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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몽’이 인권·자유보다 더 큰 꿈인가

中대사 “천하대세 따라야” 발언, 대세 잘못 짚은 나라는 중국
세계는 인권·자유·민주로 가는데 중국은 ‘중화민족’ 부흥 내걸고
거꾸로 가며 세계 상대로 싸움… 中이야말로 대세 따라야 성공


[송재윤, "‘중국몽’이 인권·자유보다 더 큰 꿈인가" 조선일보, 2021. 7. 27, A34쪽.]


얼마 전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한국을 향해 “천하대세를 따르면 창성한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높은 산맥의 나라” 중국의 대사가 “중국몽에 동참하겠다”는 “작은 나라”를 향해 “시진핑 주석의 영도 아래” 욱일승천하는 중국의 질서에 순응하라고 요구한 듯하다. 주권국가 간 외교의 프로토콜을 어기는 비례(非禮)의 언어지만 놀라거나 분노할 필요는 없다. 현재 중국 공산당은 이 세상의 “천하대세”를 잘못 짚고 있고, 천하대세에 거역한 결과 절체절명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공화 혁명의 아버지 쑨원(孫文)은 청나라 황제를 보위하는 보황파(保皇派)를 향해 일갈했다. “천하대세는 크고도 세차니 순응하는 자는 창성하고 거역하는 자는 멸망한다(天下大勢 浩浩蕩蕩 順之者昌 逆之者亡).” 2000년간 중화 제국을 유지해온 ‘황제 지배 체제’는 세계사의 큰 흐름에 어긋난다는 발언이었다. 그의 예언대로 1911년 제국(帝國·황제의 나라)이 해체되고 민국(民國·국민의 나라)이 들어섰다.

당시 쑨원은 널리 알려진 사마천(司馬遷)의 문장을 압축해서 공화 혁명의 당위를 설파하는 16자의 비결(祕訣)로 삼았다. 사마천의 원문을 보면, 천하대세 대신 “음양사시(陰陽四時), 팔위(八位), 십이도(十二度), 이십사절(二十四節)에 각각 교령(敎令)이 있으니”란 표현이 나온다. 여기서 교령이란 시간과 공간에 엄격하게 작동하는 자연의 교시와 명령을 말한다. 자연 질서를 따르면 창성하고, 어기면 망한다는 통찰이다. 결코 어려운 얘기가 아니다. 생존 본능상 인간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게 마련이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천하대세를 어렵잖게 파악할 수 있다. 개인적 인권 신장, 민주주의 확산, 법치 확립, 권력 분립, 경제적 통합, 문화적 혼융, 범인류적 연대다. 돌려 말하면 집단주의의 퇴조, 전체주의의 몰락, 독재 권력의 파멸, 고립 노선 폐기, 국수주의 퇴출이다. 바로 이러한 인류사의 도도한 흐름을 쑨원은 천하대세라 불렀다. 사마천의 표현을 빌리면 범우주적 교령이다. 인류 역사를 살펴 인간의 관점에서 냉철하게 따져보자. 중국 공산당은 과연 천하대세에 순응하고 있나. 범우주적 교령에 복종하고 있나.

1949년 건국 이래 중국 공산당은 천하대세를 거슬러 숱한 위기를 자초했다. 대약진 운동(1958~1962)은 경제적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집산화로 인류사 최악의 대기근을 초래했다. 당시의 천하대세는 좌우 전체주의 정권 타도, 유엔 세계 인권 선언 구현, 자유무역 확대, 빈곤 퇴출이었지만, 중국 공산당은 거꾸로 갔다. 이어진 문화 대혁명(1966~1976) 기간에 중국 인민은 ‘조반유리(造反有理)’의 광열 속에서 인권 유린, 집단 폭력, 대량 학살, 무장 투쟁, 대민 테러로 점철된 ’10년의 대동란(大動亂)’을 겪어야만 했다. 1981년 6월 27일 중국 공산당이 직접 나서 “마오쩌둥 동지가 일으키고 이끈 문화 대혁명은 당과 국가와 인민에게 건국 이래 가장 엄중한 좌절과 손실을 끼쳤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중국은 1978년 이래 비로소 ‘개혁 개방’의 기치 아래 고립과 자폐의 동굴에서 벗어났다. 개개인의 이윤 동기를 인정한 후 자유무역의 천하대세를 따랐기에 30~40년 만에 1인당 GNP 1만달러의 샤오캉(小康) 사회를 달성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현재 중국 공산당은 ‘중화 민족’의 부흥을 외치며 천하대세를 거슬러 전 세계를 상대로 무모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홍콩의 자치를 허물고, 중국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개개인의 일상을 옥죄는 디지털 독재를 강화하고 있다. 오죽하면 수백만 홍콩 시민이 “천멸중공(天滅中共·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망시킬 것이다)” 구호를 외치며 거리에 쏟아져 나왔겠나. 지금 세계 각국의 반중 감정은 인구의 70~80%를 넘어서고 있다. 대체 중국몽이 무엇인가. 개인의 인권, 자유, 반독재, 법치, 민주주의보다 더 큰 꿈인가? 바로 홍콩에서 공화 혁명을 시작한 쑨원의 말 그대로 천하대세에 역행하는 자는 멸망한다. 사마천의 통찰대로 범우주적 교령에 복종할 때 비로소 중국은 인류와 더불어 창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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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50년을 숨겨온 소련의 비밀… 1940년 폴란드인 2만명 대학살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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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반미파의 '미국 선호' 62
28 '중국 올인' 현대차는 올스톱, 다변화 도요타는 정상 가동 50
27 지나친 중국 시장 의존, '중국 리스크' 갈수록 커질 것 39
26 인류가 세번 당했다, 최초 전파동물은 모두 박쥐 79
25 매초 히로시마 원폭 18발씩 터뜨리며 산다 87
24 李 前대통령 다스 실질적 소유자 맞는가 195
23 '武人'답지 않은 전직 국방장관과 장군 234
22 美 실리콘밸리 학교에선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248
21 또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252
20 권력의 단물은 다 받아먹는 참여연대 202
19 '가짜 진보'의 왜곡된 性 의식 243
18 선거 4개월 앞, 여전히 쪼개진 野 246
17 '댓글'의 轉禍爲福 842
16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정우상류를 멀리하라 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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