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 중국] 中, 기술 이전 받으면 토사구팽… SKT·금호타이어도 당했다
2023.06.15 11:34
中, 기술 이전 받으면 토사구팽… SKT·금호타이어도 당했다
처음엔 해외 기업에 적극 구애 기술 이전 받거나 덩치 커지면
각종 규제 만들며 사실상 쫓아내
[변희원, "中, 기술 이전 받으면 토사구팽… SKT·금호타이어도 당했다," 조선일보, 2023. 6. 13, A2쪽.]
1990년대 들어 개방 정책을 취한 중국은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해외 기업이 중국에서 점유율을 높이거나 기술 전수, 인프라 구축을 마치고 나면 자국 기업을 지원하며 해외 기업을 밀어냈다. 자국 산업과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해외 기업에 손을 내밀었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내쫓는 ‘토사구팽’ 전략을 취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해외 기업을 규제로 옥죄거나 자국 기업에 혜택을 주며 해외 기업을 견제했다. SK텔레콤은 2006년 중국 2위 통신사인 차이나유니콤과의 전략적 제휴를 위해 10억달러를 투자했지만 중국 정부의 규제 때문에 2009년 지분을 매각해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중국은 SK텔레콤의 기술을 전수받으려고 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가 시간이 지나자 국가 안보를 내세워 SK텔레콤의 지분을 사실상 강제 매각시켰다”고 했다. 모토로라는 2010년 무선 네트워크 기술을 도용한 혐의로 화웨이를 제소했으나 중국 정부의 압력으로 소송을 취하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에서 점유율을 높이거나 매출이 잘 나오는 기업에 더 가혹했다. 생수 브랜드 ‘에비앙’을 보유한 프랑스 기업 다농은 1996년 중국 생수 브랜드인 와하하와 합작 회사를 설립했다. 합작 회사가 중국 음료 시장의 23%를 차지하며 코카콜라를 누르고 나자 와하하는 합작 회사가 독점적으로 사용하기로 한 와하하 브랜드를 별도 회사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농은 소송에 나섰지만 중국 정부가 에비앙 생수에서 대장균이 나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와하하의 편을 들자 소송을 관두고 합작 법인도 청산했다.
CJ오쇼핑은 2004년 상하이미디어그룹과 동방CJ라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동방CJ가 2006년부터 흑자로 전환, 2012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자 중국 측이 지분 매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CJ오쇼핑은 사업 초기 49%에 달하던 지분율을 15% 수준으로 줄이다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중국 시장 점유율 1위이던 금호타이어의 현지 합작사는 2011년 3월 국영 CCTV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편파 방송 후 흑색선전에 시달리다가 2018년 중국 기업에 넘어갔다.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친중(親中) 행보를 보인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에서 쓴맛을 본 뒤 반중 운동까지 나섰다. 미국 건설기계 기업 캐터필러는 과거 중국을 위해 미국 정치권에 로비까지 해주며 중국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중국 정부가 자국 제조업체들에 금융 지원을 쏟아붓는 바람에 고전하게 됐다. 캐터필러를 비롯해 중국에 ‘배신’을 당한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 반대하는 입법을 위해 의회에 로비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