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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왜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야 하는가

[빅터 차, "한국은 왜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야 하는가," 조선일보, 2022. 4. 16, A30쪽.]

박진 국회의원이 단장을 맡은 한·미 정책협의대표단은 최근 워싱턴 DC에서 미국 관료 및 전문가들과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대표단을 초청한 자리에서 전직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관계자, 주한 미국 대사, 주한 미군 사령관 등이 참석해 윤석열 당선인의 외교 정책 의제에 호응하고 지지를 보냈다.

이 기간 대표단은 미국의 이목이 얼마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돼 있는지 실감했을 것이다. 취임을 앞둔 윤석열 정부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외교 정책을 조정하고, 문재인 정부보다 우크라이나를 훨씬 더 과감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초기 반응은 미지근했다. 국제 관계 이론에서 ‘벅패싱(buckpassing)’은 위협에 대처하는 책임을 다른 당사자에게 전가함을 의미한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전 초기 가장 눈에 띄는 벅패서(buckpasser)였다. 당시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맺은 경제적 관계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이 시작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거나, 푸틴 대통령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 보존 및 독립은 보장되어야 된다” “전쟁이 아닌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며 소극적으로 말했다.

무고하게 침공당한 우크라이나와, 6·25전쟁 때 한국을 지키려고 세계가 나선 것을 아무 관련 없는 것처럼 여긴다면 문제다. 이번 한국 정부의 대응은 위싱턴 정가에서도 구설에 올랐다. 호주·일본 등 다른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비해 한국은 믿고 의지할 만한 나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우려가 있다. 북한의 변화를 위해선 러시아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올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잇따르면서 우스운 모양새가 됐다.

한국이 러시아에 대한 다자간 제재에 동참하기까지는 4일이 걸렸다. 독자적 제재에는 나서지 않았다. 한국은 이후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제재와 러시아 은행과 금융 거래 중단을 시행했다. 문재인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를 발표한 뒤 미국에 ‘역외 통제(FDPR·해외 직접 제품 규칙) 규정’ 면제 혜택을 요청했다. 앞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은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에서 면제됐는데 한국은 망설이다 FDPR를 면제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한국이 더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한다면 세계는 독재자들이 더 대담해지는 무대로 바뀔 것이다. 한국은 침략을 억제하고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지지하기 위해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함께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동참하는 것은 북한이나 중국의 위협에 맞서는 한국을 위해 다른 나라들도 앞장서도록 투자하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을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위반한 침략 행위라고 했다. 또 이것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이고 워싱턴 정가도 인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윤 당선인이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직접적 지원은 미미했다. 우크라이나군에 군복과 장비를 일부 지원했고, 인도적 차원에서 1000만달러를 지원했다. 또 한국에 체류 중인 3800여 우크라이나인 비자를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가족 초청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런 조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우크라이나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한국의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한국의 경공격기, K9 자주포, K10 탄약 운반 장갑차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새 정부의 공언과도 맞고 세계 수준의 한국 방위산업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다. 또 한·미 동맹 측면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것이 한·러 관계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순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러시아 제재에 참여한 상황이기에 이미 러시아는 한국이 서방과 같은 편에 서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역 제재 등 보복을 우려한다.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무기로 삼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따라서 새 정부는 중·러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공급망을 확대해야 한다. 무역 다각화는 반(反)자유민주 국가들의 위협이 초래할 미래의 취약성을 줄일 유일한 방안이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지지하는 한국은 위험에 놓인 우크라이나를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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