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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주경철,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조선일보, 2018. 1. 13, A30쪽; 서울대 서약사학과 교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루스벨트 대통령이 처칠경(卿)에게 지난 전쟁을 어떻게 부를 수 있겠느냐고 의견을 물었다. 처칠은 즉시 "불필요한 전쟁(the Unnecessary War)"이라고 대답했다. 무려 550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앙(災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처칠은 그 엄청난 비극은 사실 쉽게 예방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히틀러의 전쟁 도발을 막지 못한 데에는 잘못된 판단을 내린 당시 정치가들의 책임이 크다. 히틀러가 체코의 주데텐란트를 요구했을 때 각국 지도자들은 히틀러가 내심 더 큰 야욕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영국 수상 체임벌린은 주데덴란트만 양보하면 히틀러가 더 이상의 침략을 포기할 테고, 따라서 평화를 지킬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그는 프랑스 수상 달라디에와 이탈리아 총리 무솔리니와 함께 히틀러를 만나 주데텐란트를 독일에 넘겨주는 결정을 내렸다. 곧이어 뮌헨에 있는 히틀러의 사저(私邸)로 찾아가 담판을 벌였다. 영국과 독일이 전쟁에 돌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제시하자 히틀러는 아무런 이의(異議) 없이 서명했다.

헤스턴공항에 도착한 체임벌린은 환영 나온 사람들에게 히틀러의 서명(署名)을 받은 공동 성명서를 흔들어 보이고 읽어주었다. 공항을 빠져나가는 자동차 안에서 외무부 장관 핼리팩스에게는 "모든 문제는 3개월 이내에 해결될 것이오" 하고 자신 있게 말했다. 다우닝가에 있는 수상 관저의 창가에서 다시 문제의 종잇장을 흔들어 보이며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평화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하고 말했다.

체임벌린은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그때부터 독재국가들은 급속히 재무장(再武裝)을 시도했다. 그때까지도 독일은 프랑스와 전쟁이 벌어졌을 때 전선을 돌파할 전차 군단을 보유하지 못했지만, 뮌헨 협정을 통해 여유 시간을 얻자 대규모 전차 생산에 돌입했다.

히틀러의 본색이 드러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조만간 히틀러는 체코슬로바키아 정부에 최후통첩을 보냈고, 저항할 힘을 상실한 이 나라를 기습 공격하여 손아귀에 넣었다. 이 놀라운 사태를 겪고도 체임벌린은 영국 하원에서 "세계 모든 사람의 염원은 여전히 평화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연설했다.

그가 꿈에서 깨는 데에 하루가 걸렸다. 다음 날 체임벌린은 뮌헨 협정의 신뢰를 깬 히틀러가 그동안 '이것이 마지막 요구다' '체코에는 관심이 없다'는 거짓말을 해왔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렇다면 체임벌린은 여태 그런 것을 몰랐단 말인가? 결국 전쟁이 벌어지고 세계는 불지옥으로 변했다. 체임벌린이 고결(高潔)한 평화의 이상을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순진한 이상 때문에 히틀러에게 속았고, 또 자기 자신을 기만하고 말았다.

현재의 한반도 상황으로 돌아와 보자.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는 북한이 원자탄과 수소탄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무자비한 핵 선제타격'으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던 것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그러던 북한 당국이 돌연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한다면서 최대 규모의 응원단, 공연단과 선수들을 보내겠다고 결정했다.

핵무기 개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불러왔고, 그로 인해 북한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난에 빠지게 되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자칫 핵을 부여잡고 굶어 죽는 지경에 도달할 수도 있다.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선택했을 것이다. 사실 우리로서도 계속 가공할 핵전쟁 위험을 떠안느니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백번 좋은 일이다. 쉽게 막을 수도 있는 '불필요한 전쟁'으로 민족이 공멸(共滅)하는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평화는 말로 얻는 것도 아니고 종잇장에 불과한 조약으로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런 위장 평화가 진정 위험한 덫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북핵 문제의 해결 없이는 그 어떤 것도 무의미하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 문제이기 때문이다. 빙판(氷板)에서 벌어지는 평화의 축제에 너무 눈이 팔려 우리가 스스로를 기만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일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2/20180112025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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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새로운 야당의 출현을 주시하며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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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100년 前 그 춥고 바람 불던 날처럼, 작아도 결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겠습니다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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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보수가 집권하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93
88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자유통일당의 이념과 정책을 말한다" 78
87 참 나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박정희 두번 죽이기 79
86 탄핵 이후 처음 보는 자유보수 진영의 희생과 헌신 97
85 힘이 없으면 지혜라도 있어야 한다 114
84 자유냐 전체주의냐, 그 사이에 중간은 없다 76
83 4·15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다 286
82 보수 통합의 열쇠는 국민에게 있다 105
81 죽느냐, 사느냐? 주사파 집권 대한민국 198
80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 우파가 무엇이고, 좌파가 무엇인가? 1425
79 야권이 넘어야 할 山 '박근혜' 141
78 좌파 10단의 手에 우파 1단이 맞서려면 178
77 조갑제, "김문수의 이 글은 대단하다. 진땀이 난다!" 166
76 '베트남판 흥남 부두'인 '십자성 작전'을 아십니까 204
75 굿 모닝~ 변희재! 159
74 변희재, 안정권과 김용호발 보수혁명 443
73 58년 전 오늘이 없었어도 지금의 우리가 있을까 170
72 홍준표의 박근혜, 황교안 논평 옳지 않다 132
71 김문수 대담 (2019년 4월 8일) 162
70 기승전 황교안 173
69 황교안의 정확하고 용감한 연설 172
68 나경원 연설의 이 '결정적 장면'이 좌익을 떨게 했다! 139
67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자들은 단합해야 1646
66 이런 인물을 한국당 대표로 뽑자! 196
65 한국당 전당대회, 보수대통합의 용광로가 되어야 177
64 '문재인 對 反문' 전선 246
63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이면 한국 대변인은 누군가 310
62 자기 발등 찍은 文 정부, 판문점에서 절룩거리다 360
61 진보의 탈 쓴 위선과 싸워야 327
60 죽은 자유한국당 左클릭 하면 살까? 278
59 선거 압승하니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242
58 MBC의 문제 250
57 광장정치와 소비에트 전체주의 290
56 촛불의 반성 263
55 文정권 1년 214
54 '독재자 김정은' 집단 망각증 200
53 지식인으로 나는 죽어 마땅하다 230
52 혁명으로 가고 있다 228
51 서울-워싱턴-평양, 3色 엇박자 265
50 북이 천지개벽했거나 사기극을 반복하거나 272
49 대한민국의 '다키스트 아워' 342
48 현송월과 국립극장 277
47 교회는 북한에서 성도들이 당한 역사 가르쳐야! 390
»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295
45 남북대화, 환영하되 감격하지 말자 316
44 중국이 야비하고 나쁘다 310
43 돌아온 중국이 그렇게 반갑나 308
42 박정희가 지금 대통령이라면 346
41 청와대 다수도 '문정인·노영민 생각'과 같나 308
40 대통령 부부의 계속되는 윤이상 찬양 275
39 남과 북 누가 더 전략적인가 284
38 오래된 미래 321
37 도발에 대한 우리의 응전은 지금부터다 332
36 뺄셈의 건국, 덧셈의 건국 262
35 文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역사 265
34 망하는 길로 가니 망국(亡國)이 온다 269
33 네티즌도 화났다… 공연 파행시킨 反美 행태에 비판 쏟아져 242
32 7094명 戰死, 한국 지킨 美2사단에 고마움 표하는 공연이 뭐가 잘못됐나 336
31 성주와 의정부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장면들 291
30 북(北) 김정은의 선의(善意) 347
29 공산주의 신봉한 영국의 엘리트들처럼 411
28 야당의 정체성? 무슨 정체성? 340
27 안팎의 전쟁 492
26 하단 광고, 우리나라의 위기 988
25 좌파들의 사대 원수 927
24 ‘정신적 귀족’ 보수주의자의 길 그 근간은 기독교적 세계관 1375
23 좌파적인 보수정당 정치인들 1050
22 황장엽 선생이 본 '역사의 진실' 1086
21 독도가 한국 영토인 진짜 이유 1073
20 용서 잘하는 한국 정부 991
19 황장엽 조문까지 北 눈치 살피는 민주당 1166
18 유럽의회, '中, 한국 조치 지지하라 1293
17 얼마나 더 대한민국 망신시킬 텐가 1121
16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1252
15 목숨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가 걱정된다 1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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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TV논평, 좌편향 인용 심각"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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