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대한민국 보수] 이승만 죽이기
2022.09.21 13:12
이승만 죽이기
[선우정, "이승만 죽이기," 조선일보, 2022. 9. 7, A30쪽.]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이승만 대통령에게 “한일 국교 수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살아 있는 한 일본과는 상종하지 않겠다”고 했다. 외교적 폭언이었다. 아이젠하워가 화를 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등을 향해 이 대통령은 소리쳤다. “저런 고얀 사람이 있나!” 이런 한국 대통령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한국을 아는 일본인들은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 어업 협정 등 일본에 득이 되는 정책을 많이 했다. 과거사는 거의 문제 삼지 않았다. 일본의 좌우를 막론하고 싫어하는 한국 대통령은 이승만이다. 반일 독립운동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승만은 일본에 이익을 주는 미국의 모든 정책을 거부했다. 일본 입장에서 이승만은 자기 영토(독도)를 빼앗은 유일한 한국인이다. 이런 일본 사람들에게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에서 친일파 소리를 듣는다”고 하면 뭐라고 할까.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이승만은 반드시 무너뜨려야 할 상징이다. 공산주의를 반대해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6·25전쟁에서 북한을 물리쳤다. 미국과 동맹을 맺었다. ‘소련의 위성국화’를 막아낸 지도자다. 한국의 고도성장은 그가 만든 안보와 경제의 토대에서 이루어졌다. 민주화조차 그가 도입한 자유민주주의 때문에 가능했다. 북한을 추종하는 이들이 왜 그렇게 이 대통령을 증오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10년 전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들어 공개한 ‘백년전쟁’은 독립운동가 김노디 지사를 이 대통령의 정부(情婦)처럼 묘사했다. 이미 거짓으로 판명됐다. 두 사람이 불륜 때문에 미 경찰에 체포돼 사진을 찍힌 것처럼 화면을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법적 심판을 받지 않았다. 친일파 왜곡도 모자라 이 대통령의 도덕성을 흠집 내려고 조작까지 한 것이다. 그러면서 친일파 단죄를 해본 일이 없고 친일 인사를 더 많이 기용한 김일성은 영웅처럼 떠받드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번엔 김노디 지사가 이 대통령의 양녀(養女)라는 기록이 새로 나왔다고 한다. 부녀 사이였다는 것이다. 정부는 작년 김 지사의 독립운동 공헌을 인정해 건국훈장을 추서했다. 그래도 ‘백년전쟁’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그대로 유통되고 있다. 사실 이런 왜곡을 하는 세력들만큼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집단이 드물다. 온갖 성 추문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곳이 어딘가. 그럴 때마다 사실을 감추고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한다. 그런 그들이 거짓으로 건국 대통령의 도덕성을 공격했다. 수십 년 동안 집요하게 이어진 ‘이승만 죽이기’야말로 도덕적 파탄에 이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