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통과된 3차 추경에서 행정안전부가 1조2000억원을 투입해 공공 일자리 30만개를 만들기로 한 사업의 집행률이 21%에 그쳤다. 사업 시작 후 두 달이다. 그런데도 이번 4차 추경에서 공공 일자리용이라며 예산 804억원을 또 신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전시(戰時)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재정 역량을 총동원하라”며 추경이 늦어지면 마치 민생 경제가 망할 것처럼 다그쳤다. 현실은 딴판이다. 일자리 사업을 맡은 공무원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세금 일자리를 하도 많이 만들다 보니 더 이상 쥐어 짜낼 곳이 없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만드는 가짜 일자리가 작년 말 80만개에 육박했다. 대부분 60세 이상 용돈 벌이다. 산불 감시원이며 교통 안전 지킴이, 새똥 닦기 요원, 오토바이 소음 감시원까지 등장했다. 하루 몇 시간 자리만 지키면 월 30만원 안팎을 준다. 그래도 올해 95만개, 내년 100만개 세금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엄청난 빚을 내 추경 예산을 잇따라 편성하고 있지만 아예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사업이 수두룩하다. 3차 추경에 ‘한국판 뉴딜’ 예산 4조8000억원이 편성됐지만 관련 사업 141개 중 절반가량은 집행률이 0%다. 어떤 문화재단은 갑자기 예술 활동 지원비를 배정받자 코로나 피해 정도는 따지지 않고 공 뽑기 추첨을 해서 현금을 나눠주기도 했다. 나랏 빚을 가볍게 여기고 국민 세금을 물 쓰듯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3년간 미집행 추경 예산만 해도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전액 빚을 내서 조달하는 이번 4차 추경에서도 통신비 명목으로 1인당 2만원씩 총 9300억원을 뿌리겠다고 해 비판을 받았다. 야당이 그 대신 무료 독감 백신 접종이 낫다고 제안하자 민주당은 통신비도 주고 무료 독감 백신도 검토해보겠다고 한다. 수천억원의 세금이 소요될 결정이 마치 자판기 버튼 누르듯 순식간에 나온다. ‘네 돈이면 이러겠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