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남과 북 누가 더 전략적인가," 조선일보, 2017. 9. 16, A30.]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가운데 누가 더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있을까. 어제와 그제 한반도 남북에서 벌어진 일은 이 질문을 떠올리게 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미국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 핵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핵 개발이나 전술핵 반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은 "핵에 핵으로 맞서면 남북 평화가 유지되기 어렵고 동북아 핵 경쟁을 촉발시킨다"고 했다. "북한 핵무기 개발은 체제를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이날 '국제기구 요청에 따라 북한에 800만달러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15일 오전 6시 57분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 16번째다. 자제(自制)와 대화를 촉구한 문 대통령 회견이 있고 17시간 후다. UN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지 3일 만이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은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해 3700㎞ 날아갔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 통과 지점 주민에게 대피 경보(警報)를 내렸다. 노동신문은 이날 "미국은 계속 패(敗)해 심리가 복잡하겠지만 대국(大國)의 안전과 체면을 유지하려면 조선 반도에서 발을 빼라"고 주장했다. 한국군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자 현무-2 미사일을 발사했다. 현무-2는 사정거리 500㎞ 정도다.
남과 북 어느 쪽이 더 전략적으로 움직였을까. 동맹국과 우방국엔 어떻게 비쳤을까. 그들은 무슨 메시지를 읽었을까.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우선 수취인(受取人)이 모호했다. 미국에 보내는 건지 북한에 보내는 건지 불분명했다.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지도 전술핵을 도입하지도 않고 무슨 수로 핵을 가지고 날뛰는 북한을 억지(抑止)할 수 있을까. 대통령은 얼마 전 '다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천 번 만 번 맞는 말이다. 미국은 '북핵을 군사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데 한국이 반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거꾸로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해도 군사 제재를 받는 일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압박은 대화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수단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을 적절하게 압박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화 국면으로 옮겨가면 북한은 턱없는 요구를 들고 나올 것이다. 대화 입구(入口)에서 핵·미사일 시험 동결(凍結)과 한·미 연합훈련 축소·중지 맞교환을, 출구(出口)에선 핵을 손에 든 채 미·북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미·북 수교(修交)를 요구하는 게 북한 전략이다.
압박 단계에서 미국은 바람을 넣고 한국은 바람을 빼는 사태가 반복될수록 협상 단계에서 한국 제치기(Korea Passing) 위험은 높아진다. 북한이 괌을 타격 범위에 두는 미사일을 발사하고 일본이 국민 일부에게 대피 경보를 내린 날 한·미·일 간에 800만달러 북한 지원금 논란이 계속됐다.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와 비교할 수 없는 절대(絶對)무기다. 전략적 사고(思考)도 다르다. 적(敵)의 신용(信用)이 동맹 사이 신뢰만큼 중요하다. 선제공격을 당했을 때 반드시 그리고 확실히 보복 공격에 나선다는 사실을 적이 믿도록 해야 한다. 이 믿음이 흔들리면 안보가 흔들린다.
적의 신용을 얻으려면 선제공격엔 보복 공격으로 대응한다는 결의(決意)를 '일관되고' '확실하고' '반복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그래야 억지(抑止)가 성립한다. '북한 3대(代)는 핵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30년 동안 우방국·적대국·국제기구의 설득과 감시 노력을 지속적으로 거부·방해·지연·기만해 왔다[조너선 폴락·출구가 없다(No exit)].' 한·미 연합훈련 중지·주한미군 철수·한미동맹 해체 요구도 변함이 없었다. 김정은은 6차 핵실험에서 어제 미사일 발사에 이르기까지 핵 보유 결의와 목표를 '일관되고' '확실하고' '반복적'으로 표시해왔다. 북한에 대해 '일관성 없고' '불확실하고' '한 번 외치고 마는 식'으로 대응한 건 한국이다.
파키스탄 총리 부토는 1965년 '국경 분쟁 상대국 인도가 핵무기를 만들면 풀을 뜯어 먹고 살더라도(eating grass) 혹은 굶더라도 반드시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33년 후 1998년 5월 인도가 5개 핵폭탄을 시험하자 정확히 2주 후 파키스탄도 5개 핵폭탄을 터뜨렸다. 북한 핵 개발 모델이 파키스탄이다.
핵무기를 만들지 않고 들여오지도 않으면서 핵무기를 가진 상대를 억지하겠다는 건 핵시대 근본 상식과 어긋난다. '남과 북 가운데 어느 쪽이 전 략적인가'를 굳이 물을 필요가 있을까. '전략적'이란 말은 '합리적'이란 뜻이다. 세계에서 가장 무모한 집단 북한에게 합리적이란 외투를 입혀준 게 한국이다.
핵시대의 근본 역설(逆說)은 핵무기를 만들고 사용 계획을 세우면서도 '이 무기를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이 역설을 꿰뚫어 보지 못한 겉똑똑이 '안보 도사(道士)'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북한은 15일 오전 6시 57분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 16번째다. 자제(自制)와 대화를 촉구한 문 대통령 회견이 있고 17시간 후다. UN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지 3일 만이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은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해 3700㎞ 날아갔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 통과 지점 주민에게 대피 경보(警報)를 내렸다. 노동신문은 이날 "미국은 계속 패(敗)해 심리가 복잡하겠지만 대국(大國)의 안전과 체면을 유지하려면 조선 반도에서 발을 빼라"고 주장했다. 한국군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자 현무-2 미사일을 발사했다. 현무-2는 사정거리 500㎞ 정도다.
남과 북 어느 쪽이 더 전략적으로 움직였을까. 동맹국과 우방국엔 어떻게 비쳤을까. 그들은 무슨 메시지를 읽었을까.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우선 수취인(受取人)이 모호했다. 미국에 보내는 건지 북한에 보내는 건지 불분명했다.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지도 전술핵을 도입하지도 않고 무슨 수로 핵을 가지고 날뛰는 북한을 억지(抑止)할 수 있을까. 대통령은 얼마 전 '다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천 번 만 번 맞는 말이다. 미국은 '북핵을 군사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데 한국이 반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거꾸로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해도 군사 제재를 받는 일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압박은 대화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수단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을 적절하게 압박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화 국면으로 옮겨가면 북한은 턱없는 요구를 들고 나올 것이다. 대화 입구(入口)에서 핵·미사일 시험 동결(凍結)과 한·미 연합훈련 축소·중지 맞교환을, 출구(出口)에선 핵을 손에 든 채 미·북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미·북 수교(修交)를 요구하는 게 북한 전략이다.
압박 단계에서 미국은 바람을 넣고 한국은 바람을 빼는 사태가 반복될수록 협상 단계에서 한국 제치기(Korea Passing) 위험은 높아진다. 북한이 괌을 타격 범위에 두는 미사일을 발사하고 일본이 국민 일부에게 대피 경보를 내린 날 한·미·일 간에 800만달러 북한 지원금 논란이 계속됐다.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와 비교할 수 없는 절대(絶對)무기다. 전략적 사고(思考)도 다르다. 적(敵)의 신용(信用)이 동맹 사이 신뢰만큼 중요하다. 선제공격을 당했을 때 반드시 그리고 확실히 보복 공격에 나선다는 사실을 적이 믿도록 해야 한다. 이 믿음이 흔들리면 안보가 흔들린다.
적의 신용을 얻으려면 선제공격엔 보복 공격으로 대응한다는 결의(決意)를 '일관되고' '확실하고' '반복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그래야 억지(抑止)가 성립한다. '북한 3대(代)는 핵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30년 동안 우방국·적대국·국제기구의 설득과 감시 노력을 지속적으로 거부·방해·지연·기만해 왔다[조너선 폴락·출구가 없다(No exit)].' 한·미 연합훈련 중지·주한미군 철수·한미동맹 해체 요구도 변함이 없었다. 김정은은 6차 핵실험에서 어제 미사일 발사에 이르기까지 핵 보유 결의와 목표를 '일관되고' '확실하고' '반복적'으로 표시해왔다. 북한에 대해 '일관성 없고' '불확실하고' '한 번 외치고 마는 식'으로 대응한 건 한국이다.
파키스탄 총리 부토는 1965년 '국경 분쟁 상대국 인도가 핵무기를 만들면 풀을 뜯어 먹고 살더라도(eating grass) 혹은 굶더라도 반드시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33년 후 1998년 5월 인도가 5개 핵폭탄을 시험하자 정확히 2주 후 파키스탄도 5개 핵폭탄을 터뜨렸다. 북한 핵 개발 모델이 파키스탄이다.
핵무기를 만들지 않고 들여오지도 않으면서 핵무기를 가진 상대를 억지하겠다는 건 핵시대 근본 상식과 어긋난다. '남과 북 가운데 어느 쪽이 전 략적인가'를 굳이 물을 필요가 있을까. '전략적'이란 말은 '합리적'이란 뜻이다. 세계에서 가장 무모한 집단 북한에게 합리적이란 외투를 입혀준 게 한국이다.
핵시대의 근본 역설(逆說)은 핵무기를 만들고 사용 계획을 세우면서도 '이 무기를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이 역설을 꿰뚫어 보지 못한 겉똑똑이 '안보 도사(道士)'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