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쓴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을 읽고 기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실망을 넘어 허탈감이 밀려왔다.
볼턴이 자세히 밝힌 북핵 협상의 뒷이야기 때문이었냐고?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카메라용 쇼'로 이용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방위비 등 각종 동맹 압박 내용에도 덤덤했다. 일부 유럽 국가는 '방위 무임승차'라고 해도 될 정도로 국방비를 쓰지 않고, 미국에만 의존하는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자를 경악시킨 트럼프의 발언은 따로 있었다. 바로 중국 위구르족 강제 수용소에 대한 발언이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 리더라면 꿈에서도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볼턴 회고록에 따르면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국)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통역만 대동하고 만났다. 이때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왜 신장 위구르 지역에 강제수용소를 지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에게 "수용소 건설을 강행해야 한다"며 "그것(수용소 건설)은 정확히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볼턴은 통역관을 인용해 전했다.
또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고 볼턴에게 전했다고 썼다. 아마도 시진핑은 주로 무슬림인 위구르족이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결탁해 국내 테러를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고, 트럼프는 이에 동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트럼프의 수용소 지지 발언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바탕 중의 바탕은 종교, 사상, 출판, 집회의 자유다.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있다고 해도 무슬림 100만명을 수용소에 가두는 중국의 만행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과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이뤄진 고문·살인이 똑같은 논리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을 이용한 사례는 분노를 일으킨다. 트럼프는 당선자 시절인 2016년 12월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전격적으로 통화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해석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책상 위 유성펜을 가리키며 "이것이 대만"이라고 한 뒤, "책상 전체가 중국"이라고 종종 말했다고 썼다. 트럼프는 민주주의 국가인 대만을 협상 카드 이상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볼턴은 트럼프가 중동에서 미군 철수로 쿠르드족을 내팽개친 것처럼, 다음에 배신할 리스트의 맨 위에는 대만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화염과 분노'를 언급했던 지난 2018년 초까지만 해도 탈북자들을 만나고 대대적인 인권 압박을 했지만, 그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후 북한 인권 문제엔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에겐 북한 인권도 그저 이용 도구일 뿐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지난해 9월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 김정은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는 지금껏 수많은 '미국의 몰락'을 주장하는 책과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와도 믿지 않고 코웃음 쳤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미국의 몰락도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세계의 리더인 미국의 대통령이 강제 수용소 건설에 동조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볼턴이 자세히 밝힌 북핵 협상의 뒷이야기 때문이었냐고?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카메라용 쇼'로 이용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방위비 등 각종 동맹 압박 내용에도 덤덤했다. 일부 유럽 국가는 '방위 무임승차'라고 해도 될 정도로 국방비를 쓰지 않고, 미국에만 의존하는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자를 경악시킨 트럼프의 발언은 따로 있었다. 바로 중국 위구르족 강제 수용소에 대한 발언이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 리더라면 꿈에서도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볼턴 회고록에 따르면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국)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통역만 대동하고 만났다. 이때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왜 신장 위구르 지역에 강제수용소를 지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에게 "수용소 건설을 강행해야 한다"며 "그것(수용소 건설)은 정확히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볼턴은 통역관을 인용해 전했다.
또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고 볼턴에게 전했다고 썼다. 아마도 시진핑은 주로 무슬림인 위구르족이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결탁해 국내 테러를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고, 트럼프는 이에 동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트럼프의 수용소 지지 발언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바탕 중의 바탕은 종교, 사상, 출판, 집회의 자유다.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있다고 해도 무슬림 100만명을 수용소에 가두는 중국의 만행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과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이뤄진 고문·살인이 똑같은 논리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을 이용한 사례는 분노를 일으킨다. 트럼프는 당선자 시절인 2016년 12월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전격적으로 통화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해석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책상 위 유성펜을 가리키며 "이것이 대만"이라고 한 뒤, "책상 전체가 중국"이라고 종종 말했다고 썼다. 트럼프는 민주주의 국가인 대만을 협상 카드 이상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볼턴은 트럼프가 중동에서 미군 철수로 쿠르드족을 내팽개친 것처럼, 다음에 배신할 리스트의 맨 위에는 대만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화염과 분노'를 언급했던 지난 2018년 초까지만 해도 탈북자들을 만나고 대대적인 인권 압박을 했지만, 그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후 북한 인권 문제엔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에겐 북한 인권도 그저 이용 도구일 뿐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지난해 9월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 김정은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는 지금껏 수많은 '미국의 몰락'을 주장하는 책과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와도 믿지 않고 코웃음 쳤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미국의 몰락도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세계의 리더인 미국의 대통령이 강제 수용소 건설에 동조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