대차는 올스톱, 다변화 도요타는 정상 가동 48
27 지나친 중국 시장 의존, '중국 리스크' 갈수록 커질 것 36
26 인류가 세번 당했다, 최초 전파동물은 모두 박쥐 68
25 매초 히로시마 원폭 18발씩 터뜨리며 산다 81
24 李 前대통령 다스 실질적 소유자 맞는가 188
23 '武人'답지 않은 전직 국방장관과 장군 233
22 美 실리콘밸리 학교에선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233
21 또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244
20 권력의 단물은 다 받아먹는 참여연대 190
19 '가짜 진보'의 왜곡된 性 의식 238
18 선거 4개월 앞, 여전히 쪼개진 野 241
17 '댓글'의 轉禍爲福 837
16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정우상류를 멀리하라 873
15 남아프리카에서 흑인 공산주의자들이 백인 농부들을 살인하고 있다 1026
14 세속 정치에 대한 신자들의 자세 1052
13 선거 휘젓고 거짓 드러난 '나경원 1억 피부숍 출입' 1021
12 분노의 대상은 월가가 아니라 워싱턴 정부 1181
11 ‘軍부모’가 부대 앞에 드러눕는 날 1081
» 미디어법 개정, 모두가 패자(敗者)였다 1114
9 미디어법에 관한 4가지 거짓말 1161
8 검찰총장 사죄, 잘못됐다 1208
7 의회와 정부가 ‘시민사회’의 중심이다 1088
6 ‘MBC 해방구’의 뿌리 1079
5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 서한 1019
4 UFO는 착시 현상 1107
3 교회가 잘못할 때, 재앙이 온다 1017
2 조류독감 대재앙 일제 경고 1262
1 뉴올리언스의 숨겨졌던 부패 1275

주소 : 04072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26 (합정동)ㅣ전화 : 02-334-8291 ㅣ팩스 : 02-337-4869ㅣ이메일 : oldfaith@hjdc.net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