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공기업 평가 ‘정권 코드’에서 ‘경영 성과’로, 개혁 출발점 돼야
2022.06.23 10:42
공기업 평가 ‘정권 코드’에서 ‘경영 성과’로, 개혁 출발점 돼야
[사설: "공기업 평가 ‘정권 코드’에서 ‘경영 성과’로, 개혁 출발점 돼야," 조선일보, 2022. 6. 21, A39쪽.]
윤석열 정부가 공기업, 공공기관 경영 평가 기준을 수술하기로 했다. 경영 평가 항목 중 문재인 정부가 대폭 높여 놓은 사회적 가치는 배점을 낮추고 경영 성과 배점을 다시 높이는 것이다. 문 정부는 “공기업은 일자리 창출, 상생 같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경영 철학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 문 전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공기업 경영 평가에서 100점 만점 중 7점에 불과했던 사회적 가치 지표의 배점을 25점까지 올렸다. 반면 영업이익률 개선 등 재무 개선 항목은 15점에서 5점으로 줄였다. 정부 정책에 총대를 잘 메는 공공기관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달라진 평가 기준에 따라 공기업들은 탈원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소득 주도 성장 같은 문 정부 시책에 충실하게 코드를 맞췄다. “정부가 최대 고용주가 될 것”이라는 대통령 공약에 따라 신규 채용도 대거 늘렸다. 그 결과 덩치는 더 커졌는데 이익은 못 내는 속 빈 강정 같은 기업이 됐다. 350여 개 공공기관의 전체 순익은 2016년 15조7000억원에서 작년 10조8000억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직원 수는 33만명에서 42만명으로 늘어 인건비가 22조9000억원에서 30조3000억원으로 32% 급증했다. 부채도 499조원에서 583조원으로 100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한전은 최악의 경영난에도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1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한전공대 설립을 강행했다. 소액 주주가 40만명에 달하는데도 2년 연속 배당을 한 푼도 못했다. 직원 수가 30% 늘어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선 직원들이 땅 투기에 몰두하다 발각돼 국민적 공분을 샀는데 문 정부는 LH에 최우수 A등급을 부여해 왔다.
공기업 중엔 상장기업도 있다. 공공성을 지키면서도 경영 효율화를 통해 적정 이윤을 내고 주주 배당도 해야 하는데 공공성이란 방패막이 뒤에 숨어서 무사안일한 경영을 지속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여왔다. 이런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더 이상 용납해선 안된다. 공공기관 평가기준 수술을 공기업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