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앞둔 가운데 성장률, 취업자 수, 중산층 비중 등 10개 주요 경제지표를 노무현 정부 이후와 비교한 결과,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기본적인 지표인 성장률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초반 3년간 성장률은 올해 2% 성장을 가정해도 연평균 2.6%에 그친다. 노무현 정부 때 임기 첫 3년 성장률은 4.2%였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각각 3.5%, 3.1%였다. 정부는 '대외 여건 악화'를 탓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는 카드 사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엔 각각 글로벌 금융 위기와 남유럽 재정 위기를 감안하면 이런 변명이 무색해진다.
성장 동력이 무너진 것을 환경 탓만 할 수 없다는 사실은 GDP 갭이라는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 나라가 과열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잠재성장률)과 실제 성장률의 차이를 GDP 갭이라고 하는데,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까지는 이 수치가 플러스(+)였지만 박근혜 정부 때 마이너스로 전환한 뒤 현 정부 들어 마이너스 폭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실력을 키우기는커녕, 있는 실력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성장이 여의치 않을 때 경제의 다른 한 축인 분배라도 나아지면 다행이지만, 분배 역시 급격히 악화됐다. 대표적인 분배 지표인 중산층 비율(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가구의 비율)은 2008년 64.2%까지 떨어졌다가 2013년에는 69.6%까지 올랐다. 그러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본격 추진된 2018년에 61.8%로 급락한 뒤 올해는 60% 아래로 떨어졌다.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한 일자리 역시 역대 정부 중 가장 저조하다. 취업자 수를 비교하면 참여정부 때 연평균 27만명 증가했고, 이명박 정부 때 28만명, 박근혜 정부 때 37만명(2013~2017년 4월 기준) 늘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선 증가 폭이 20만명으로 둔화됐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반환점(9일)을 앞두고 'J노믹스'(문 정부의 경제정책) 성적은 낙제점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런 평가를 증명하듯 성장·분배·일자리·재정과 관련된 주요 지표 10가지(성장률, GDP 갭, 설비투자 증가율, 소득 5분위 배율, 중산층 비율, 취업자 수 증감, 비정규직 비율, 단시간 근로자 비율, 국가 채무 비율, 관리 재정 수지)는 모두 역대 정권 중 최악을 기록 중이다.
경기 둔화 흐름을 잘못 읽고 최저임금을 급속히 올리고 기업 옥죄기를 고수하다가 미·중 무역 전쟁 등 외부 악재까지 터지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게 확실해 보인다. 소득 주도 성장으로 저소득층 호주머니가 두둑해지고 소비가 늘어 경제가 선순환할 줄 알았는데, 고임금 탓에 되레 일자리는 줄고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원대한 이상과 현실이 극명하게 갈리는 '경제 패러독스'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8·9월 취업자가 각각 45만명, 34만명 늘었다는 점을 들며 "고용이 개선되고 있다"며 자화자찬했지만, 고용 지표를 뜯어보면 일자리 지표는 역대 정부 중 가장 나쁘다. 이전 정부에서는 취업자가 해마다 30만명가량 증가해 왔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을 16.4% 인상한 2018년 취업자 증가 폭이 9만7000명으로 급감했다. 2009년 8만7000명 감소 이후 가장 적은 숫자였다.
그러자 정부는 공공 일자리 사업을 대폭 늘려 일자리의 양을 어느 정도 늘리는 데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일자리 질이 급속히 악화됐다. 주당 근로시간이 17시간 이하인 근로자 비율은 5.1%(2017년)→5.7%(2018년)→6.7%(2019년)로 급증했다. 역대 가장 높은 수치로, 근로자 100명 중 6명 이상이 사실상 '단시간 알바'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노인들의 '세금 일자리' 증가는 일자리 증가로 셈할 것이 아니라 고령층 복지책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이를 제외하면 '일자리 정부'란 간판은 내려놔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②소·주·성 정책에도 최악의 빈부 격차
'사람 중심 경제'를 표방한 문 정부 들어 빈부 격차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 5분위(최상위 20%) 계층의 소득을 1분위(최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2008년(2분기 기준·이명박 정부) 5.24배에서 2015년 4.19배(박근혜 정부)로 낮아졌다. '보수 정부에서 빈부 격차가 심화된다'는 통념과는 반대로 소득 분배가 상당히 개선된 것이다. 그러나 소득 주도 성장 시행 이후 이 지표가 급등(소득 격차 확대)하며 작년 5.23배, 올해 5.3배로 늘었다. 최저 소득층의 소득이 100만원으로 같을 때 최고 소득층이 2015년엔 419만원을 벌었다면 올해는 530만원을 번다는 뜻이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다 보니 고용이 위축됐고, 그러다 보니 취업 안 된 사람이나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커져 분배 구조가 최악이 됐다"고 말했다.
③'올바른 길' 간다더니 초유의 1%대 성장 우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지만,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2%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뒤 우리나라 연간 성장률이 2%를 밑돈 적은 2차 석유 파동을 겪은 1980년(-1.7%), 외환 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5.5%),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0.8%) 등 세 차례뿐이다.
성장의 선행 지표인 설비투자도 역대 정부 중 현 정부가 가장 부진하다. 노무현 정부 첫 3년간 설비투자는 연평균 2.4% 증가했고, 이명박 정부 때는 글로벌 금융 위기에도 4.7% 늘었다. 박근혜 정부 때도 2013~2015년 3년간 연평균 3.7%씩 늘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는 14.5%(2017년)→-3.5%(2018년)→-10.8%(2019년)으로 고꾸라지며 연평균 0.1
%에 그쳤다. 나라 밖으로는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안으로는 규제에 억눌리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성명에서 "4차산업 혁명을 대표하는 각종 신산업은 규제나 사회적 합의 지체로 싹을 틔워보기도 전에 서비스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혁신과 신산업 창업 의지가 정부 등 공공 부문에 정면으로 가로막히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