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文 비판 대자보’ 20대 무죄 확정, 경찰 검찰 판사가 사과해야
2022.07.08 11:01
‘文 비판 대자보’ 20대 무죄 확정, 경찰 검찰 판사가 사과해야
[사설: "‘文 비판 대자보’ 20대 무죄 확정, 경찰 검찰 판사가 사과해야," 조선일보, 2022. 7. 2, A27쪽.]
지난 정권 때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대학 건물에 붙였다가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된 20대 청년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1심은 벌금 50만원을 선고했지만 최근 2심이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이후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무죄가 확정된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검찰이 기소가 잘못된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사건 발생 2년 7개월 만이다.
애초에 수사와 기소가 무리했다. 대자보는 패러디 형식을 빌려 정부의 친중(親中) 노선을 비판하고 홍콩 자유화를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대자보 내용을 문제 삼기 어려워지자 경찰은 건조물 침입이라는 희한한 혐의를 적용했다. 본질이 아니라 법을 비틀어 표적 수사한 것이다. 무단 침입은 핑계였을 뿐 사실은 대통령을 비난했다고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다.
논리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았다. 이 대학은 사실상 외부인에게 개방돼 있다. 그런 곳에 들어간 게 어떻게 무단 침입이 되나. 대학이 사건을 신고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피해 본 게 없다”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정권 비위를 맞추려 관련자들을 압수 수색까지 해가며 수사하고, 검찰이 이를 기소하고, 1심 법원까지 유죄를 인정했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대자보 부착을 건조물 침입으로 기소하진 않았다. 지난 정권에서 경찰과 검찰, 법원이 얼마나 정권 눈치를 봤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다. 문 전 대통령도 “국민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 “대통령을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는 그 정반대였다. 문 전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부른 변호사도 문 정권 출범 직후 기소됐으나 결국 기소된 지 4년 6개월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경찰과 검찰은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 범죄를 우선 처벌하라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이다. 정권 비위를 맞추고 권력자에게 아부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하라는 것이 아니다. 수사·재판을 받는 사람들은 무죄가 되더라도 큰 피해를 본다. 경찰 검찰 판사 모두 이 청년에게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