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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는 같은 민족”… 침략자 편드는 국내 유튜버들

[강철환, “러시아와 우크라는 같은 민족”… 침략자 편드는 국내 유튜버들," 조선일보, 2022. 3. 8, A30쪽.]


국내 유튜버가 만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 관련 콘텐츠 10여 개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만든 이들은 다르지만 내용은 거의 비슷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원래 같은 나라·민족이었다”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서유럽과 아시아 양쪽에서 침략을 받아 안보 문제에 민감하다” “구(舊)소련 국가들의 나토 가입으로 러시아는 ‘포위 당한다’는 불안을 느낀다. 선제 대응하려 할 것이다” “미국 등 해양 세력이 러시아의 대양 진출을 막으려 벌여온 거대한 지정학적 게임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얼핏 그럴듯한 분석 같지만, 러시아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집착하는 이유를 ‘역사’와 ‘지정학’으로 설명하려다 이 나라의 제국주의적 행태에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러시아를 피해자처럼 꾸미고, 푸틴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안보 보장 요구를 ‘불가피한 행위’로 인식시키는 오류도 범했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군사력과 4000개 이상 핵탄두를 보유한 군사 강국이다. 세계 최초로 극초음속 미사일도 실전 배치했다. 이런 나라가 안보 불안을 들먹이며 주변국을 압박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은 언급도 않는다.


복잡한 국제 정치를 대중에게 쉽고 흥미롭게 설명하려는 시도를 폄하할 의도는 없다. 하지만 주변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수모의 세월을 살았던 우리 국민이라면 러시아의 주장을 함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이는 북한과 중국이 1950년 이후 군사 도발과 전쟁 명분으로 내세워 온 논리이기 때문이다. 민족 통일을 위해, 미국의 위협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서구 제국주의의 ‘포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등이다. 북·중은 지금도 같은 이유를 내세우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설명하기 어렵지 않은 사건이다. 독재 정권이 권력욕과 자국의 이권을 충족시키려 이웃 주권 국가를 침략한 것이다. 이 단순하고 자명한 사실 때문에 대부분의 세계인들이 우크라이나 편에 섰다. 푸틴이 역사와 지정학을 갖다붙여 들이대는 온갖 이유는 그저 그럴듯한 ‘가짜 이유’일 뿐이다. 경제적 잇속을 따지며 러시아 논리에 동조하던 국가들마저 이젠 등을 돌리고 있다.

한반도가 처한 상황도 우크라이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쟁을 일으켰던 세습 독재 정권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 주변 독재 국가가 이를 돕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사실을 이 나라에선 ‘꼴통 보수’의 사고방식으로 취급한다. 눈앞의 현실보다 역사·민족·지정학을 내세운 그럴듯한 배경 설명을 진실로 생각하고, ‘가짜 이유’를 숭배하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깊숙히 뿌리내리고 있다. 그러니 시류를 충실히 따르는 유튜브 콘텐츠가 부지불식간 침략자 편을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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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차별금지법] 흑인시위를 통해 본 차별금지법의 이면 112280
34 처음으로 미국이 망할 수도 있다고 느꼈다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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