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만 몰랐다’는 거짓말 정말 믿으란 건가," 조선일보, 2020. 9. 30, A27쪽.]


청와대 대변인이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총살 전후 문재인 대통령의 대응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의 시간’은 너무 일러서도 안 되며 너무 늦어서도 안 되는 단 한 번의 단호한 결정을 위한 고심의 시간”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그럴듯한 말장난은 대개 실체를 숨기려는 것이다. 대변인은 “토막토막 난 첩보를 잇고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뒤늦게 보고했고, 이에 따라 ‘골든 타임’을 허비한 책임도 대통령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사건 당일 이미 실종, 발견, 사살 소식이 오후 10시 반까지 청와대에 차례로 보고됐고 안보 부처 장관·참모들은 새벽 1시에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 청와대는 다음 날 오전 8시 반까지 대통령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거짓말 진짜입니까’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심야에 안보 장관 회의를 소집한 것은 상황이 중대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당시 군은 한·미 연합 정찰 자산으로 북한군의 교신 내용까지 다 파악했다고 한다. 정상적이라면 대통령이 긴급 회의를 직접 주재하거나, 회의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곧바로 보고를 받고 조치를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냥 잠을 잤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문 대통령의 직무 유기다.


실제로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뭔가 숨기려고 이런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새벽 종전 선언을 담은 유엔 연설이 국내에 방영될 예정이었는데 여기에 재를 뿌릴까 우려한 것이다. 김정은을 자극하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뒤로 빠지기로 한 것 아닌가. 여당 의원들은 “교전 상태도 아닌데 대통령을 새벽에 깨워서 보고하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이 즉각 대응했으면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그 목숨보다 대통령 새벽잠이 중요한가.


청와대는 “불꽃 밖에 안 보였다”는 등 대통령 책임을 덮으려고 군 정보의 신뢰성까지 깔아뭉개고 있다. 공무원의 ‘월북’을 확인했다면서 한·미 연합 정보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하고, 자기들 책임을 덮을 때는 정보의 신뢰성이 낮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국민이 바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럴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