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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누가 더 전략적인가

2017.10.02 10:48

oldfaith 조회 수:284

남과 북 누가 더 戰略的인가


[강천석, "남과 북 누가 더 전략적인가," 조선일보, 2017. 9. 16, A30.]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가운데 누가 더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있을까. 어제와 그제 한반도 남북에서 벌어진 일은 이 질문을 떠올리게 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미국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 핵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핵 개발이나 전술핵 반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은 "핵에 핵으로 맞서면 남북 평화가 유지되기 어렵고 동북아 핵 경쟁을 촉발시킨다"고 했다. "북한 핵무기 개발은 체제를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이날 '국제기구 요청에 따라 북한에 800만달러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15일 오전 6시 57분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 16번째다. 자제(自制)와 대화를 촉구한 문 대통령 회견이 있고 17시간 후다. UN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지 3일 만이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은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해 3700㎞ 날아갔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 통과 지점 주민에게 대피 경보(警報)를 내렸다. 노동신문은 이날 "미국은 계속 패(敗)해 심리가 복잡하겠지만 대국(大國)의 안전과 체면을 유지하려면 조선 반도에서 발을 빼라"고 주장했다. 한국군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자 현무-2 미사일을 발사했다. 현무-2는 사정거리 500㎞ 정도다.

남과 북 어느 쪽이 더 전략적으로 움직였을까. 동맹국과 우방국엔 어떻게 비쳤을까. 그들은 무슨 메시지를 읽었을까.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우선 수취인(受取人)이 모호했다. 미국에 보내는 건지 북한에 보내는 건지 불분명했다.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지도 전술핵을 도입하지도 않고 무슨 수로 핵을 가지고 날뛰는 북한을 억지(抑止)할 수 있을까. 대통령은 얼마 전 '다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천 번 만 번 맞는 말이다. 미국은 '북핵을 군사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데 한국이 반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거꾸로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해도 군사 제재를 받는 일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압박은 대화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수단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을 적절하게 압박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화 국면으로 옮겨가면 북한은 턱없는 요구를 들고 나올 것이다. 대화 입구(入口)에서 핵·미사일 시험 동결(凍結)과 한·미 연합훈련 축소·중지 맞교환을, 출구(出口)에선 핵을 손에 든 채 미·북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미·북 수교(修交)를 요구하는 게 북한 전략이다.

압박 단계에서 미국은 바람을 넣고 한국은 바람을 빼는 사태가 반복될수록 협상 단계에서 한국 제치기(Korea Passing) 위험은 높아진다. 북한이 괌을 타격 범위에 두는 미사일을 발사하고 일본이 국민 일부에게 대피 경보를 내린 날 한·미·일 간에 800만달러 북한 지원금 논란이 계속됐다.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와 비교할 수 없는 절대(絶對)무기다. 전략적 사고(思考)도 다르다. 적(敵)의 신용(信用)이 동맹 사이 신뢰만큼 중요하다. 선제공격을 당했을 때 반드시 그리고 확실히 보복 공격에 나선다는 사실을 적이 믿도록 해야 한다. 이 믿음이 흔들리면 안보가 흔들린다.

적의 신용을 얻으려면 선제공격엔 보복 공격으로 대응한다는 결의(決意)를 '일관되고' '확실하고' '반복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그래야 억지(抑止)가 성립한다. '북한 3대(代)는 핵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30년 동안 우방국·적대국·국제기구의 설득과 감시 노력을 지속적으로 거부·방해·지연·기만해 왔다[조너선 폴락·출구가 없다(No exit)].' 한·미 연합훈련 중지·주한미군 철수·한미동맹 해체 요구도 변함이 없었다. 김정은은 6차 핵실험에서 어제 미사일 발사에 이르기까지 핵 보유 결의와 목표를 '일관되고' '확실하고' '반복적'으로 표시해왔다. 북한에 대해 '일관성 없고' '불확실하고' '한 번 외치고 마는 식'으로 대응한 건 한국이다.

파키스탄 총리 부토는 1965년 '국경 분쟁 상대국 인도가 핵무기를 만들면 풀을 뜯어 먹고 살더라도(eating grass) 혹은 굶더라도 반드시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33년 후 1998년 5월 인도가 5개 핵폭탄을 시험하자 정확히 2주 후 파키스탄도 5개 핵폭탄을 터뜨렸다. 북한 핵 개발 모델이 파키스탄이다.

핵무기를 만들지 않고 들여오지도 않으면서 핵무기를 가진 상대를 억지하겠다는 건 핵시대 근본 상식과 어긋난다. '남과 북 가운데 어느 쪽이 전 략적인가'를 굳이 물을 필요가 있을까. '전략적'이란 말은 '합리적'이란 뜻이다. 세계에서 가장 무모한 집단 북한에게 합리적이란 외투를 입혀준 게 한국이다.

핵시대의 근본 역설(逆說)은 핵무기를 만들고 사용 계획을 세우면서도 '이 무기를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이 역설을 꿰뚫어 보지 못한 겉똑똑이 '안보 도사(道士)'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5/20170915029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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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백선엽 장군이 현충원 못 간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 아니다 92
95 새로운 야당의 출현을 주시하며 70
94 탄핵의 江이 사라졌다 95
93 성난 얼굴로 투표하라 78
92 '事實'만을 붙들고 독자 여러분 곁을 지키겠습니다 68
91 100년 前 그 춥고 바람 불던 날처럼, 작아도 결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겠습니다 82
90 세상이 광우병 괴담에 휩쓸릴 때… '팩트의 방파제'를 쌓았다 110
89 보수가 집권하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93
88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자유통일당의 이념과 정책을 말한다" 78
87 참 나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박정희 두번 죽이기 79
86 탄핵 이후 처음 보는 자유보수 진영의 희생과 헌신 97
85 힘이 없으면 지혜라도 있어야 한다 114
84 자유냐 전체주의냐, 그 사이에 중간은 없다 76
83 4·15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다 286
82 보수 통합의 열쇠는 국민에게 있다 105
81 죽느냐, 사느냐? 주사파 집권 대한민국 198
80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 우파가 무엇이고, 좌파가 무엇인가? 1425
79 야권이 넘어야 할 山 '박근혜' 141
78 좌파 10단의 手에 우파 1단이 맞서려면 178
77 조갑제, "김문수의 이 글은 대단하다. 진땀이 난다!" 166
76 '베트남판 흥남 부두'인 '십자성 작전'을 아십니까 204
75 굿 모닝~ 변희재! 159
74 변희재, 안정권과 김용호발 보수혁명 443
73 58년 전 오늘이 없었어도 지금의 우리가 있을까 170
72 홍준표의 박근혜, 황교안 논평 옳지 않다 132
71 김문수 대담 (2019년 4월 8일) 162
70 기승전 황교안 173
69 황교안의 정확하고 용감한 연설 172
68 나경원 연설의 이 '결정적 장면'이 좌익을 떨게 했다! 139
67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자들은 단합해야 1646
66 이런 인물을 한국당 대표로 뽑자! 196
65 한국당 전당대회, 보수대통합의 용광로가 되어야 177
64 '문재인 對 反문' 전선 246
63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이면 한국 대변인은 누군가 310
62 자기 발등 찍은 文 정부, 판문점에서 절룩거리다 360
61 진보의 탈 쓴 위선과 싸워야 327
60 죽은 자유한국당 左클릭 하면 살까? 278
59 선거 압승하니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242
58 MBC의 문제 250
57 광장정치와 소비에트 전체주의 290
56 촛불의 반성 263
55 文정권 1년 214
54 '독재자 김정은' 집단 망각증 200
53 지식인으로 나는 죽어 마땅하다 230
52 혁명으로 가고 있다 228
51 서울-워싱턴-평양, 3色 엇박자 265
50 북이 천지개벽했거나 사기극을 반복하거나 272
49 대한민국의 '다키스트 아워' 342
48 현송월과 국립극장 277
47 교회는 북한에서 성도들이 당한 역사 가르쳐야! 390
46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295
45 남북대화, 환영하되 감격하지 말자 316
44 중국이 야비하고 나쁘다 310
43 돌아온 중국이 그렇게 반갑나 308
42 박정희가 지금 대통령이라면 346
41 청와대 다수도 '문정인·노영민 생각'과 같나 308
40 대통령 부부의 계속되는 윤이상 찬양 275
» 남과 북 누가 더 전략적인가 284
38 오래된 미래 321
37 도발에 대한 우리의 응전은 지금부터다 332
36 뺄셈의 건국, 덧셈의 건국 262
35 文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역사 265
34 망하는 길로 가니 망국(亡國)이 온다 269
33 네티즌도 화났다… 공연 파행시킨 反美 행태에 비판 쏟아져 242
32 7094명 戰死, 한국 지킨 美2사단에 고마움 표하는 공연이 뭐가 잘못됐나 336
31 성주와 의정부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장면들 291
30 북(北) 김정은의 선의(善意) 347
29 공산주의 신봉한 영국의 엘리트들처럼 411
28 야당의 정체성? 무슨 정체성? 340
27 안팎의 전쟁 492
26 하단 광고, 우리나라의 위기 988
25 좌파들의 사대 원수 927
24 ‘정신적 귀족’ 보수주의자의 길 그 근간은 기독교적 세계관 1375
23 좌파적인 보수정당 정치인들 1050
22 황장엽 선생이 본 '역사의 진실' 1086
21 독도가 한국 영토인 진짜 이유 1073
20 용서 잘하는 한국 정부 991
19 황장엽 조문까지 北 눈치 살피는 민주당 1166
18 유럽의회, '中, 한국 조치 지지하라 1293
17 얼마나 더 대한민국 망신시킬 텐가 1121
16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1252
15 목숨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가 걱정된다 1164
14 '시국선언'은 정치편향 교수들의 집단행동 1233
13 너무 가벼운 시국선언 [1] 1082
12 "TV논평, 좌편향 인용 심각" 1134
11 '10·4남북정상선언' 이행될 수 없는 이유 1107
10 중국에 ‘하나의 한국’ 원칙 요구해야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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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국가보안법 존속돼야 1048
6 김정일과 만남, 하늘이 준 기회 1138
5 中․朝 우호조약의 한 구절 1180
4 만약 적화통일이 된다면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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