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가해자들은 대체 왜 그랬을까? 대부분 보수 반동, 마초(macho) 부류도 아니란 사람들이 말이다. 그들은 거창하고 거룩한 변혁 담론의 주창자·선지자·실천자였고, 낡은 세상을 타파하고 '새 하늘 새 땅'을 이룩할 '메시아 의식'의 당사자 또는 전도사였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세상을 없애고 공산주의 세상을 만들려 했다. 그걸 위해 그는 정치경제학 위주의 혁명 이론을 내놓았다. 그 경제결정론으로 노동계급을 의식화하면 그들이 자본가 계급을 타도하리란 것이었다. 그런데 러시아, 중국 등 후진국엔 그게 먹혔어도 서유럽 선진국엔 통하지 않았다. 그런 곳엔 기독교 문명, 근대 자유사상, 세련된 문화예술 층이 워낙 두꺼워, 레닌·마오쩌둥 방식이 설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그람시와 루카치의 문화적 마르크스주의였다. 정치경제학보다 문화 예술, 미디어, 강단(講壇), 교회, 가족사회학 등에 파고들어 그런 것들의 보수 본색을 핑크빛으로 바꿔치기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노동계급뿐 아니라 중산층-대학인-문화인-종교인-전문직까지 다 '구찌(Gucci) 좌파'로 바뀐다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 다수의 머릿속이 그렇게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
이 문화적 마르크스주의의 후속 세대가 '비판 이론'이란 것을 설파한 프랑크푸르트학파였다.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마르쿠제가 그들이다. 이들의 제자 세대가 1960~70년대 미국의 베트남전 반대 운동 세대, 뉴 레프트, 우드스톡 로큰롤 축제 세대, 프랑스 5월 학생 혁명 세대, 서독 대학생 루디 두치케(Rudi Dutschke) 그룹, 무정부주의자, 트로츠키주의자, 흑인 극좌파였다. 이들은 개인주의, 사유재산, 이윤 동기뿐 아니라, 가족제도, 결혼 제도, 일부일처제, 성적 금기(禁忌)에 반항했다. 성 혁명(sexual revolution)이 범람하고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했다. 그중 극단파는 엽기적이고 범죄적이었다.
1960년대 서독 테러리스트 안드레아스 바더는 여성을 지칭할 때 꼭 성기의 가장 천한 표현을 갖다 썼다. 미국 흑인 극좌파 블랙 팬서(검은 표범)의 지도자 엘드리지 클리버는 백인 여성을 성폭행하고 "나는 억압자들의 법과 가치를 짓밟아 기쁘다"고 썼다. 그의 동료 휴이 뉴턴은 양성평등을 주장했지만, 열일곱 살 난 창녀가 자기를 '베이비'라고 불렀다 해서 살해했다. 영국의 스탈린주의 노동자 혁명당 당수 게리 힐리는 카다피와 후세인의 후원을 받으며 당(黨) 공관에서 여성 당원들을 성폭행했다. 피해자 26명이 고소했을 때, 그의 옹호자들은 그녀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진보'를 분열시키기 위한 '공작'이란 뜻이었을까?
서구 네오(新)마르크스 혁명 놀이패의 이런 일탈을 한국 미투 가해자들과 직결할 순 없다. 다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 어느 곳에서건 "나는 정의, 진리, 새 하늘, 새 땅을 대표한다"고 하는 '혁명 팔이'들의 '말 따로, 행동 따로' 이면엔 "나는 선민(選民)이다" "선민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범인(凡人)은 이를 괘념치 말라"는, 턱없는 특권 의식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문제는 이 가짜·거짓 메시아들의 전체주의 혁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우리 현실이다. 그들은 1980년대에 '민족 해방 민중민주주의 변혁'을 시작했다. 2017년엔 그것을 '촛불' 광장에 확산시켰다. 2018년 4월엔 '우리 민족끼리' 굿판이 열린다. 그 여세로 6월 지방선거를 휩쓸고 연방제 개헌을 지핀다. 북한 핵 폐기를 위해선 한·미 동맹과 주한 미군이 흥정거리가 될 수 있다.
싸움의 전선(戰線)은 그래서 명확하게 그어졌다. 한편엔 말로는 민중·평등, 적폐 청산 어쩌고 하면서 행동으론 기껏 위력에 의한 성추행, 억지 안마 , 강제 스킨십이나 하는 '포르노 깡통 좌파'가 있다. 그 대척점엔 대한민국 네이션 빌딩 흐름, 민주화의 적통(嫡統) 자유정신의 흐름, 애국 개신교 흐름, 586에 눌린 2030 흐름, 북한 주민, 탈북 동포가 서야 한다. 이들이 할 바는 거짓 메시아들의 추한 혁명을 무산시킬 아름다움의 혁명이다. 혁명은 '외설 구루(사부·師父)'들의 전유물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